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인 프리미어리거 4인방의 2009~2010 시즌은 시작부터 쉽지 않았다.
지난 15~16일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가 개막했다. 한국인으로는 7번째로 프리미어리그에 진출한 이청용(21, 볼턴 원더러스)으로 인해 볼거리가 더욱 풍성해진 가운데 기존의 박지성(28,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설기현(30, 풀럼FC), 조원희(26, 위건 애슬레틱)가 어느 정도 활약을 해줄지 지켜보는 것도 관심거리였다.
맏형 설기현은 후반 43분 졸탄 게라와 교체로 그라운드를 밟았다. 사우디아라비아 알 힐랄로 임대됐다 돌아와 10개월 만의 프리미어리그 복귀였다.
지난달 31일 리투아니아 빌니우스 프레드릭스타드 슈타디온에서 열린 FK 베트라와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전 UEFA컵) 예선 3라운드 1차전에 후반 36분 클린트 뎀프시와 교체로 출전한 설기현은 2-0으로 앞선 상황에서 추가골을 넣어 시즌 전망을 밝힌 바 있다.
그러나 2차전 홈경기에서는 결장한 뒤 개막전에서도 후반종료가 다 되어서야 출전하는 등 여전히 주전경쟁에서 자유롭지 못함을 알려줬다.
특히 설기현의 교체 상대들이 풀럼에서 입지를 탄탄히 구축한 선수들이라는 점이 그렇다. 지난 시즌 웨스트브롬위치에서 이적해온 졸탄 게라나 지난 6월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열렸던 2009 컨페더레이션스컵 미국 대표팀으로 스페인을 침몰시키며 결승 진출의 중심에 섰던 뎀프시는 로이 호지슨 감독으로부터 호평가를 받고 있다.
'산소 탱크' 박지성의 개막전 결장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빡빡한 경기일정 때문이라는 분석이 많다. 맨유는 오는 20일 오전(한국시간) 번리와 프리미어리그 2라운드를 갖는다.
올 시즌에도 맨유는 어김없이 리그, 칼링컵(컵대회), FA컵, UEFA 챔피언스리그 등을 소화해야 한다. 특히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레알 마드리드로 이적한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의 공백을 메워야 한다는 부담까지 가중됐다.
박지성은 버밍엄 시티와의 개막 경기에 출전하지 못했다. 오히려 경쟁자인 안토니오 발렌시아와 루이스 나니가 좌우 측면 미드필더로 선발 출전했고 노장 라이언 긱스가 교체로 그라운드를 밟았다.
올 시즌 챔피언십(2부리그)에서 승격한 버밍엄 시티를 상대로 이들 박지성의 경쟁자들이 공격포인트를 기록하지 못했다는 점이 그나마 위안거리다. 맨유는 수차례 공격 기회를 잡고도 웨인 루니의 한 골을 불안하게 지키며 1-0으로 경기를 마감했다. 공격을 풀어주는 사람도 보이지 않아 오히려 박지성으로서는 느긋하게 다음 번리전을 기다릴 수 있게 됐다.

이청용은 게리 멕슨 감독의 애정을 확실히 받은 것으로 보인다. 멕슨 감독은 이청용이 빨리 팀에 합류하기를 재촉했고, 선덜랜드와의 개막전 후반 22분 교체 투입으로 기대치 가 어느 정도인지를 보여줬다. 이청용은 한국에서 도착한 지 30시간 만의 출전이었다.
선굵은 축구를 구사하는 볼턴과 이청용의 궁합이 맞겠느냐는 주위의 우려도 있었지만 데뷔전에서 골 찬스를 잡는 등 괜찮은 활약을 해 호평을 받았다. 주요 영국 언론들도 "활기찼다(Lively)"는 평가로 이청용에 기대감을 나타냈다.
다만, 패스 중심으로 경기를 풀어가 윙어 특유의 돌파력을 보여주지 못한 점이나 잔디 적응 등은 앞으로 이청용이 보완해야 할 과제다. 투입된 지 2분 만에 골키퍼와 일대일로 맞설 기회를 잡았지만 잔디에 걸려 넘어져 아쉬움을 남겼기 때문이다.
지난 주중 파라과이와의 친선경기를 소화한 뒤 팀으로 되돌아간 조원희는 후반 44분에서야 출전 기회가 주어졌다. 장시간 이동에 따른 피로 누적에 대한 배려로 풀이된다.
경쟁자였던 발렌시아나 리 캐터몰이 각각 맨유와 선덜랜드로 이적해 기회는 많다. 위건은 오는 19일 오전 울버햄턴과 2라운드를 앞두고 있어 조원희의 몸상태가 완전하게 회복되면 출전 가능성이 클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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