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군 갈까봐 겁이 나겠지. 안그러겠어?"
최근 들어 넥센 김시진 감독과 얘기를 나누면 항상 '강진' 얘기가 빠지질 않는다. 휴일에 할 일이 없어 정명원 2군 투수코치가 7만원에 배를 빌려 낚시를 갔다가 허탕을 치고, 배 위에서 3만원짜리 라면을 사먹었다는 슬픈(?) 일화도 김 감독의 단골 얘기거리다.
넥센 2군 선수단은 지난 2월 27일부터 고양시 원당구장을 떠나 전라남도 강진에 위치한 강진베이스볼파크로 '터전'을 옮겼다. 원당구장의 임대료와 관리비에 부담을 느낀 넥센 히어로즈(당시 히어로즈)는 계약만료와 함께 강진행을 선택했고, 향후 5년간 '넥센 화수분'의 원천을 강진으로 정했다.
그런데 강진으로 2군구장을 옮기면서 넥센 선수단에서는 '2군 공포'가 엄습했다. 바로 머나먼 이동거리 때문. 서울에서 강진까지 차로만 5시간 이상 걸리는데다 교통편 자체가 불편해 수도권에 집이 있는 선수들로서는 그야말로 오가는게 고역이다.
물론 강진베이스볼파크의 시설은 쓸 만하다. 정규구장 4곳에 지붕이 있는 실내연습장도 존재한다. 숙소에 당구장과 PC 사용실, 식당까지 구비했다. 기후까지 따뜻해 사시사철 야구를 하기에 딱 좋다.
하지만 정작 선수들은 강진이라면 혀를 내두른다. 사실상 '야구'밖에 할 게 없는 탓이다. 휴일을 맞아 서울을 오가는 것도 거리 탓에 언감생심이다. 2군행 통보를 받는 선수들은 사실상 부진으로 인한 '귀양살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는 것이다.
최근에는 강귀태가 그 속마음을 여실히 드러내기도 했다. 지난 6일 목동 KIA전에서 연장 10회말 끝내기 안타를 때려낸 강귀태는 "강진에서 올라올 때 더 이상 야구 못해서 이곳에 내려가지는 않겠다는 굳은 마음을 먹었다"고 소감을 밝히면서 '강진의 괴로움'을 직설적으로 표현했다. 4월 28일 2군행 처분을 받고 6월 4일밤 서울로 올라올 때까지 38일간의 강진 경험에 강귀태는 정신이 번쩍 들었다.
김시진 감독은 강귀태의 2군행에 대해 "처음에는 나를 원망도 많이 했을 것이다. 이후 시간이 지나면서 다시는 안와야겠다고 생각하지 않겠느냐"고 강진효과를 기대하면서 너털웃음을 터뜨렸다. 물론 실제로 그 덕도 봤다.
올 시즌 넥센 선수들은 강진행 버스표를 끊지 않기 위해 매 경기 총력전을 펼칠 수밖에 없다. 김시진 감독에게 선수들을 더욱 채찍질할 수 있는 공포의 무기가 생긴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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