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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락프로, '모자라거나 리얼하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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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5일 방송된 '무한도전'의 '썩소 앤 더 시티'편의 키워드는 '모자람'이었다.

시청자들을 사로잡는 여러 가지 웃음 포인트 중 '무한도전'은 '대한민국 평균 이하'를 지혜롭게 이용한다. 자막에서도 '막장 스타일- Off Style'등의 패러디를 즐겨 사용한다.

이 날도 여섯 멤버들이 저마다 각고의 노력 끝에 파티룩을 연출하지만, 정형돈, 유재석, 박명수 등이 어설프다 못해 안쓰러운 모습을 보였다. 이미 '3색 패션'이라는 지극히 단순하다 못해 '부족한' 패션 원칙을 강조한 유재석에게는 '도대체 어떤 패션잡지를 본다는 건지' 등의 자막이 입혀진다.

변신 과정에서 보여진 멤버들의 모습이나 변신 후 만찬을 즐기는 장면에서도 난무하는 '무식'과 '상식 부족', 세련된 토크매너와는 상반되는 '반뉴요커적' 푸근함이 시청자들을 웃음바다로 몰아넣었다. '스봉이 불어가 아닌가요', 이런 식이다.

거기에 꾸미지 않은 '리얼 코드' 역시 '무한도전'의 최대강점이다. 끊임없이 반복되는 소재 '흑채'와 '여자 연예인에 대한 동경', '뚱보' '뚱뚱보' '돌+아이' 등의 별명, 서로를 비난하며 자신은 잘난 체 하지만 시청자들에게는 뭔가 부족해 보이는 멤버들의 친근한 모습이 각자의 캐릭터에 더해져 웃음을 안겨준다.

16일 방송된 KBS '해피선데이'의 '1박2일'은 또 어떠한가. '국내최초 야생 버라이어티'를 표방한 이 코너 역시 여과없는 취침기 등 리얼 코드에 조율돼 있고, '모자람'의 미학으로 시청자들을 위로한다.

잠자리에서 끊임없이 고기 얘기를 하는 강호동의 모습이나 '7전 7패'를 기록하며 하염없이 배게에 맞는 김종민의 바보스러움(9일 방송분), 전주 한정식을 앞에 두고 맨밥을 먹어야 하는 '처절한' 강호동의 모습 등이 시청자들에게 웃음을 전한다.

막 잠에서 깨 몽롱한 모습의 멤버들의 모습이나 샤워를 막 마친 모습, 방귀를 뀌거나 먹을 것 앞에 한없이 약해지는 멤버들의 모습 등은 리얼 코드의 전형이다.

'무한도전'이나 '1박2일'은 맹구, 영구, 안어벙 등으로 이어진 '모자람의 미학' 계보를 이으면서, 꾸며지지 않은 리얼함으로 승부한다는 전략이 성공을 거두고 있는 케이스다.

시청자들은 TV 속 캐릭터가 마치 '나와 같거나 조금 모자라야' 마음을 연다. 특히 웃음을 주는 이들이라면, 더더욱 모자라고 실수 투성이여야 한다. 물이 가득 든 물공을 힘차게 헤딩하며 나자빠지거나 식초를 마시고 나서 뛰쳐나가며 뱉어내는 모습에서 희열을 느낀다.

모자란 캐릭터가 여러 일에 도전하면서 가끔씩 잘하거나 발전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까지는 괜찮다. 하지만 '잘 나거나 가식 떨거나'는 사양이다. '못 나거나 리얼하거나'. 그 리얼함조차도 '평균 이하'의 모습이길 바란다.

타인의 눈을 의식해야 하고 때로는 불편하고 거추장스러운 매너나 예의를 강요당하며 때로는 가식까지도 갖춰야 하는 무한경쟁시대의 시청자들에게 '모자라거나 리얼하거나'는 분명 매혹적인 웃음코드임에 틀림없다.

조이뉴스24 박재덕 기자 avalo@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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