FIFA 랭킹 7위이자 세계 최고 수준의 팀. 남미의 강호 아르헨티나의 벽은 역시 높았다. '태극전사'는 일찌감치 16강행을 확정짓기 위해 눈빛을 번뜩였지만, 상대의 공수 레벨은 한 수 위였다.
한국 대표팀은 17일 저녁 8시30분(한국시간)부터 요하네스버그 사커 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월드컵 B조 예선 2차전에서 아르헨티나를 상대로 열심히 싸웠지만 이과인에게 해트트릭을 허용하는 등 기량 차를 실감하며 1-4로 패했다.
첫 상대 그리스를 2-0으로 완파하고 승점 3점을 획득한 허정무호는 경기 전 의욕에 불타올랐다. 첫 원정월드컵 16강행 청신호를 밝히면서 내친 김에 '강호' 아르헨티나마저 잡아보겠다는 각오로 똘똘 뭉쳤다.
'캡틴' 박지성을 비롯해 팀내 젊은 선수들은 자신감에 넘쳤다. 허정무 감독 역시 예전과 달리 현재의 '태극전사'들은 강팀에 대한 심리적 열세가 없다는 점을 파악하고, 해볼만하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역시 우승후보의 명성은 저절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었다. 남미 예선에서 고전했고, 이런저런 구설수에 오르면서 조직력에 문제가 있을 것이라는 평을 받은 아르헨티나지만, 최고의 기량을 갖춘 선수들은 개인기량으로 이를 극복했다. 메시, 이과인, 테베스, 아게로 등 최고의 공격진은 한국 진영을 헤집고 다녔고, 상대적으로 무게감이 떨어진다던 아르헨티나 수비진도 한국의 공격을 막아내기에는 충분했다.
특히 메시를 필두로 한 공격력은 명불허전. 한국은 세계 최고의 최전방 전사들을 협력수비로 막아내려 했지만, 전후반 90분을 완벽하게 커버하기는 힘겨웠고, 전반 이른 시간에 박주영의 자책골이 나온 후 의기소침해진 것이 빌미가 돼 이과인에게 3골이나 허용하며 무너졌다.
하지만 이날 패배를 충분히 감안했던 한국이기에 너무 아쉬움에 사로잡히거나 기죽을 것은 없다. 조편성이 끝난 시점부터 한국은 아르헨티나전을 무승부, 혹은 패하더라도 그리스와 나이지리아를 격파하고 조별예선을 통과한다는 기본 계획을 세웠다.
예상 외로 그리스에게 낙승을 거둬 기대감이 높아진 탓에 아르헨티나전 패배가 다소 실망스러울 수도 있지만, '16강 진출'이라는 큰 그림을 놓고 보면 사실상 예상된 시나리오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현재 한국은 1승 1패로 승점 3점을 유지했고, 아르헨티나는 2승으로 남은 경기에 상관없이 16강행을 결정지었다. 이제 나이지리아-그리스전 결과에 따른 경우의 수를 따져봐야 할 상황에 처했지만, 허정무호는 머리 아픈 상황은 제쳐둘 참이다. 마지막 상대 '슈퍼이글스' 나이지리아를 완파하면 한국은 고민 없이 사상 첫 원정월드컵 16강이라는 쾌거를 달성할 수 있기에 최종 타깃은 이제 나이지리아로 좁혀졌다.
'우승후보' 아르헨티나의 벽은 역시 높았다. 한국은 아쉬워할 시간도 없고 후회할 필요도 없다. 이제 남은 것은 검은 대륙의 '슈퍼이글스' 사냥에 총력을 다해 예상 시나리오를 완성하는 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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