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뉴스24 박진영 기자] 배우 지진희가 '가족X멜로'를 마무리하며 극에서처럼 30억이 생긴다면 조그마한 건물을 사고 싶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뒤늦게 연기를 시작하게 됐을 때 자신만의 것을 만들겠다고 다짐했다는 그는 지난 날을 돌아보며 '행운'이었다고 겸손하게 말했다. 그러면서도 무언가를 시작하면 끝을 보는 성격대로 앞으로도 최선을 다해 연기할 계획임을 전했다.
지난 15일 종영된 JTBC 토일드라마 '가족X멜로'(연출 김다예, 극본 김영윤)는 11년 전에 내다 버린 아빠가 우리 집 건물주로 컴백하며 벌어지는 피 튀기는 패밀리 멜로 드라마다.
엄마를 가운데 둔 부녀의 피 튀기는 삼각 패밀리 멜로라는 독특한 소재가 돋보였던 '가족X멜로'는 자극적인 내용 하나 없이 밝고 경쾌한 전개, 알콩달콩 통통 튀는 영상미, 배우들의 호연 등으로 시청자들의 호평을 얻었다. 특히 힘든 사연이 있었지만, 이를 극복하고 서로에게 마음의 문을 열고 의지하며 희망을 찾아가는 가족애는 뭉클한 감동과 웃음을 안겼다.
마지막 회에서 변무진(지진희 분)과 금애연(김지수 분)은 당분간 재결합을 하지 않기로 했고, 이들 가족은 가족 빌라 302호와 102호, 그리고 자취방에서 각자의 삶을 꾸렸다. 그리고 한 달에 한 번 각자 먹고 싶은 걸 가져오는 '포트럭'으로 밥을 함께 먹었다.
대리로 승진한 변미래(손나은 분)는 여전히 K-직장인의 '갓생'을 살았다. 또 남자친구 남태평(최민호 분)과 오래도록 위시 리스트를 채워갔다. '사업 금쪽이' 변현재(윤산하 분)는 말뿐이 아닌 행동으로 가족들의 지지를 얻어내며, 꿈을 향해 나아갔다. 태평 또한 복잡한 가정사로 갈등을 빚던 아버지 남치열(정웅인 분)과 진정한 화해를 나눴다. 모두가 성장하고 웃게 된 '해피엔딩'이었다. 시청률은 4.2%(닐슨코리아 전국 유료가구 기준)를 기록했다.
지진희는 집안의 전 재산을 날릴 정도로 철없던 '무지랭이'에서 11년 만에 벼락부자가 된 채 가족들에게 돌아온 변무진을 연기했다. 초반 미스터리한 분위기를 형성한 지진희는 디테일한 연기력으로 멜로와 코믹을 오가며 몰입도를 끌어올렸다. 다음은 지진희와 나눈 일문일답이다.
- SNS 반응도 찾아보나? 혹시 기억나는 반응이 있다면?
"SNS에 오는 사람들은 거의 내 팬들이라 늘 응원해주고 좋은 얘기만 해준다. 그래서 좋은 것 말고 그렇지 않은 걸 더 보려고 노력한다. 그중에 기억 남는 것이라고 한다면 '보기 싫다'라는 것도 있었다. '나를 안 좋아하는 사람이구나' 생각하기도 하고, 어떤 부분에서는 주의해야겠단 생각도 한다. 안 좋은 말을 하시는 분들은 그런 부분이 보였기 때문일 거고, 그건 내가 고쳐야 할 지점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좋은 얘기해주시면 굉장히 좋긴 하다. 진지한 것만 하다가 이렇게 코믹한 걸 해줘서 고맙다는 반응이 대부분이다."
- 코믹 캐릭터는 오랜만이었는데 어땠나?
"쉽지는 않았다. 예전에 몇 편 하긴 했지만, 요즘엔 웃음 포인트가 많이 달라졌다. 그 포인트를 정확하게 모르겠더라. 잘못하면 아재가 될 수 있는 부분이다. 감독님이 젊으셔서 조절을 해주셨는데 쉽지 않고 제일 어려운 것 같다."
- 극에서 하이힐을 신는 장면이 있었다. 촬영 때 어땠나?
"생각보다 훨씬 편해서 깜짝 놀랐다. 저를 배려해서 힐도 약간 두껍게 해주셨다. 굉장히 높았는데 문제가 없더라. 물론 짧은 거리를 왔다갔다 했기에 가능했던 거다. 일하면 힘들었을 것 같다. 좋았던 건 몸을 똑바로 세우지 않으면 무너진다. 자세를 바르게 할 수 있어서 자세 교정에 좋다는 생각을 했다. 제가 기본적으로 손목, 발목이 가늘고 예쁘다.“
- 가장 마음에 들었거나 기억에 남는 장면은 무엇인가?
