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 잘하기로 소문난 배우 김명민이 아직 연기를 모르겠다고 말한다.
드라마 '하얀거탑'에서 소름이 돋을 만큼 강렬한 연기를 보여준 김명민은 심지어 "아직 역량이 많이 부족하다", "연기를 잘 못하는 것 같다"라는 말까지 한다.
매 작품마다 캐릭터에 빠져 그 인물이라면 어떻게 행동했을까? 어떤 생각을 할까? 끊임없이 생각하고 생각한다는 그는 연기가 일종의 정신병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작품이 결정되고 나면, 그 사람이 되어서 사는 것 같습니다. 내가 맡은 캐릭터를 온전히 연구하고 나서 이런 상황에서 이 사람은 어떻게 행동할까? 어떻게 말할까? 끊임없이 생각하고 생각하는 거죠."
"작품을 하는 동안은 다른 사람들을 만나 떠들며 놀 수가 없어요. 다른 사람과 이야기하는 동안 내 안에 쌓여진 캐릭터가 조금씩 조금씩 날아가는 듯 하거든요. 어쩌다 사람을 만나고 온 날은 내 자신을 쥐어뜯으면 자책합니다."
"일종의 정신병 같아요. 하지만 현대인들은 누구나 이런 정신병을 겪지 않나요? 여자분들은 지나가다 예쁜 옷이나 구두를 발견했을 때 바로 구입하지 못하면 며칠 동안 머리 속에서 그 옷과 구두가 떠나지 않는다면서요. 그런 것과 비슷한 것 같아요."
촬영하는 동안은 자신이 맡은 그 인물이 되려고 발버둥치는 그에게도 분명 기계적으로 연기하는 시절이 있었다.
"물론, 저에게도 그런 시절이 있었어요. 그 때는 현장에 가기 전에 200%를 준비했어요. 그리고 제가 준비한 대로만 연기를 했죠. 그러니 연기가 기계적일 수밖에요. 하지만 지금은 50% 정도만 준비하고 50%는 비워두죠. 현장의 분위기나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연기할 수 있는 것 같아요."
100명의 배우가 있다면 100가지 연기법이 있다고 할 정도로 배우마다 캐릭터를 표현하고 상황을 표현하는 것이 제각각이고 그 어느 것도 정답일 수 없다.
연기를 한다기보다 그 캐릭터를 살아낸다는 표현이 어울리는 김명민은 복잡한 심리를 가진 캐릭터를 선택함으로써 한층 더 자신을 소진시켜왔다.
"가령 음식을 만드는 데 3가지 재료가 있다고 하면, 그 음식은 누가 만들든지 비슷한 맛과 모양을 지니게 될 거에요. 하지만 재료가 10가지로 늘어난다면 만드는 사람에 따라 다양한 맛과 모양이 만들어질 수 있겠죠. 만드는 과정이 힘들고 어렵겠지만 성취감도 그 만큼 클거예요. 저도 그런 배역에 이끌리는 것 같아요. 복잡한 심리와 감정이 내포돼 있는…"
"그래서인지 영화도 스릴러가 좋아요. 집에서 시간 날 때 보는 영화도 온통 스릴러죠. 그리고 차기작도 스릴러죠. '또 스릴러야?' 하는 분들도 있는데, 같은 스릴러라고 이야기가 다르고 캐릭터가 다르니까요(웃음)."
이미 충분한 열정을 쏟아붓고 있는 김명민은 자신의 목표가 매 작품에 최선을 다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이 지독한 완벽주의자는 언제쯤, 어떤 작품에서 내 연기가 만족스럽다고 말하게 될까? 설사 그 시점이 오지 않더라도, '완성'을 향한 그의 열정을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꽤 흥미로울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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