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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희정의 아웃사이더]'청대' 출신 박화랑, 와신상담 끝에 삼성 '신고선수' 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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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교야구 명문으로 손꼽히는 대구상원고는 지난해 대통령배 준우승, 대붕기 우승에 이어 제90회 전국체전 우승을 거두는 등 1990년대 이후 최고의 성적을 올렸다. 그 중심엔 우완 사이드암 박화랑(삼성, 신고선수)이 있었다.

초등학교 2학년 때 야구를 시작한 박화랑은 상원고 2학년 때까지만 해도 그리 눈에 띄는 투수가 아니었다. 하지만 졸업을 앞둔 지난해 노련한 경기운영과 좌우 코너워크로 상대 타자를 압도하는 한편 사이드암 투수치고는 제법 괜찮은 구속(134km)까지 기록하며 눈에 띄는 활약을 펼쳤다.

박화랑은 모교의 팀 성적을 쥐락펴락 했을 뿐만 아니라 개인상(우수투수상)도 2회 수상하는 등 존재감을 드러냈고 청소년 대표 명단에도 이름을 올렸다. 국내에서 개최되었던 제8회 아시아 청소년 선수권대회에서는 짜릿한 우승 감격도 만끽했다.

*승승장구에서 사면초가로

박화랑은 지난해 신인지명 드래프트를 앞두고 대학 진학은 아예 생각하지 않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4년의 시간을 대학에서 보내기보다는 프로 현장에서 기량을 키우고 싶다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8개 구단은 그를 외면했다.

일단 175cm, 70kg의 아담한 체구가 걸림돌이었다. 프로에서 투수를 선택하는 중요한 요소 중 하나는 체격 조건이다. 박화랑의 향후 가능성에 대해선 모두가 인정하는 분위기였지만 당장은 '시기상조'라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시간을 갖고 몸을 불려 볼에 힘을 불어넣는다면 발전 가능성이 있겠다는 정도가 프로팀 스카우트들의 판단이었다.

신인 지명을 받지 못한 박화랑의 머릿속은 복잡했다. 자신의 기대가 헛된 꿈이었다는 것을 인정하는 일도 쉽지 않았고 냉정한 세상도 원망스러웠다. 한동안 공을 손에서 놓은 채 방황했다. 드래프트 이후 여러 대학에서 그를 찾았지만 이미 사기는 땅에 떨어졌고, 동의대로 진로가 결정되었지만 마지막 관문에서 그는 스스로 기회를 포기했다.

"제가 면접을 보러 가지 않았어요. 제 행동 때문에 피해를 보셨을 대학 쪽을 생각하면 지금도 고개를 들 수 없을 정도로 죄송합니다."

투수 보강이 절실했던 동의대는 박화랑의 가세에 큰 기대감을 보였지만 뜻밖의 행동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상원고에 대한 서운함과 불쾌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박화랑은 한순간 '미운 오리'가 되었다. 주위의 차가운 눈초리는 신의를 지키지 못한 박화랑이 감당해야 할 몫이었다.

* 야구인생 절체절명의 위기를 넘어

박화랑이 대학진학을 포기했다는 소식이 프로 구단에 퍼졌지만 별다른 반응은 없었다. 이미 신고선수 영입을 마친 팀도 있었고 한창 진행 중인 상태였기에, 대학진학 선수라고 제외해 놓았던 그에게 손짓하는 구단은 없었다.

"전 (신고선수로) 가고 싶다고 생각하면 되는 줄 알았어요. 그런데 어디에서도 연락이 없었어요. 그 때 알았죠. 제가 얼마나 심각한 상황이라는 걸 말이죠. 더 이상 야구를 할 수 없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정신이 번쩍 들었어요."

위기감을 인식한 이후 마음을 가다듬고 전국체전을 준비했지만 신종 플루 확진을 받아 1주일간 본의 아니게 또 운동을 쉬게 되었고, 대회 전날에야 겨우 볼을 만져보고 경기에 나섰다.

"마지막이 될 수도 있겠다 싶어서 더 열심히 했던 것 같아요. 마음 비우고 던진 것이 예상 외로 결과가 좋게 나왔어요."

전국 시도를 대표해 15개 팀이 참가한 제90회 전국체육대회 고등부에서 상원고는 박화랑의 활약에 힘입어 우승을 차지했다. 팀이 치른 전 경기에 출전, 총 29이닝을 던져 4승에 평균자책점 0.93을 기록하며 고교 마지막 무대를 평정했다.

*고진감래...희망의 끝자락을 잡다

"전국체전 끝나고 삼성에서 연락이 왔어요. 솔직히 야구를 관둬야 할 수도 있는 상황이었잖아요. 희망이 보이는 것 같았어요."

이미 8명의 신고 선수를 확보한 삼성은 박화랑의 추가 영입을 결정했고 계약완료와 동시에 1월 8일 괌 전지훈련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제가 계약한 날이 신인선수 교육이 있던 날이었어요. 그래서 교육엔 참가하지 못했거든요. 제가 프로에 왔다는 것도 모르는 분들이 많아요.(웃음)"

박화랑은 현재 2군에서 몸만들기에 열중하며 간간이 연습경기에 중간계투로 나서며 구위를 점검받고 있다. 꾸준히 체중도 끌어올려 현재는 작년보다 5kg이나 늘어 다부진 체격으로 변신했다.

"다른 연습생들과 똑같은 마음이죠. 6월 이후에 정식선수가 되는 것이 목표고 당장 1군에서 뛰겠다는 마음은 접었어요. 내년 정도까지는 준비기간으로 보고 있어요."

삼성 입단 이후 한결 마음이 편해진 박화랑이지만 쟁쟁한 선배 투수들 틈바구니에서 자신은 모든 것이 부족하다는 걸 깨달으며 지내고 있다.

태극마크를 달고 화려하게 정상도 밟아봤지만 실패의 쓴 맛을 경험하며 최악의 시나리오의 주인공이 되기도 했던 박화랑은 지난해 겪었던 다사다난했던 기억을 저 멀리 날려버렸다. 새로운 자리, 그것도 가장 낮은 곳에서 출발하지만 그는 '처음부터 다시'를 외치고 있다.

조이뉴스24 홍희정 객원기자 ayo3star@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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