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뉴스24 박진영 기자]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 박찬욱 감독의 각본과 제작, 강동원의 노비 변신 등 '전,란'은 모든 면에서 기대작일 수밖에 없었고 이를 충족시켜주는 완성도로 공개 즉시 시선을 압도했다. 서사에 있어서는 호불호가 갈리긴 했지만, 최근 넷플릭스 영화 중에서는 단연코 최고의 작품이라고 해도 아깝지 않은 '전,란'이다. '전,란'으로 화려하게 감독 복귀를 한 김상만 감독은 좋은 반응에 만족감을 표하는 동시에 모든 공을 열연한 배우들에게 돌렸다.
최근 공개된 넷플릭스 영화 '전,란'(감독 김상만)은 왜란이 일어난 혼란의 시대, 함께 자란 조선 최고 무신 집안의 아들 종려(박정민)와 그의 몸종 천영(강동원)이 선조(차승원)의 최측근 무관과 의병으로 적이 되어 다시 만나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박찬욱 감독이 제작과 각본을 맡아 기대를 모았으며, 강동원과 박정민, 차승원, 김신록, 진선규, 정성일 등 연기 잘하는 배우들이 합을 맞췄다.
강동원은 최고의 검술 실력을 가진 노비 천영 역을, 박정민은 조선 최고 무신 집안의 외아들인 종려 역을 맡아 뜨거운 브로맨스 케미를 형성했다.
김상만 감독은 '해가 서쪽에서 뜬다면'의 미술감독으로 영화계에 입문한 후 '공동경비구역 JSA'로 대종상 미술상을 수상하고, '사생결단'에서 미술감독과 음악감독을 겸임하면서 다양한 활동으로 주목받았다.
'걸스카우트'로 감독 데뷔 후, 라디오라는 소재를 스릴러적으로 비틀어낸 '심야의 FM'의 연출로 호평을 받았다. 실화를 바탕으로 성악가와 일본인 음악 프로듀서의 우정을 그린 '더 테너 리리코 스핀토'는 2014 상하이국제영화제 스펙트럼 부문에 초청되기도. '전,란'으로 감독 복귀에 나선 김상만 감독은 탄탄한 연출력 뿐만 아니라 감각적인 미술과 음악 등으로도 극찬을 이끌었다. 다음은 김상만 감독과 나눈 일문일답이다.
- '전,란'이 사극이지만, 넷플릭스를 통해 전 세계에 공개되면서 해외 시청자들도 큰 관심을 드러냈다. 해외 반응을 끌어낼 수 있었던 매력 포인트는 무엇이라 생각하나?
"'킹덤'을 비롯해 사극도 좋은 반응은 얻었다. '전,란'은 액션 영화라는 측면에서 더욱 쉽게 접근 가능할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주제에 대해서는 저희 나름대로 우려가 있었다. 하지만 영화제에서 만난 외국 분들도 자국 내에서 민란을 다룬 작품이 숱하게 있었다고 하더라. 클래식한 소재라는 생각이 들었다."
- 영화 내에서 천영과 종려의 손을 많이 부각한다. 특별한 이유가 있나?
"천영 같은 경우엔 노비로서 가지는 흉터가 있다. 거기서 출발한 것 같다. 흉터를 가리기 위함도 있고, 우정의 증표로 천영과 종려의 커플 상처가 생긴다. 이 상처가 두 사람을 감정적으로 이어주는 매개가 된다. 그리고 빨간 헝겊이 많은 사람의 연대를 상징적으로 확장하기 때문에 중요했다."
- 천영과 종려의 브로맨스 반응이 굉장히 뜨거웠다. 예상한 바가 있나?
"특히 여성 관객들이 브로맨스 코드에 흥미를 많이 가지고 있다는 건 알고 있다. '불한당'이나 '탈주'와 같이, 그 관계성을 확대해서 재미있어하는 것이 있다. 그들만의 놀이라고 생각한다. 이들의 관계를 어느 선까지 드러낼 것인가, 우정의 선에 대해서는 일부러 수위 조절을 한 건 없었다."
