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뉴스24 정지원 기자] '하얼빈' 이동욱이 현빈, 박정민 등 '하얼빈'을 통해 만난 배우들과의 호흡을 전했다. 그러면서 나라를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하얼빈' 당시 시대상과 현 탄핵 시국에 대해서도 솔직한 생각을 전했다.
6일 서울 모처에서 영화 '하얼빈' 이창섭 역을 맡은 배우 이동욱 인터뷰가 진행됐다. 이동욱은 '하얼빈'에서 독립군 이창섭 역으로 특별출연해 안중근(현빈 분)과 독립운동 방식을 둘러싸고 대립하는 그림을 그려냈다. 최후까지 독립을 위해 싸우다 가는 캐릭터로 관객에게 울림을 안겼다.
이동욱은 '하얼빈'을 찍으며 "어떤 마음으로 여기에 몸을 던져서 20대 초반, 30대 초반에 목숨을 내던졌을까"라며 "나라면 독립운동을 하겠다고 나설 수 있었을까. 참 가늠하기 힘든 마음이라는 얘기를 배우들과 자주 나눴다"고 비화를 전했다. 아래는 이동욱과의 일문일답 전문이다.
◇'하얼빈' 개봉 소감
본의 아니게 '핑계고'에서 2년 전부터 홍보해왔다. 원래는 여름 개봉을 생각하고 있다가 밀렸는데, 겨울에 개봉하는게 영화 느낌과 계절감이 더 잘 맞지 않나 생각한다. CJ와 영화사가 좋아했겠죠? 2년 전부터 홍보했으니까. 내 역할에 비해 너무 홍보를 오래 한 것 아닌가 싶다.
◇분량이 많았다. 정말 특별출연인 것이 맞나.
봐주시는 분들이 어떻게 보시느냐가 중요한 것 같다. 특별출연, 조연의 조연의 조연이다 하는 생각보다는 이 프로젝트에 참여해서 내 몫을 온전히 잘 해내자는 생각만 했다. '그리고 이동욱'이라고 앞에 한 단어 붙여주셔서 그건 감사하다.
◇처음에 어떻게 출연 제안을 받게 됐나.
제작사 대표님과 사적인 자리에서 술을 한 잔 마실 기회가 있었다. 한 두 달 후 시나리오를 받게 됐다. 이창섭 역할을 이동욱이 해주면 잘 어울릴 것 같다고 했다. 새로운 모습을 보여줄 수 있겠다는 생각을 들었다. 우민호 감독님의 부름이라 쉽게 결정했다. 현빈도 있지만 조우진 유재명과 진지하게 연기 한 번 하고 싶었다. 전여빈 박정민과도 호흡 맞춰보고 싶었다. 좋은 분들과 큰 프로젝트 하는 건 연기 필모그래피에 있어서 도움이 될 것 같았다.
◇우민호 감독과는 어떤 대화를 나눴나.
감독님을 처음 뵙고 대화를 나누는데 내가 한 드라마를 거의 다 보셨더라. 그 중 '타인은 지옥이다'가 새로운 모습이라 인상 깊었다고 말해주셨다. 그게 '하얼빈'의 이창섭 역할과 맞닿아있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다만 기존의 이미지와 다른 모습을 보셨기 때문에 이창섭도 이동욱이 할 수 있지 않을까 하고 제의 주신 것 같다. 영화 촬영할 땐 특별한 주문은 없었다. 상의를 하긴 했지만 대전제로 '이창섭은 이렇게 해야 해'라고 말해주진 않았다. 다만 진중하고 선이 굵고 되돌아보지 않는 모습이었으면 좋겠다는 말씀을 하셨다. 그게 안중근과 대비되는 이창섭의 모습이기도 하고, 영화의 전체적 무드가 그러니까. 다른 작품 할 때는 애드리브도 많이 하고 대사도 조금씩 바꾸기도 하는데, 이번 작품에서는 그럴 엄두가 안 나더라. 실존 인물이 희화화되는 모습이 조금도 보이면 안돼서 진지하게 임했다.
◇특출 치고는 분량이 많았다.
각자의 판단인 것 같다. 누구는 특출이라 생각할 수도, 누구는 조연이라 생각할 수도 있다. 특출임을 염두에 두고 연기하진 않았다. 시나리오를 볼 땐 분량이 많지 않다고 느꼈다. 내 몫만 열심히 하자 했는데 촬영 회차가 거듭될 수록 '왜 이렇게 많이 촬영하지?' 싶긴 했다. 20일 가까이 광주에 머물렀다. 덕분에 스태프와 배우들과 더 친해졌다.
◇시국과 맞물려 더 화제를 모으고 있다.
