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뉴스24 유지혜 기자] 테무(TEMU)가 2023년 6월경 한국어 서비스를 시작한 지 어느덧 약 1년 8개월이 지났다. 짧다면 짧은 이 기간 동안 테무는 “초저가”를 앞세워 수백만 건이 넘는 앱 다운로드를 기록하고, 국내 소비자들에게 빠르게 스며들었다. 낮은 가격과 무료 배송이라는 파격 조건에 이끌려 새로운 플랫폼에 눈을 돌린 이들도 많다. 자연스럽게 국내 이커머스 업계가 충격을 받을 것이라는 전망이 이어졌지만, 과연 지금의 상황은 어떠할까? 테무의 등장 이후 국내 이커머스 시장에서 포착되는 변화와, 국내 업체들이 지켜야 할 경쟁우위를 살펴보자.
흔들리지 않는 1위 쿠팡, 한계가 노출된 네이버쇼핑
우선 국내 이커머스 1위인 쿠팡은 여전히 굳건한 모습이다. 테무가 국내에 본격 상륙한 이후에도 쿠팡의 매출은 꾸준히 늘어나며 이커머스 시장 선두 자리를 지키고 있다. 오랜 기간 쌓아온 물류 인프라와 충성도 높은 고객 기반이 그 배경이다. 주문하면 빠르면 당일, 늦어도 다음 날 상품이 도착하는 “로켓배송”은 국제배송 특성상 1~2주가 걸리는 테무가 쉽사리 따라잡기 어려운 경쟁력이다.
반면, 네이버쇼핑은 성장세가 다소 둔화되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검색, 결제(네이버페이), 웹툰, 블로그·카페 등 막강한 플랫폼 생태계를 보유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미 가격에 민감한 일부 소비자들이 테무나 다른 해외 직구 플랫폼을 찾아 이탈하는 모습이 관측되고 있다. 다만 네이버는 알리익스프레스나 테무와 광고·트래픽 제휴를 맺으면서 플랫폼 내 다양한 서비스로 수익을 내는 구조를 지닌 만큼, 단순한 ‘매출 잠식’ 이상의 다차원적 움직임이 가능하다는 점이 특징이다.
테무의 강력한 무기: ‘말도 안 되는 초저가’
테무가 한국 시장에서 보여준 가장 분명한 강점은 역시 ‘초저가’다. 옷, 액세서리, 생활용품, 기기 액세서리 등 국내 소비자가 체감하기에도 파격적인 가격으로 판매하는 제품이 적지 않다. 1천 원대 상품에 무료배송까지 적용되면서, “싼 맛에 한 번 사보자”는 호기심을 자극하는 데 성공했다.
다만 초저가 이면에는 낮은 품질과 서비스 문제가 뒤따른다. 실제로 제품이 광고 이미지와 전혀 다르거나 마감이 부실하다는 리뷰도 심심찮게 들려온다. 해외 직구 특성상 배송이 느리고, 교환·반품이 까다로운 점 역시 소비자들의 불만 사항이다. 결국 테무는 극도로 가격을 중시하는 소비자에게는 ‘대체 불가능한 플랫폼’이지만, 당장 내일이라도 받아야 할 상품이나 품질을 중요시하는 구매자에게는 매력도가 떨어지는 면이 있다.
국내 이커머스가 지켜야 할 경쟁 우위
배송·물류 인프라 강화
쿠팡을 필두로 국내 이커머스가 막대한 비용을 투입해 구축해 온 물류망은, 해외 업체가 단기간에 넘어설 수 없는 높은 진입장벽이다. 특히 당일 혹은 익일 배송을 당연히 기대하는 국내 소비 문화와 맞물려, 빠르고 확실한 배송은 강력한 무기가 된다.
상품 품질 관리 및 신뢰 확보
가격은 조금 비싸더라도 믿고 살 수 있는 상품이 많다는 점은 국내 플랫폼의 또 다른 장점이다. 테무나 해외 직구 플랫폼이 품질이나 위조품 이슈를 해결하지 못한다면, 국내 이커머스는 상품 검증·리뷰·사후관리(AS, 환불 등) 서비스를 앞세워 “안심 구매” 생태계를 확고히 할 수 있다.
차별화된 카테고리 및 PB 전략
신선식품, 프리미엄 상품, 국내 소상공인 브랜드 등은 해외 플랫폼이 쉽게 공략하기 어려운 분야다. 쿠팡의 로켓프레시나 네이버 스마트스토어의 국내 소상공인 특화 지원책처럼, 차별화된 카테고리와 PB(자체 브랜드) 개발로 초저가 공세를 넘어서는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
플랫폼 생태계 & 멤버십 락인(Lock-in)
네이버는 검색, 블로그·카페, 페이, 웹툰 등 다양한 서비스를 하나로 묶어 사용자가 플랫폼을 이탈하기 어렵게 만드는 전략을 펼쳐 왔다. 쿠팡은 유료 멤버십(쿠팡 와우)을 통해 무료배송, OTT(쿠팡플레이) 등 부가 혜택을 제공한다. 이러한 멤버십·생태계 전략은 “단순히 싸게 살 수 있다”는 차원을 넘어, 종합적 혜택을 경험하게 함으로써 고객 충성도를 높인다.
해외 이커머스와의 협업 및 파트너십
중국발 이커머스가 무조건적인 경쟁자가 될 필요는 없다. 이미 네이버쇼핑은 알리익스프레스를 가격 비교 코너에 넣고 트래픽을 공유하며 광고비를 벌고 있고, 해외 상품과 국내 플랫폼을 연결하는 중개 채널로서의 가능성도 열려 있다. 결과적으로 “국내에서 하나의 앱/사이트로 모든 쇼핑을 해결한다”는 편의성을 높여 소비자 이탈을 줄일 수도 있다.
“가격 이상”의 가치로 승부해야
테무의 국내 진출은 불과 1년 8개월 만에 한국 온라인쇼핑 문화를 빠르게 바꾸어 놓았다. 그러나 테무의 존재가 국내 이커머스를 전면적인 위기로 몰아넣었다고 보는 것은 지나치게 성급하다. 가격만 봐서는 테무에 밀릴 수밖에 없지만, 국내 이커머스 플랫폼이 쌓아온 유통·물류·서비스 인프라는 테무가 단숨에 따라잡기 어려운 강력한 경쟁력이다.
무엇보다 소비자는 가격뿐만 아니라 배송 속도, 서비스 품질, 플랫폼 편의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구매 의사를 결정한다. 이미 익일배송에 익숙한 한국 소비자가 2주씩 걸리는 국제 배송에 큰 매력을 느끼기 쉽지 않은 상황이고, 반품·환불 절차가 간편하다는 점 역시 국내 플랫폼을 계속 찾게 만든다.
결국 글로벌 초저가 공습이 거세지더라도, 국내 업체들은 ‘가격 이상’의 가치를 만들어냄으로써 시장을 지켜낼 수 있다. 빠른 배송과 믿을 만한 품질, 간편한 반품·환불 정책, 다양하고 편리한 부가서비스 등을 통해 소비자 경험을 극대화해야 한다. 테무는 분명 강력한 도전 세력이나, 이를 기회로 삼아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한다면 오히려 국내 이커머스 산업 전체가 한 단계 진화하는 발판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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