- 캐릭터가 다 강한데, 배우들에게 연기나 표현에 있어서 어떤 점을 요구했나?
"상업영화라면 기준의 배우들이 가지고 있는 연기 상이 있다. 그런 부분을 가지고 캐스팅을 한다. 캐스팅 이후엔 캐릭터 얘기를 하게 되는데, 저는 세세하게 혹은 엄격하게 디렉션을 하는 건 아니다. 사전에 공유하고 현장에서 즉각적인 아이디어를 배우들에게 받으면서 그걸 반영하는 방식을 선호한다. 감독보다 캐릭터를 더 깊게 파는 건 배우다. 제가 미처 생각하지 못한 방식, 해석이 있다. 저는 딱딱하게 굳어져 있는데 그걸 깨뜨린다. 저는 그런 걸 좋아한다. 그래서 그런 것을 유도하는 경우가 많다. 배우들에게 뭔가를 던지면 오는 티키타카가 좋았다. 하나를 두면 두 개가 오는 느낌이다. 이미지화 역시 마찬가지다. 차승원 배우의 메이크업도 그렇고, 김신록 배우는 "삶에서 부침을 겪으면서 통찰력을 얻게 된 캐릭터"라는 얘기를 던지면 "자기 생각을 털어놓는 데 있어서 굉장히 즉각적인 방식으로 하면 좋겠다"라는 식으로 받아준다. 그런 과정을 경험했다."
- 딱딱하게 굳어져 있는 걸 깨뜨렸다고 했는데, 강동원 배우와 박정민 배우도 들려줄 에피소드가 있나?
"천영이라는 캐릭터가 지닌 목표 지향적인 부분, 그 안에 흐르는 여유로움이 굉장히 좋았다. 강동원 배우가 가진 탁월한 운동 능력, 검무는 누구나 인정할 수밖에 없다. 또 영화 전체를 굉장히 크게 본다. 주연 배우로서 굉장히 중요한 자질이라고 생각한다. 톤에 관한 이야기는 '이 부분에서 감정을 좀 더 올려보자', 혹은 '좀 더 가볍게 해보자'라는 정도가 있었고, 큰 것은 거의 일치했다. 쿵짝이 잘 맞았다."
"박정민 배우는 처음에 종려 캐릭터가 힘들다고 한 적이 있다. 그때 장문의 메일로 셰익스피어의 비극 캐릭터라 생각을 해보라는 얘기를 했다. 종려가 너무 큰 감정의 부침을 겪는다. 스스로 파멸로 몰아가는 것이 있어서 비극의 주인공과 닮았다. 그런 얘기를 했는데, 제가 생각한 것보다 잘 표현해줘서 역시 연기력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
- 영화 보며 놀란 건 아역 배우의 싱크로율이다. 연기도 잘하지만, 정말 두 사람의 어렸을 때를 데려다 놓은 것 같았다.
"그런 반응을 들으면 정말 행복하다. 오디션을 많이 봤는데, 여러 가지 방법이 있다. 저희는 프로듀서님이 배우를 따로따로 하지 말고 조합을 해보자고 했다. 느낌이 새로울 거라고 해서 처음 해본 방식인데, 눈에 띈 두 친구의 연기력도 좋고 외모도 닮았다. 정말 잘 된 캐스팅이라고 생각한다."
- 박찬욱 감독이 어떤 조언이나 도움을 줬는지도 궁금하다.
