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허정무호 핵심 중앙 미드필더 기성용(21, 셀틱). 그가 돌아오고 있다. 우리가 알고 있던 예전의 기성용의 모습으로 돌아오고 있다는 의미다.
기성용은 대표팀에 합류하기 전 소속팀 셀틱에서 주전경쟁에서 밀려 8경기 연속 결장하는 등 최근 2개월여 동안 리그 경기에서는 그라운드를 밟지 못했다. 스코틀랜드로 건너간 후 지난 시즌 9경기에 출전한 것이 전부다. 이런 상황에서 기성용은 대표팀에 합류했고, 그의 컨디션과 경기 감각에 물음표를 던질 수밖에 없었다.
지난 5월16일 에콰도르와의 평가전에서 기성용은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였다. 몸은 무거워 보였고 늦은 패스 타이밍, 날카롭지 못한 드리블을 선보였다. 그리고 특히나 기성용의 강점 중 하나였던 세트피스에서의 정확한 오른발 킥도 예전만큼 위력적이지 못했다.
이 경기 후 기성용에 대한 우려의 시선에 팽배했다. 월드컵 본선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경기 감각 저하는 큰 문제로 다가올 수 있기 때문이었다. 이어 벌어진 벨라루스, 스페인과의 평가전에서도 기성용은 조금씩 나아지기는 했지만 우리에게 익숙했던 플레이를 보여주지는 못했다.
남아공으로 입성한 후 기성용은 달라지기 시작했다. 결전의 땅에 입성한 비장함, 그리고 월드컵 본선이 다가오고 있다는 긴장감, 그리고 무엇보다도 자신감이 넘쳤다. 기성용은 남아공에서 가진 훈련에서 가벼운 몸놀림을 보였고 미니게임에서는 골 행진을 멈추지 않았다.
7일 올림피아 파크 스타디움에서 열린 훈련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기성용은 가벼웠다. 몸놀림 역시 위력적이었다. 세트피스 훈련 때는 연신 매서운 크로스를 팀 동료들에게 올렸다. 11대 11의 경기에서도 기성용은 베스트 11에 속해 중원을 담당하며 경기를 조율했다. 공격수들이 슈팅하기 쉬운 패스도 찔러 넣었다. 베스트 팀의 세트피스를 담당하며 킥력도 점검했다.
예전의 기성용의 모습, 우리가 알고 있는 기성용이 거의 돌아왔다는 것을 느낄 수 있는 장면이었다.
기성용은 "준비를 잘하고 있다. 컨디션이 올라왔다. 선수들과의 호흡도 좋다. 킥 감각도 끌어올리고 있다. 본선이 얼마 남지 않아 벼락치기를 하지 않을 것이다. 지금까지 준비했던 것을 보여줄 때다"라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이어 기성용은 "내 포지션은 골을 노리기보다는 선수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역할이다. 욕심을 내기보다는 동료 선수들과의 호흡에 집중할 것이다. 세트피스 상황이 자주 나오는데 내가 그것을 성공시킨다면 쉽게 경기를 풀어나갈 수 있을 것"이라며 자신의 역할에 충실하겠다고 다짐했다.
허정무 감독은 "기성용이 처음 대표팀에 합류할 때보다 좋아지고 있다. 기대감을 가지고 있다"며 기성용에 대한 변함없는 믿음을 전하기도 했다.
물론 연습과 실전은 다르다. 실전 감각은 연습과 훈련으로만 100% 채워지지 않을 수도 있다. 당장 실전 감각을 올릴 만한 평가전도 없다. 하지만 기성용의 몸상태는 올라왔고, 자신감도 넘친다. 허정무 감독의 신뢰도 받고 있다. 실전 감각 부족이 염려되기는 하지만 지금은 기성용을 믿어 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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