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초롱이' 이영표(32)가 사우디아라비아 알 힐랄로 전격 이적한 배경은 무엇일까.
이영표의 소속사인 ㈜지쎈은 11일 설기현(30)이 지난 1월부터 6개월 임대 생활을 했던 사우디 알 힐랄과 이영표가 1년 계약했다고 밝혔다. 세부 조건을 알려지지 않았다.
이번 이적으로 이영표는 2003년 거스 히딩크 현 러시아 대표팀 감독을 따라 네덜란드 PSV 아인트호벤으로 이적한 뒤 2005년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토트넘 핫스퍼, 2008년 독일 분데스리가 보루시아 도르트문트 등 유럽팀을 거쳐 중동에 첫 발을 내딛게 됐다.
이영표의 이적에 알 힐랄의 사미 알 자베르 단장은 구단 홈페이지를 통해 "1군 전력의 90%가 완성됐다"라며 큰 의미를 부여했다.
당장 이영표는 과거 대표팀에서 한솥밥을 먹었던 후배 이천수(28)와 겨루기를 할 것으로 보인다. 이천수도 원소속팀인 네덜란드 페예노르트 로테르담이 알 나스르와 이적에 합의해 절차를 밟기 위해 10일 사우디 리야드로 들어갔다.
사우디 이적에는 무엇보다 이영표의 적지 않은 나이가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이영표는 지난 시즌 초반 도르트문트에서 주전을 확보하며 14경기 연속 풀타임 출전하는 등 막강 체력을 과시했다.
그러나 데데가 부상에서 복귀하면서 왼쪽 풀백 주전 경쟁에서 밀렸다. 결장하는 일이 잦았고 리그 막판에는 경기를 거의 뛰지 못했다. 때문에 지속적인 활약을 위해서라도 주전을 확보할 수 있는 팀이 필요했던 것으로 보인다.
사우디의 대표적인 팀이지만 외국인 팀 동료가 많다는 점도 눈에 띈다. 스웨덴 대표팀이기도 한 크리스티안 빌헬름손(30)을 비롯 미렐 라도이(28, 루마니아), 티아구 네베스(24, 브라질) 등이 이영표와 함께한다. 이들은 모두 빅리그를 거친 실력파들이다.
같은 소속사 설기현의 앞선 경험도 무시 못할 부분이다. 설기현은 알 힐랄에서 26경기를 소화하며 1골 6도움으로 준수한 성적을 기록했다. 이 때 얻은 자신감은 풀럼 재도전이라는 의지로 완성됐다.
세금에서 자유로운 것도 한 몫 한다. 이영표의 구체적인 연봉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대략 100만 유로(약 17억 원)인 것으로 알려졌다. 프리미어리그가 연봉의 절반 가까이를 세금으로 내야 한다면 사우디에서는 전부 손에 쥘 수 있다.
다만, 독실한 기독교 신자로 널리 알려진 이영표가 이슬람권 문화를 극복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이영표는 지난 2006년 여름 이적 시장 때 AS 로마(이탈리아)의 러브콜을 계속 받았지만 기도를 한 뒤 로마행을 포기했다고 밝힌 바 있다. 종교적 배경이 고려된 부분인 만큼 사우디행은 예상 밖의 선택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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