"사실 그런 건 거의 없었다. 연출, 제작권을 다 맡겨주셨다. 단지 러닝타임 신경 쓰라고 하는 정도로만 얘기했다. 각본이 설계도인 건데, 디벨롭하는 과정에서 이미 많은 이야기를 했다. 감독님은 '동조자' 촬영으로 바쁜데도 새벽에 일어나서 빨간펜 선생님처럼 다 체크해서 보내주셨다. 성실함은 대한민국 아무도 못 따라갈 것 같다. 어느 정도 수준이냐면, 조사나 쉼표 하나까지 다 본다. 완벽성을 가지 분이라 존경스럽다. 각색 과정에서는 사극이고 비극적인 요소가 있다 보니 때로는 대사가 좀 비장해지고 혹은 감상에 빠지는 부분이 있다. 그런 부분을 감독님이 좋아할 리 없다. 그래서 "그런 식으로 절대 하지 마라", "좀 유치하지 않아?"라고 하셔서 지나치게 감상에 빠지지 않게 해주셨다. 편집 과정에선 약간 관습적으로, 기계적으로 하는 것이 있는데 그럴 때 잘 찍어놓은 걸 잘 살리라고, 처음 연출 의도를 많이 살려주려고 해주셔서 너무 감사했다. 만약 이 영화에서 안 좋은 점이 있다면 모두 제 탓이다."
- 큰 액션 시퀀스가 워낙 많았는데, 그중에서도 유독 좀 힘들었다 하는 장면이 있다면?
"아무래도 엔딩에서 삼자대면 액션 설계를 어떻게 해야하는지 고민을 오래 했다. 최초의 시나리오에서는 약간 달랐다. 세 명이 각기 다른 목적으로 부딪혀야 하는데, 액션적 요소만 두드러지기 쉬운 공간이었다. 그걸 보니까 재미있지도 않고 힘만 들더라. 그래서 어떻게 하나 고민을 했는데, 바닷가에서 나타나는 기상 현상인 해무가 갑자기 딱 떠올랐다. 해무가 짙어지면 누구인지 알아볼 수 없고 적과 아군이 흐릿해지는 효과가 있다. 어디서 칼이 날아올지 모르는 긴장, 그리고 혼자 해무 속에 떨어졌을 때의 외로움과 두려움, 이런 복합적인 감정을 표현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영화 스토리상 해무가 걷힐 때 두 주인공의 감정이 해소되고 마무리되는 효과까지 얻을 수 있겠다 싶었다. 이런 잡을 도출하는 데까지의 과정이 지난했던 기억이 난다."
- 강동원 배우는 이전 작품에서도 액션을 잘한다 싶었지만, 이번에 또 명장면을 만들어내더라. 연출하면서 새삼 놀라웠다 하는 지점이 있었나?
"강동원 배우는 칼 쓰는 선도 좋지만 마무리 포즈가 멋있다. 과정도 좋지만, 마지막 포즈가 어떻게 나오나 했는데 부산국제영화제 인터뷰를 통해서 알게 됐다. 본인이 어려서부터 만화를 좋아했는데, 그 이미지를 어릴 때부터 연습을 많이 했다고 하더라. 그래서 어떻게 해야 가장 멋있게 액션이 마무리될지를 알더라. 그건 감독이 디렉션을 해서 만들어지는 건 아니다. 그런 부분에서 특히 빛이 난다고 생각한다."
- 그런 점에서 최대훈 배우와의 마지막 장면이 명장면이라고 생각하는데 팔을 자르는 장면이 너무 잔인하긴 했지만, 그것이 풀샷으로 잡히면서 놀랍다 싶었다.
"액션은 사실 많은 부분이 힘들고 위험하다. 감독마다 다르겠지만, 저는 그렇게 몸 전체의 움직임이 잘 보이는 샷을 좋아한다. 액션이 과격할 때 편집으로 쪼개서 만드는 것보다는 긴 흐름 속 배우가 움직임을 가져가는 것을 온전히 보여주는 샷이 좋다. 그건 전적으로 배우가 해줘야 한다. 배우가 못하면 편집을 활용하는 거다.(웃음) 풀샷에서 배우가 너무 잘해줬고, 그런 움직임을 카메라가 정확하게 팔로우해서 포착했을 때 제일 멋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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