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미세스 다웃파이어' 황정민 맞춤형 대사에 K패치⋯제대로 웃음버튼

[조이뉴스24 김양수 기자] 배우 황정민이 브라운관과 스크린을 떠나 코미디 뮤지컬 무대에 올랐다. 30년이 흘러도 여전한 명작으로 꼽히는 영화 '미세스 다웃파이어'를 무대화 한 작품이다.

뮤지컬 '미세스 다웃파이어'는 이혼 후 아이들과 떨어져 지내는 아빠 다니엘이 유모 다웃파이어로 변장해 가족 곁으로 다가가는 이야기. 1993년 개봉해 큰 인기를 끌었던 로빈 윌리엄스 주연의 동명의 영화를 원작으로 한다.

2022년 초연을 선보인 뮤지컬 '미세스 다웃파이어'가 3년만에 돌아왔다. 한국 관객들 맞춤형 대사가 일부 추가됐고, 작품의 메시지는 짙어졌다. 이혼가정의 해피엔딩이 반드시 재결합은 아니며, '사랑이 있는 한 다 괜찮을 것'이라는 메시지를 진한 울림을 선사한다.

주인공 다니엘은 세 아이를 즐겁게 키우는 게 1순위인 친구같은 아빠다. 하지만 미란다에게 있어 다니엘은 경제능력이 부족한, 철없고 충동적인 남편일 뿐이다. 덕분에 공연은 시작 10분만에 두 사람의 이혼이 그려진다. 양육권 전권은 미란다에게 돌아간다. 직업도 소득도 심지어 거주지도 불분명한 다니엘에게 주어진 건 '주 1회 접견'에 불과하다. 이 장면에서 "저는 우리 아이들이 필요해요. 아이들에게는 내가 필요하고요"라는 다니엘의 애절한 최후변론은 관객들의 눈물을 자아낸다.

이후 다니엘은 아이들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기 위해 유모 다웃파이어로 변장한다. 미란다에게 말썽꾸러기,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던 다니엘은 다웃파이어가 된 이후 '우리 인생을 바꿔주신 분' '신이 주신 선물'로 추앙받는다. 다니엘 역시 아버지로서의 책임과 양육을 다시 배우며 성숙한 아버지로 성장해간다. 다니엘은 말한다. "너희 아빠로 사는 건 일이 아닌 기쁨"이라고.

10년만에 뮤지컬 무대로 복귀한 황정민은 맞춤형 대사로 관객들의 웃음버튼을 자극한다. 특히 현직 성우인 다니엘이 영화 '범죄와의 전쟁' 속 대사와 '서울의 봄' 전두광의 대사를 성대모사(?) 하는 장면에서는 객석이 말 그대로 빵 터진다.

한국패치를 장착한 장면도 눈에 띈다. 다웃파이어가 "블핑 로제 닮았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는다"고 말하는 장면이나, 'Make me a Woman'에 힐러리, 프리다칼로, 마더 테레사, 오프라 윈프리에 이어 신사임당이 등장하는 부분도 흥미롭다. '잘생기면 다 오빠예요'에서 시작된 오해가 다웃파이어라는 이름으로 완성되는 장면도 깊은 인상을 남긴다.

원작 영화를 추억하는 관객이라면 더욱 흥미롭게 볼 수 있는 장면도 있다. 바로 영화 속 명장면으로 꼽히는 흥 넘치는 청소기 댄스와 가짜 가슴이 불타는 코믹 에피소드다. 뮤지컬에서는 빠르게 스쳐지나가지만 로빈 윌리엄스의 강렬한 코미디 활약을 기억하는 관객이라면 놓칠 수 없는 장면이다.

황정민은 무대에서 20번 이상의 퀵 체인지를 시도한다. 다니엘에서 다웃파이어로. 또다시 다웃파이어에서 다니엘로 변신하는 모습은 언제봐도 흥미롭고 놀랍다. 여기에 브레이크 댄스와 탭댄스, 인형극, 루프머신을 활용한 비트박스와 랩까지 더해 다니나믹한 재미를 선사한다.

'미세스 다웃파이어'는 이혼이 흔한 요즘, 가족의 해체와 새로운 균형에 대해 진지하게 다루면서도 웃음과 눈물을 조화롭게 잘 녹여냈다. 사랑만 있다면 가족의 형태는 중요하지 않다는 다웃파이어의 이야기는 상처받은 많은 이들의 마음을 보듬는다.

황정민, 정성화, 정상훈, 박혜나, 린아, 이지훈, 김다현 등이 출연하는 '미세스 다웃파이어'는 샤롯데씨어터에서 12월7일까지 공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