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충고는 2006년 제40회 대통령배서 정상을 밟은 뒤 이어 열린 제61회 황금사자기까지 우승을 차지하며 단숨에 2관왕에 올랐다. 1963년 야구부 창단 이후 42년만에 최고의 성적을 거두고 만년 약체팀이라는 오명을 단번에 씻어낸 장충고였다.
당시 이용찬(현 두산), 이승우(현 LG), 전진호(동국대)등 철옹성 마운드와 거포 이두환(현 두산) 김명성(현 중앙대) 황인권(현 건국대 ) 등 짜임새 있는 중심타선, 그리고 무엇보다 안정된 수비력이 2관왕을 가능케 했다.
물론 이런 탄탄한 전력의 뒤에는 2002년부터 지휘봉을 잡은 유영준 감독이 버티고 있었다. "제가 뭐 한 게 있나요? 애들이 다 알아서 해줬을 뿐이죠." 윽박지르기보다는 보듬어주는 지도 스타일로 결실을 맺은 유영준 감독은 스스로 해보겠다는 의지로 뭉친 선수들 덕분이라며 공을 돌렸다.
2006년에 이어 2007년 황금사자기에서도 장충고는 결승전에서 천안북일고를 3-0으로 물리치며 대회 2연패를 달성했다. 이 때는 최원제(삼성) 박민석(두산)이 전년도부터 구축된 막강 마운드의 아성을 지켰고, 김경모(삼성, 현재 상무) 김현우(건국대) 백용환(KIA) 등이 날카로운 공격력을 뽐냈다. 황금사자기의 연이은 우승은 장충고가 명실공히 야구명문으로서 입지를 다지는 계기가 되었다.
그러나 작년에는 부진했다. 전국규모 8개 대회 중 5개 대회에 참가해 2승 5패에 그쳤다. 황금사자기, 무등기, 봉황대기 1회전 탈락, 대통령배, 화랑기 2회전 탈락. 이같은 부진은 예기치 못한 부상이 원인이었다.
"강윤구(히어로즈 1차지명), 강민구(중앙대) 최재훈 등 투수들이 줄줄이 부상을 입었죠. 3학년 투수는 거의 출전하지 못했어요. 한마디로 바닥이었죠."
유영준 감독은 지난해 성적에 대한 아쉬움을 토로했지만 2009년은 달라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부상으로 팀 전력에서 이탈했던 강송훈 고대환 김윤식에게 기대를 걸고 있어요. 동계훈련과 연습경기를 치르다보니 가능성이 보이네요.(웃음) 올해는 팀 전력들이 다 고만고만해요." 은근히 여유있다는 듯 유 감독의 미소에는 어딘지 모를 자신감이 배어 있었다.

* 류현진 닮은(?) 안방마님 정성민
홍은중학교에서 외야수였던 정성민은 고교진학 후 외야와 1루를 돌아가며 지켰다. 스스로 '멀티 플레이어였다'고 할 만큼 여러 포지션을 경험했지만 올해는 포수 마스크를 쓴다. 180cm, 89kg의 다부진 체격으로 주장 자리를 꿰차고 솔선수범해야 하는 막중한 책임도 안겨졌지만 자신만만하다.
특히 운동을 그만둘까 고민하는 후배들을 지도자 이상으로 달래고 격려할 줄 아는 강한 리더십을 갖춘 선수라며 유 감독은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적극적이고 쾌활한 성격으로 파이팅이 넘친다. 단국대에 진학한 선배 이홍구(포수)의 빈자리를 채워야 하는 만큼 요즘은 수비연습에 집중하고 있다. 일단 투수들이 믿음을 가질 수 있도록 해주는 듬직함이 장점으로 손꼽힌다.
팀내 3번타자로서 타격에도 재능이 있는 우투우타다. 류현진(한화) 선수같이 근성있고 배짱있는 선수가 되고 싶다며 외모가 비슷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최고의 선수를 닮았다는 것 자체가 기분 좋다며 너스레를 떨기도 했다. 인터뷰가 끝났음에도 불구하고 동기들의 장단점을 들춰내는 모습에서 역시 포수가 갖춰야 할 '입담'만큼은 제대로 갖춘 듯 했다.
모교 선배 가운데 포수로서는 가장 대표적인 선수가 이정식(삼성)이라며 후배들도 잘 챙겨주고 학교도 자주 찾아온다고 자랑을 늘어놓았다. 더불어 제대를 한 만큼 올해는 현재윤과의 경쟁에서 이겨 더 많은 경기에 출장하길 바란다는 후배로서의 응원을 보내기도 했다.

