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두산 붙박이 2루수 고영민의 부상으로 김재호가 기회를 잡은 듯 보인다. 평소 벤치 신세를 면치 못하며 뾰루퉁한 표정을 짓고 있던 김재호가 이제 특유의 '살인미소'를 보여줄 수 있을까.
고영민은 지난 10일 잠실 한화전 5회말 공격 때 유격수앞 땅볼을 친 후 1루로 전력질주하다가 그만 발을 접질렀다. 베이스 옆부분을 잘못 밟으면서 오른발이 완전히 젖혀졌고, 검사 결과 발목 인대가 늘어나 4주 가량 치료와 휴식이 필요하다는 진단을 받았다.
이에 따라 백업요원 김재호의 어깨가 무거워졌다. 고영민의 공백을 본인이 온전히 담당해야 하기 때문이다. 김경문 감독은 유격수 백업으로 배치시켰던 이대수를 불러올려 김재호의 부진에도 대비하고 있지만, 일단 현재로서는 고영민의 공백을 김재호로 메울 작정이다.
최근 들어 2루수 백업요원으로 활약하던 김재호의 얼굴에는 웃음이 사라졌다. 출전 기회가 적고, 가끔씩 그라운드에 나서도 좀처럼 안타를 쳐내지 못한 탓이다. 치열한 내야경쟁을 벌이고 있는 두산 내야수로서 김재호는 스스로 자신의 활약에 만족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 겨울, 김재호는 이미 올 시즌 치열한 주전 포지션 경쟁을 예감하고 구슬땀을 흘렸다. 손시헌의 군제대 복귀와 FA 보상선수인 이원석 영입으로 한층 두터워진 팀 내야진은 김경문 감독으로서는 흐뭇하겠지만, 정작 선수 입장에서는 엄청난 스트레스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
때문에 김재호 역시 쉴 수가 없었다. 전지훈련 전 휴식기간에도 김재호는 쉬면 도태된다는 사실을 깨닫고 하루종일 웨이트장에서 살다시피 했다.
개막 직후 좀처럼 활약 기회를 잡지 못하자 김재호는 "다 제가 못해서 그런거죠, 어쩌겠나요, 기회 올 때 잡아야죠"라고 진한 아쉬움을 수시로 표현한 바 있다.
물론 김재호는 이후 종종 그라운드에 모습을 드러냈지만, 성적표는 신통치 않다. 13경기서 16타수 2안타, 타율 1할2푼5리. 이 와중에 실책도 3차례나 범했다.
하지만 이제 김재호에게 자신의 존재감을 어필할 수 있는 기회가 제대로 찾아왔다. 기간은 고영민의 복귀까지 한 달 가량.
과연 김재호는 이대수와 자신을 저울질하고 있는 김경문 감독의 선택을 이끌어낼 수 있을까. 올 시즌 김재호가 가장 증요한 시기를 맞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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