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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덕]아나운서 과잉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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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만 틀면 아나운서다.

오히려 뉴스에서 보는 아나운서가 어색할 지경이다. 예능 프로그램 진행은 기본이고, 예능 프로그램 게스트로, 특집 프로그램의 주인공으로 분주하게 등장하는 아나운서들은 노래하고, 춤추고, 신변잡기를 풀어놓는다.

바야흐로 아나운서 과잉시대다. 최근 일주일만 살펴보자.

먼저 24일엔 KBS 추석특집 프로그램 '앙케이트 쇼-아나운서의 비밀'이 방송됐다. 아나운서들은 경쟁적으로 인기 개그 코너를 패러디하는가 하면, 섹시한 춤으로 끼를 과시했다. '아나운서들이 뽑은 최고의 바람둥이' '주사가 가장 심한 아나운서의 에피소드' '가장 연예인에게 대시를 많이 받은 아나운서' 등의 순위가 공개되기도 했다.

25일에는 MBC '추석특집 스타맞선 러브러브 스튜디오'가 방송됐다. MBC 여자 아나운서들은 김동완 알렉스 정준하 정형돈 김종민 등과 호흡을 맞추며 끼와 매력을 과시했고 커플을 이뤘다. 27일엔 KBS '해피투게더 시즌3'가 아나운서 특집의 대미를 장식했다. 여자 아나운서들은 노래와 춤은 물론, 자신의 사랑하는 사람, 주량, 목욕탕 일화 등 신변잡기의 얘기들로 당당히 예능 프로그램의 주인공이 됐다.

물론, 추석특집이 편성된 관계로 아나운서의 과잉이 더욱 심했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다. 5월 31일 MBC '지피지기' MBC 대표 미녀 아나운서 특집과 6월 21일 MBC 대표 미남 아나운서 특집, 7월 1일 '일요일 일요일 밤에'의 '경제야 놀자' 코너, 6월11일 SBS '야심만만'의 '더 이상의 내숭은 없다', 6월23일 KBS '스타 골든벨' 아나운서 게스트 등을 살펴보면 말이다.

이러다가 '보도국 아나운서팀'과 '예능국 아나운서팀'으로 나뉘어지는 건 아닐까. 이러다가 아나운서가 '출연료 싸고 인기있는 고급(?) 연예인'이 되는 건 아닐까.

아나운서 과잉시대는 필연적으로 도래했다. 자사 아나운서가 연예인처럼 예능프로그램 게스트로 자주 얼굴을 드러내고 거기서 좋은 반응을 얻으면 차후 예능프로그램 진행을 맡길 수 있기 때문이다. 몇몇 스타 MC군단에게 지급되는 고액의 출연료를 절감할 수 있고 자사 프로그램의 색깔을 분명하게 할 수 있다는 논리다.

또 하나의 이유는 시대적 흐름이다. 신세대 시청자들에게 더이상 아나운서는 단추를 목까지 잠근 정형화된 직업군이 아닌, 때론 인간적이고 솔직하고 나아가 패셔너블하고 섹시하기까지 해야 하는 멀티플레이어로 비춰진다. 젊은 세대들은 아나운서들에게 건강하고 발랄한 신세대적 모습과 파격적이고 색다른 모습을 보기 원한다.

하지만 아나운서는 아나운서다. 아나운서는 아나운서다워야 한다. 아나운서도 사람이고 각자 개성과 색깔이 있다는 것, 뉴스에 잘 맞는 아나운서와 예능 프로그램에 잘 맞는 아나운서가 있다는 것을 인정한다고 해도 결국 그들은 아나운서다.

아나운서는 사회적 책임을 지니고 사실을 전달하는 일을 기본으로 한다. 그들에게 신뢰는 생명이다. 아나운서 과잉시대에 아나운서 스스로는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치열한 고민이 있어야 하고, 방송사 측에서는 그들의 인기를 이용한 무책임한 '캐스팅 남발'에 대한 내부적 고민이 있어야 한다.

눈앞의 시청률과 눈앞의 인기에 방송사와 아나운서가 양적·질적 '과잉'을 빚는 모습은 보기에 안타깝다.

KBS '상상플러스' 제작진이 기억하는 노현정 아나운서의 모습은 이렇다. "처음에 웃음을 참는 것이 너무 힘들어 보여 굳이 참지 않아도 된다고 했어요. 하지만 노 아나운서는 자꾸 웃고 가볍게만 가다 보면 어휘 등을 전달할 때 신뢰도가 떨어질 수 있다며 한사코 웃음을 참아보겠다고 했죠. 노 아나운서는 아나운서로서의 자부심과 역할에 대한 책임감을 갖고 전달력 등에 신경을 쓰는 것을 최우선으로 했습니다."

아나운서는 아나운서로서의 본분을 잊지 않는 것, 방송사는 '마구잡이식 아나운서 기용'을 자제하는 것, 이것이 아나운서와 방송사의 윈윈 전략이 아닐까. 그럴 때 '아나운서의 파격 변신'이라는 프로그램 홍보문구가 비로소 가슴에 와닿지 않을까.

조이뉴스24 /박재덕 기자 avalo@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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