*라이벌은 없다. 내 자신이 라이벌일 뿐. 강송훈
우완 정통파로 평균 구속 130km대 중반을 웃도는 강송훈은 슬라이더가 주무기이며 제구력에 자신있다. 도신초-강남중학교를 거쳐 1학년 때까지는 외야를 맡다가 2학년 때 투수로 전향했다.
작년엔 부상으로 인해 전반기에는 뛰지 못하고 재활 훈련에 매달려야 했지만 무등기 첫 경기였던 진흥고전에서 선발 투수로서의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8이닝 동안 30명의 타자를 상대로 5피안타 1실점. 호투했지만 팀 타선이 침묵을 지키는 바람에 결국 0-2로 패한 것이 아직까지도 미련이 남는다고 했다.
"생각이 많고 소심한 성격이지만 마운드에서만큼은 강한 모습을 보이고 싶어요." 굳이 닮고 싶은 선수를 꼽자면 임태훈(두산)이라며 자신있게 던지는 모습에 반했다고 덧붙였다.
*싱싱한 어깨로 승부한다. 고대환
올해 장충고의 좌완 투수로는 김재영과 고대환이 버티고 있다. 그 중에 고대환은 2학년 때 팔꿈치 인대가 고장나 경기에 나서지 못하고 재활로 시간을 보냈다. 다행히 지금은 아프지 않고 정상 컨디션을 되찾았다.
중대초교- 잠신중학교를 거친 고대환은 181cm, 78kg 으로 이상적인 체격 조건을 갖추고 있다. 잠신중 3학년 당시 전국 중학선수권대회 MVP 수상 경력을 갖고 있기도 하지만 '다른 야수들이 잘해줘서 받을 수 있었다'며 겸손하게 자신을 낮췄다.
성남고 정대현 투수가 라이벌이라는 고대환은 대회 성적보다는 학생 본분인 학업에도 소홀하지 않았던 잠신중학교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장충고의 부름을 받자 한치의 망설임 없이 진학을 결정했고, 지금도 그 선택이 옳았다며 자율적인 팀 분위기에 대한 만족감을 표시했다.

*장안의 화제 'F4 구준표'를 닮은 김건효
장충고 야구부의 최고 미남이라고 자타가 인정하는 김건효는 작년까지는 이름이 김석용이었다. 부모님의 권유로 개명을 했는데 지금의 이름이 더 어울려 보인다.
수원에서 장충고까지 통학을 하기 때문에 지각도 자주 한다는 김건효는 최근 인기급상승 중인 드라마 '꽃보다 남자'의 주인공 이민호(구준표 역)와 외모가 흡사하다.
원래는 축구를 좋아했는데 학교(강남초)에서 야구대회에 나섰다가 감독의 눈에 띄어 야구를 시작했다. 177cm, 72kg으로 유격수를 맡고 있는 그는 팀내 1번타자로 공격의 물꼬를 터야 하는 자리에 어울리게 발도 빠르다. 작년 11월에 열린 서울시 고교야구 추계리그에서 도루왕을 차지하기도 했다.
점심시간을 이용해 모인 이들 4명의 선수들은 도란도란 장충고 자랑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감독님도 좋으시죠, 훈련도 다른 학교에 비해 많지 않죠, 천국이죠 천국. 우승 이후 시설도 많이 좋아졌어요. 이젠 점심도 밖이 아닌 학교내 식당에서 먹을 수 있어요. 올해 뭔가 좋은 예감이 들어요. 계속 이기고 있거든요."
최근 여러 팀과 돌아가며 연습경기가 한창인데 팀 타선이 서서히 불이 붙으면서 페이스가 좋다며 밝게 웃었다. "우리가 1학년 때 (최)원제 형, (김)경모 형이 있었거던요. 그 때 정말 최고였죠. 이젠 우리가 후배들에게 그 짜릿한 기쁨과 감동을 맛보게 해야죠."
1년간의 침묵을 깨고 비상을 꿈꾸는 장충고의 선전을 지켜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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