(시국이) 안타깝다. 영화에도 나오지만 이토가 '이 나라는 어리석인 지도자들이 이끌지만 국민의 힘으로 이겨낸다'는 말을 한다. 그 때도 지금도 역사가 반복되는게 안타깝다. 그렇게 이겨낸 국민들의 저력이 있고 서글프지만 그 DNA가 있다. 잘 이겨내고 잘 나라가 정상화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촬영은 2년 전에 마쳐서 어쩌면 여름 개봉일 수도 있었는데, 참 묘하더라. 이런 시국을 예상하지 못했기에. 하루 앞을 예상 못하는 요즘인데 이런 시국과 영화가 맞물리나 묘하면서도 안타까웠다.
◇탄핵 집회에 참여하는 팬들에게 응원 메시지를 보냈다. 유명인으로서 부담은 없었나.
말 그대로 집회 나가는 팬들을 응원하고 싶었다. 추운 날씨에 고생하니까. 옆 자리에 함께 있을 순 없으니 힘 내라는 말을 하고 싶었다. 많은 국민 분들이 비슷한 마음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동욱은 로코, TV 드라마에서 주로 활약했기에 진중한 영화에 갈증이 있을 것 같기도 하다.
그건 아니다. 큰 프로젝트를 하는 게 좋은 경험이었지만, 절대적으로 아주 중요한 부분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행복하고 좋은 일이지만, 이 작품을 못했더라도 나는 이동욱으로서 연기를 하는거니까. '큰 작품을 하면 큰 배우, 드라마를 하면 작은 배우'라는 생각에 갇혀있고 싶지 않다. 노동자로서 열심히 노동하는거다.
◇박정민과 연기 호흡은 어땠나.
굉장히 날카롭다는 느낌을 받았다. 박정민은 날카로운 칼 같다는 느낌이었다. 그쪽에서 에너지를 던져주니까 리액션 하기도 수월했다. 평소 박정민은 말도 많지 않고 조용한 편인데 연기할 때만큼은 돌변해서 멋지게 하는 걸 보고 너무 좋은 배우라는 생각을 했다. 박정민이 가진 여유로움이 있는데 그 역시 배우고 싶었다. 박정민 인터뷰를 봤는데 나에 대해 좋은 얘기를 워낙 많이 해서 나 역시 좋은 말 밖에 할 수 없다. 우리 밖에 없는 환경에서 붙어 있으니까 금방 친해지더라. 좋은 경험이고 좋은 사람이라는 생각을 했다.
◇현빈과의 호흡은 어땠나.
현빈과 한 번은 해보고 싶었다. 현빈이 출연한 작품을 보면서 현장에서 어떨까 너무 궁금했다. 역할이나 무게감 때문인지 몰라도 굉장히 진지하고 진중했다. 영화 타이틀롤로서 리더십도 있었다. 옆에서 가만히 지켜보기만 해도 굉장히 든든하다는 생각을 했다. 영화에서 안중근과 이창섭이 가만히 앉아 대사 나누는 장면이 있는데, 즉흥에서 감독님과 논의해 만든 신이었다. 액션 하자마자 오고 가는 눈빛과 호흡이 굉장히 좋았다. 연기하면서 오랜만에 느끼는 짜릿함이었다. 말을 하지 않아도 뭔가가 되는구나 싶었다. 감독님도 흡족해 하셨다. 그 신 하나가 이창섭과 안중근의 전사를 다 보여주는 것 같았다. 둘의 우정과 믿음을 보여주는 장면이라서 굉장히 좋아한다. 쉬는 날엔 같이 산책하고 점심 먹었다. 또 박정민이 혼자 다니는 걸 좋아해서 박정민이 라트비아 시내를 파악해 놨더라. 알게 모르게 우리 가이드를 해줬다. 다같이 하루 종일 걸어다녔다.
◇'하얼빈' 관객 반응을 찾아봤나.
그걸 찾아보는 성격이 아니다. 무심하다기보다는 어떻게 모든 사람이 나를 좋아하겠냐 싶은 거다. 이 일을 20년 넘게 하면서 든 생각인데 아예 안 보는 게 속 편하다. 나는 사진도 잘 안 본다. 생긴 대로 나오겠지 생각한다. 어떻게 100이면 100 다 날 좋아하냐. 50만 좋아해도 된다.
◇이창섭이 세상을 떠나는 장면 비하인드는?
의외로 그 신이 두 테이크 만에 오케이 받았다. 박훈과 어떻게 연기를 하고 어떤 표정과 감정으로 연기를 할까 대화를 많이 했다. 그 때 박훈이 '일단 해라, 내가 맞추겠다' 하더라. 그래서 현장에서 수월하게 연기했다. 제일 고민했던 건 '총을 어디 맞아야 할까'였다. 이마는 너무 뻔하고. 그 신이 이창섭과 이동욱의 마지막 촬영이었다. 많이 생각하고 준비해 가서 오전 11시에 끝났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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