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사에 이처럼 불행한 사건이 또 있을까. 지난 29일 오후 최진영이 사망했다는 비보는 가히 충격적이다.
누나 故 최진실이 세상을 등진 뒤 1년 6개월만에 동생이 뒤를 쫓았다는 믿기 어려운 이 사실은 한국 연예사의 전대미문의 비극이 아닐 수 없다.
고인이 된 최진영은 얼마전까지만 해도 방송을 통해 두 조카들에 대한 깊은 애정을 드러냈다. 또한 최근엔 새 소속사에 둥지를 틀고 연예계 복귀를 준비 중이었던 터라 그의 갑작스러운 죽음은 연예계는 물론 사회적으로 적잖은 충격을 안겨주고 있다.
한 시대를 풍미했던 정상의 여배우와 그의 동생의 슬픈 죽음. 비극적인 남매의 삶과 죽음이 던져준 후유증이 한동안 대중들의 뇌리에서 쉽게 가시지 않을 전망이다.
◆만남
최진영과 대중과의 첫 만남은 영화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잖아요2-그래, 가끔 하늘을 보자'로 기억된다. 이후 정지영 감독의 영화 '산산이 부서진 이름이여', MBC 드라마 '우리들의 천국' 등에 출연하며 하이틴 스타배우로 이름을 높였다.
1996년 한재석-김남주-박소현 등과 함께한 드라마 '도시남녀' 출연할 당시만 해도 그는 반항적이고 거친 카리스마로 뭇 여성팬들의 많은 사랑을 받았다. 최진실의 동생이 아닌 청춘 스타로 그는 앞날은 밝게만 보였다.
그러나 그는 1999년 '스카이'라는 이름으로 가수로 데뷔했고 2000년 골든디스크상 신인가수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스카이' 시절 그는 노래 '영원'을 통해 감성적이면서도 허스키한 목소리로 팬들에게 어필했다. 곡에 맞는 목소리를 만들기 위해 피를 토하는 연습에 연습을 거듭했다는 당시 그의 고백은 아직도 그의 가수로서의 열의와 성의가 어느 정도였는지 짐작케한다.
하지만 가수로서의 그의 길은 평탄치 않았다. 이후 가요음반 시장의 붕괴로 그는 3집 음반을 끝으로 공식 활동을 마감한다. 이후 1998년 드라마 '방울이'에 출연한 최진영은 2007년 KBS 2TV 아침드라마 '사랑해서 괜찮아'를 통해 오랜만에 브라운관에 복귀했지만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했다.
◆이별
2008년 10월 그는 세상에서 가장 큰 산을 잃고 만다. 어릴 적부터 우애가 남달랐던 그의 누이 최진실이 이혼과 싱글맘으로서의 아픔, 우울증, 갖가지 악성루머 등을 극복하지 못하고 끝내 그의 곁을 떠나고 만다. 그는 오열했고 남은 두 조카의 친권 문제 등이 불거지면서 힘겨운 나날을 보내게 된다.
실의에 빠졌던 최진영은 상실의 고통을 잊으려는 듯 다음해 3월 한양대 연극학과에 입학, 뒤늦은 학구열을 불태운다. 몇몇 동료 배우들과 사랑의 연탄배달 봉사 활동에도 나서는 등 그는 점차 밝은 모습을 찾아갔다.
지난 여름에는 연극 '한여름 밤의 꿈'으로 잠시 연예계에 복귀했다. 당시 연극에서 드미트리어스 역을 맡은 최진영은 "연습을 하면서도 많이 배우고 행복했는데 직접 무대에서 관객들을 만나 공연을 하니 더 새롭고 또 다른 것들을 많이 배우고 있는 것 같다"고 첫 공연 소감을 전하기도 했다.
하지만, 세상은 그를 내버려 두지 않았다. 그해 8월 최진실의 유골함 도난 사건이 발생했고 그는 또 다시 풍진 세상과 기난 긴 싸움을 벌여야만 했다.
다행스럽게 유골함은 사건 발생 22일 만에 유족 품에 돌아왔다. 그러나, 그가 세상으로부터 받은 상처는 치유되기엔 너무 골이 깊었다.
◆죽음
최진영은 29일 오후 2시께 논현동 자택에서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됐다.
강남경찰서와 세브란스 병원 측에 따르면 최진영은 이날 오후 2시14분경 변사체로 어머니에 의해 발견됐다. 경찰 측은 "사체 검시를 한 결과 외부 타살 혐의점은 발견할 수 없었다"고 했다.
故 최진영의 소속사인 엠클라우드엔터테인먼트 측은 고인의 사인을 '경부압박질식사'로 최종 입장을 정리했다. 측근들에 따르면 최진영은 최근까지 약을 먹지 않으면 잠을 이루지 못할 정도로 심신이 극도로 지쳐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고인의 미니홈피에는 '내가 가장 아끼는 누나와의 마지막 사진'이라는 제목의 빛 바랜 사진 한장이 남겨져 있다. 그리고 사진 아래에는 '난 누나가 앞으로 더 행복해 질거라고 믿는다'는 글귀가 적혀 있다.
살면서 서로가 더 행복해 질 거라고 믿었던 최진실-진영 남매의 비극적인 죽음이 남겨진 가족과 팬들에게 다시 한번 큰 슬픔으로 다가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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