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년대 후반부터 마이카 시대로 접어든 우리나라는 사실 자동차 문화라는 것이 아직 일천한 상황이다. 그러나 미국은 다르다. 미국인들에게 자동차는 1900년대 초반 포드의 T형 자동차의 생산이후 삶의 한 부분이 되어왔고 미국 문화의 상징 중 하나로 자리매김했다.
자동차 면허증을 획득하는 것의 인생의 통과의례로 굳어진 미국. 자동차에 대한 미국인들의 사랑이나 관심은 우리보다 한수 위다. 디즈니와 픽사가 이번 여름 시즌에 내 놓은 신작 3D 애니메이션 '카'는 그런 측면에서 미국인들의 향수를 자극하는 작품이다.

나스카(NASCAR 전미개조자동차경주대회)의 우승을 꿈꾸는 신예 레이싱 카 라이트닝 맥퀸은(목소리 오손 웰스 분) 결승경기가 펼쳐지는 LA로 가던 도중 길을 잃는다.
그가 도착한 곳은 지도에서 사라진 66번 도로 곁의 작은 마을 래디에이터 스프링스, 마을 진입로를 엉망으로 만든 덕에 도로를 다시 포장해야 하는 라이트닝 맥퀸은 일주일간 마을에 머물면서 성공에만 집착하고 살아온 자신의 삶을 조금씩 되돌아보게 된다.
픽사가 디즈니와 손잡고 만든 7번째 장편애니메이션 '카'는 픽사의 존재를 만방에 알렸던 '토이 스토리' 1편과 2편의 존 라세터 감독이 다시 메가폰을 잡은 작품이다. 존 라세터 감독은 '토이 스토리'의 성공이후 픽사 애니메이션의 제작에만 관여해오다 자동차 광이었던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자동차를 주인공으로 하는 애니메이션에 도전했다.
픽사의 전작 '인크레더블'보다 한결 진보된 기술적 완성도는 '카'의 가장 큰 장점이다. 자동차를 의인화한 '카'의 화면은 그 자체로만 봐도 탄성을 자아낼 만큼 기존의 3D 애니메이션과 차원을 달리했다. '몬스터 주식회사'나 '아이스 에이지'처럼 털에 집착하지 않는 '카'의 캐릭터들은 실물의 자동차를 화면에 옮겼다는 착각이 들 정도로 질감 표현이 뛰어났다.
특히 극의 초반과 후반에 등장하는 대규모 카 레이싱 장면의 입체감과 사운드의 완성도는 '픽사의 발전은 과연 어디까지인가!' 싶은 절망감(?)이 들 정도로 관객들을 압도한다. 실제 레이싱 경기를 보는 듯한 박진감과 화면의 속도감은 픽사의 새로운 장기가 될 듯싶다.

그러나 '카'의 단점은 지극히 미국적인 정서와 은유를 담고 있다는 점이다. 빠른 속도에만 집착하고 사는 현대인들에 대한 풍자는 보편적인 정서를 담고 있지만 극의 전반에 깔린 정서는 미국의 자동차 문화에 대한 이해 없이는 자칫 지루하게 보인다. 또한 레이싱 경기가 아직 한국에서 익숙하지 않다는 점도 카의 재미를 이해하는데 단점으로 작용한다.
맥퀸에게 레이싱 기술을 가르쳐 주는 닥 허드슨 역의 목소리는 폴 뉴먼이 맡아 간만에 중후한 저음을 들려준다. 이 밖에도 그동안 픽사의 애니메이션을 패러디한 화면이 관객들에게 소소한 웃음을 전해준다.
아이들은 귀여운 자동차 캐릭터에 호감을 느끼겠지만 아이들의 눈높이보다 자동차와 길에 대한 어른들의 향수에 초점을 맞춘 스토리는 장점이자 단점으로 작용할 듯 보인다. 오는 7월 20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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