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동아시아축구연맹 선수권대회를 계기로 중국 축구의 성장이 새롭게 조명되고 있다. 1980년대 이후 태어난 선수들이 주축을 이루고 있는 중국 대표팀은 한국을 3-0으로 대파하며 32년 동안 지속됐던 공한증을 깨는 등 대회 우승(2승1무)을 차지하는 성과를 올리며 2014년 브라질 월드컵에 대해 한 가닥 희망을 갖게 됐다.
중국 축구는 도박으로 인한 승부조작 스캔들이 터지는 등 진통을 겪었다. 보다 못한 후진타오 국가주석이 축구 개혁에 시동을 건 뒤 축구협회 난융 부주석이 비리 혐의로 구속되는 등 후속조치가 이어졌다. 이번 동아시아대회에서 중국은 한국 격파의 숙원을 풀면서 우승까지 차지, 사정에 의한 축구발전 효과가 빛을 냈다.
공한증이 깨지면서 중국 축구를 우습게 봐서는 안 된다는 경계심이 국내 축구팬들이나 지도자들 사이에서 퍼지기 시작했다. '충칭의 별'로 통하며 중국 프로리그에서만 10년을 보냈던 이장수 감독은 "중국 축구의 변화가 꾸준히 이뤄졌다"라며 더 이상 만만하게 볼 상대가 아님을 강조했다.
지난 2006년 실업축구 내셔널리그 울산 현대미포조선 사령탑 시절부터 중국 쿤밍에서 전지훈련을 해왔던 강원FC 최순호 감독도 "중국 축구가 점점 나아지고 있는 것은 확실하지만 아직은 멀었다"라고 입을 열었다.
매년 쿤밍 전지훈련에서 중국팀과 10차례 가까이 연습경기를 치렀다는 최 감독은 "중국 축구는 가능성이 많다"라면서도 "개개인의 기술은 괜찮을지 몰라도 팀으로서의 완성도는 그렇게 높지 않다"라고 평가했다.
지난 4일 축구대표팀 정해성 코치가 관전한 가운데 '반지의 제왕' 안정환이 골을 넣어 화제가 됐던 지난해 중국프로리그(C리그) 9위 다롄 스더와의 연습경기에서 강원은 1-A(주전급)팀이나 1-B(후보급)팀이 아닌 B팀(신인급)을 내보내 1-1 무승부를 기록했다.
K리그 2년차 신생팀의, 조직력도 갖춰지지 않은 선수들이 중국 C리그 중, 상위권을 오르내리는 팀의 주전들을 상대로 대등한 경기 끝에 얻어낸 성과라는 점에서 최 감독의 중국축구에 대한 평가는 당연히 낮게 나올 수밖에 없다. 거친 반칙을 쉽게 구사하고 경기가 안 풀리면 팀 동료끼리도 말다툼을 벌이는 경우가 다반사라 수준을 낮게 볼 수밖에 없는 것이다.
중국 대표팀의 성과에 대해서는 가오홍보 감독의 지도력과 전략에 초점을 맞췄다. 최 감독은 "대표팀과 프로팀은 분명히 차이가 있다. 프로팀들의 경기력은 여전히 형편없어 보인다. 상위권 그룹인 베이징 궈안이나 다롄을 봐도 수준 높은 경기를 하지 못하고 있다"라고 분석했다.
이어 "대표팀의 경우 가오홍보 감독이 상대팀의 특성에 맞춰 선수들을 잘 활용한 것 같다. 지도자의 스타일에 선수들이 잘 따라갔을 것이다"라며 "중국 대표팀의 상황을 1년 정도는 지켜봐야 변화와 성장을 했는지 알 수 있을 것"이라고 한두 경기 결과만을 갖고 성급한 판단을 하지 말 것을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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