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리 아빠'로 유명한 김수정 화백이 일본 애니메이션이 최고라고 생각하는 어린이들에게 한국 애니메이션에 대한 자긍심을 길러주고 싶다고 밝혔다.
12년 만에 새롭게 각색돼 안방극장을 찾는 토종 애니메이션 '아기공룡 둘리'의 총 지휘에 나선 김수정 화백는 18일 오후 SBS 목동사옥에서 기자들과 만나 '둘리'와 한국 애니메이션의 미래에 대한 깊은 속내를 털어놨다.
이날 새롭게 돌아온 '둘리'의 영상회 후 김수정 화백은 "둘리가 요즘 만화와 비교해 촌스럽다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을 것"이라며 운을 뗐다.
그러면서 김 화백은 "실제로 우리 어린이들의 눈에는 일본 애니메이션이 익어있다"며 안방극장을 장악하고 있는 일본 애니메이션과 '둘리'의 차이점에 대해서 상세하게 설명했다.
김 화백은 "일본 애니메이션은 기본 컬러가 압축되어 있다. 사람 얼굴이나 액션 위주로 잡고 색깔이 선정적이고 음악도 비트있게 쾅쾅 댄다"고 말했다.
김 화백은 또 "그런 애니메이션과는 달리 둘리는 풀샷을 잡아 행동이나 움직임 위주로 간다. 처음에는 뭔가 성에 차지 않고 스타일이 안 맞는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그래도 정직하게 만들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풀 화면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모든 동작 찾아내겠다. 한국적 연출에 선진적인 애니메이션 행태 가지고 가고 싶다"고 말했다.
김 화백은 최근의 애니메이션들이 한국적인 정서를 잃어가고 있는 것에 대해서도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그래서 그는 '둘리'는 가장 한국적인 정서가 담긴 캐릭터로 만들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김 화백은 "우리나라에서 보통 국적이 없는 캐릭터가 국제성을 갖췄고 세계화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한국적인 정서를 가지고 있어야 한국 캐릭터가 되고 또 세계적인 캐릭터가 된다고 생각한다. 한국 캐릭터를 알고 나면 한국을 알고 한국이라는 나라에 대해 알고 싶어지는 것"이라고 뚜렷한 소신을 밝혔다.
김 화백은 "우리 애니메이션 캐릭터를 보면 김치를 먹지 않고 빵을 먹는다. '둘리'에서는 김치도 먹고 숟가락도 사용한다. 우리 캐릭터는 최대한 된장스럽고 고추장스러운 캐릭터다"고 덧붙였다.
이어 김 화백은 "둘리를 통해 우리 어린이들에게 자긍심 심어주고 싶었다. 일본 애니메이션을 최고로 아는 아이들에게 '우리에게는 둘리가 있어' 이런 생각이 드는 애니메이션을 만들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스토리와 캐릭터 성격 등을 상당 부분 각색한 '아기공룡 둘리'는 12년 만에 SBS를 통해 시청자들에게 선보인다. 오는 25일 성탄특집으로 '거짓말' 등을 연속방영하며 26부작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된 본편은 내년 1월 8일 방영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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