"하이힐 장면이나 태국신이 제일 기억에 남는다. 딸에게 "잘 살았다", "잘 컸다" 하는 장면도 감동적으로 다가왔다. 애연에게는 장난식으로 말하지만 "너 아직 예쁘다"라고 하는 것도 재미있었던 것 같다."
- 만약 30억이 생기면 무얼 하고 싶은가?
"조그만 건물을 사고 싶다. 그리고 아무도 몰랐으면 좋겠다. 조그만 거 하나 사서 2층에 내 공간을 하고, 3층엔 운동하는 공간을 만들고 싶다. 동선을 확 줄이는 거다. 또 세차하는 공간을 만들 거다. 제가 세차하는 걸 좋아하는데 겨울엔 힘들어서 그런 공간을 만들고 싶다. 이미 오래전에 구체적으로 생각해놨다."
- 세차는 왜 좋아하나?
"마음이 정화된다는 느낌이 있다. 개운해진다. 1시간~2시간, 혹은 좀 많이 해서 3시간까지 가면 온몸에 땀이 나고 스트레스가 풀린다. 집중하게 되니까 딴생각, 잡생각이 안 난다. 이제 좀 힘드니까 기계 세차하고 물만 닦아도 기분이 좋다. 심하게 빠지면 붓으로도 한다고 하는데 끝까지는 안 가려고 노력한다."
- 사진에 대한 애정도 남다르지 않나. 요즘은 배우도 사진전을 많이 여는데 이것에 대한 계획은 없나?
"사진 말고 다른 건 10년 전부터 생각해 놓은 것이 있다. 기존에 없던 무언가를 만들고 싶다. 물론 어딘가엔 당연히 있는 것이기도 하겠지만, 뭔가 하나 만들어 보고 싶다. 그런데 저라는 사람이 만들면 온전히 작품으로만 보는 게 아니라 왜곡될 수도 있어서 그 부분을 빼고 어떻게 할 수 있을지에 대한 생각을 이미 다 해놨다. 30억이 생기만 할 거다.(웃음) 건물 꼭대기 층에서 만들지 않을까. 노후에 여유가 생기면 하려고 계획했던 건데, 아직은 여유가 없다. 사실 이 나이가 되면 여유가 생길 거라 생각했다. 일하고 있다는 건 행복하고 고마운 일이라 열심히 일하고 있다. 하지만 내 의지와 상관없이 일을 줄여야 하는 상황이 온다면 그걸 하겠다는 계획을 잡고 있다."
- 스트레스는 어떤 방식으로 푸나?
"운동을 되게 좋아한다. 예전에는 야구, 농구도 미친 듯이 했다. 한 번 하면 끝까지 가는 스타일이다. 안 믿으실지도 모르겠지만, 중학교 때 농구를 아침에 학교 가면서부터 밤 12시까지 했다. 슛을 눈감고 쏴도 들어갈 정도로 했고, 고등학교 농구부에 가려고 테스트를 봤다. 오케이도 났지만 여러 가지 이유로 안 갔다. 그걸로 1등이 될 수 없을 것 같더라. 야구도 하루에 2천 개씩 손이 터질 정도로 스윙을 했다. 마흔 살에는 암벽등반을 시작했고, 요즘은 골프를 한다. 한번 빠지니까 무섭게 빠져서 타협을 봤다. 라운딩하기보다는 연습을 많이 하자는 마음에 연습장을 많이 간다. 샷을 이렇게 쳐보고 저렇게 쳐보고 하는데, 위아래 중간 좌중간 우중간 아홉 가지 틀 안에서 자유롭게 넣을 수 있게 하는 연습을 하고 있다. 평생 안 될 것 같지만 계속 노력하고 있다. 너무 재미있다. 시간이 남아서라고 오해하실 수도 있지만, 절대 그렇지 않다. 잠깐 짬이 나면 바로 가서 하는 편이다."
- 무언가를 항상 100%로 임하게 된 이유가 있나?
"그 결정을 하기까지 오래 걸린다. 결정하면 그냥 간다. 그 결정을 하는 기준은 '내가 10년 할 수 있을까'다. 1년 하고 그만둘 거면 안 하고, 10년 할 거면 결정하고 하는 거다. 야구를 하다 이 일을 하게 된 이유도 이거다. 너무 좋은 운동인데 체력적으로 굉장히 힘들고 제가 생각했던 것과 몸의 움직임이 달라지니까 위험하더라."
- 이제 데뷔 25주년이 됐다. 이에 대한 특별한 마음가짐이 있나?
"25주년이라는 생각을 해보지도 않았고, 저에게는 별로 중요한 건 아니다. 앞으로 내가 이 일을 계속할지 안할지도 모른다. 다만 제가 지금 하고 있는 이 일에서만큼은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 열심히 하고 있다. 가족과 제가 하고 있는 일들을 최대한 잘하는 선 그 다음에 이 일이 있는 거다. 일 때문에 가족을 배제하거나 하지 않는다. 일이 먼저인 건 아니다."
- 황정민 배우와 굉장히 친한데, 대화를 나눠보면 비슷한 성향이 있는 것 같다. 오래 연기하기도 했는데, 배우로서 지금까지 연기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정민 형과 제가 비교되는 건 말이 안 된다. 정민 형은 고등학교부터 연기해서 시간부터 차이가 난다. 저는 직장 다니다가 서른에 시작했다. 그 형은 체계적으로 교육을 받은 사람이고, 저는 운이 좋았다. 제가 여기까지 온 거 보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전 한 가지만 생각했다. 저만의 기준이 있다. 제가 할 수 있는 건 뭔가 했을 때 에너지라고 생각한다. 아우라라고 얘기하기도 하지만, 내가 사람들에게 주려고 하는 걸 사람들이 받길 원해야 한다. 내가 이 일을 한다는 건 누군가가 '계속 나와도 괜찮아'라고 하기 때문이다. 최소한 그 정도는 되어야 한다. 그러려면 어떻게 해야하는지를 처음 연기를 시작할 때도, 지금도 고민하고 있다. 그랬을 때 딱 하나였다. '누구를 닮은 게 아니라 나여야 한다'다. 지진희여야 한다. 처음 회사에 들어갔을 때 대표가 어떤 배우를 지목하면서 "드라마를 100번 보고 따라 해라"라고 했다. 저는 싫다고 했다. 물론 완전히 따라 하라는 건 아니고 따라 하다 보면 나만의 뭔가가 생길 거라는 의미지만, 싫었고 의미가 없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한다면 이 일을 할 수 없다, 오래 가지 못할 거라고 생각했다. 내가 이 일을 하면서 이 분야에서 살아남을 수 있으려면 어떻게 해야하는지를 끊임없이 생각했고, 그 답을 나 스스로 찾아서 가고 있다. 다행히 운이 좋게 아직까지는 가고 있다. 예를 들어 저는 발성을 안 배워서 모른다. 하지만 일반 사람들 모두가 발성이 좋은 건 아니다. 또 마이크가 있고 후시도 있다. 그렇게 다각도로 생각을 좀 많이 했다. 나의 장점과 단점이 있으면, 이 단점을 어떻게 보강할지, 어떻게 하면 거부감이 없을지를 생각한다. 아직까지는 다행히 운이 좋았고, 정민 형은 실력이다."
- 황조지(황정민, 조승우, 지진희)의 중년 여행을 기대하는 사람들이 많다. 풍향고 얘기가 나오기도 했는데 혹시 계획이 있는지 궁금하다.
"풍향고는 갈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스케줄 봐서 가면 가고 안 되면 못 가눈 거다. 늘 그래왔다. 그리고 사진을 보면 아시겠지만, 그때는 세상이 나만 미워하는 것 같은 느낌이다. 그런데 지금 가면 굉장히 여유로울 거다.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이 달라졌을 것 같다. 그런 부분들을 사람들이 보면 편안함을 느끼지 않을까 싶긴 하다. 정민 형이 풍향고에 대해 얘기한 건 영어를 못하는 몇 명이 어플 하나도 안 쓰고 여행을 하는 건데 과연 가능할까였다. 가능은 하겠지만 고생을 할 거다. 저는 그렇게 하고 싶지는 않다. 왜 그런 고생을 사서 하나.(웃음) 편하게 가고 싶다."
- 여행은 아니더라도 평소에 황정민, 조승우 배우를 만나면 우리가 달라졌구나 느끼는 지점도 있나?
"다행인 건 이 사람들이 성공을 했다고 해서 거만해지거나 하지 않는다는 거다. 물론 저는 성공이라고 보지도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이 사람들이 사랑을 받는 거다. 정민 형은 거만과는 거리가 먼 사람이고, 승우는 정의로운 친구다. 그 부분을 높게 산다. 그렇기 때문에 롱런하고 오랫동안 사랑을 받는 거다. 저는 운이 좋은 '행운아'다. 작은 사랑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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