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뉴스24 박진영 기자] 배우 정해인은 인터뷰 때면 검은색 정장을 단정하게 차려입고 기자들에게 다정하게 인사를 건넨다. 무려 7년여 동안 이어진 정해인의 애티튜드다. 정장을 계속 입는 이유를 물으면 언제나 "편해서요"라고 답하는 그다. 매번 똑같거나 비슷해 보이는 옷이지만, 디테일이 조금씩 다르다고 한다. 그만큼 신경을 써서 착장을 준비한다는 것. 인터뷰 스킬 역시 확연히 달라졌다. 매 질문에 성실하고 꼼꼼하게, 그러면서도 유연하고 재치있게 답하려 한다. 이는 곧 정해인이 인터뷰 전 얼마나 많은 준비와 고민을 했는지를 여실히 느낄 수 있게 한다. 그래서 정해인의 인터뷰엔 신뢰로 가득하다.
tvN 토일드라마 '엄마친구아들'과 영화 '베테랑2'로 전혀 다른 얼굴과 매력으로 대중 앞에 선 정해인은 이를 "복"이라고 표현했다. 그리고 드디어 로코 꿈을 이루고, 고민 많았던 빌런 연기 역시 성공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는 점에서 뿌듯한 얼굴을 지어 보였다.
오는 13일 개봉되는 영화 '베테랑2'(감독 류승완)는 나쁜 놈은 끝까지 잡는 베테랑 서도철 형사(황정민)의 강력범죄수사대에 막내 형사 박선우(정해인)가 합류하면서 세상을 떠들썩하게 한 연쇄살인범을 쫓는 액션범죄수사극이다.
2015년 1,341만 명의 관객을 모으며 액션범죄 장르 흥행 신드롬을 일으킨 '베테랑'의 후속작으로, 지난 5월 칸영화제 미드나잇 스크리닝 부문에 공식 초청됐다. 또 토론토국제영화제 스페셜 프레젠테이션 섹션에도 초청 받아 작품성과 흥행성을 고루 갖춘 작품이라는 평을 얻었다.
전편에 이어 액션 장르의 베테랑, 류승완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서도철 형사 역의 황정민이 다시 한번 스토리를 이끌어 가며 전편과는 또 다른 묵직한 재미를 선사한다.
정해인은 신입형사 박선우 역을 맡아 지금껏 보여주지 않았던 색다른 얼굴로 시선을 압도한다. 'UFC 경찰'이라는 별명이 붙는 캐릭터 특성상 탄탄한 피지컬과 놀라운 액션 실력을 보여주는 동시에 소름 끼치는 눈빛과 표정으로 빌런의 존재감을 뽐냈다. 다음은 정해인과 나눈 일문일답이다.
- 필모그래피를 보면 다양하게 채워나가는 것이 보인다. 이런 자신을 돌아보면 어떻게 평가를 하고 싶나?
"평가는 사실 시청자나 관객들이 하는 거라고 생각한다. 저는 이렇게 영화와 드라마를 맞물려서 공개하게 됐는데, 복에 겨운 것 같다."
- 황정민 배우와 가까이서 눈을 마주치고 연기해야 했는데, 많은 지탱이 되기도 하고 반면 부담스러운 순간도 있었을 것 같다.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이 있다면?
"대표적으로 생각이 나는 건 바스트 연기를 할 때 둘이 촬영한 적이 많았다. 선배님은 본인 바스트를 할 때도 최선을 다해서 하시는데, 제 얼굴만 나오는 바스트 신에서도 카메라 뒤에서 본인 에너지로 진심 다해서 해주신다. 그래서 그 에너지를 잘 받아서 할 수 있었다. 배우 정해인으로서도 느낀 건 정말 멋있는 선배님이다. 많은 귀감을 주셨다. 저도 30년 이상 연기를 해서 후배들과 연기를 하게 된다면 그런 애티튜드로 하고 싶은 순간들이 있었다."
- 황정민 배우가 "정해인이라는 배우가 화면에 나오면 관객들 무장해제가 된다"는 말을 했다. 이번 영화뿐만 아니라 '서울의 봄' 같이 짧게 나와도 그런 마음이 생긴다. 그걸 염두에 둔 캐스팅이 아닐까 싶기도 한데, 배우로서 관객을 무장해제시키는 자신만의 무기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제가 그동안 선한 역할만 해서 관객이나 시청자들이 느끼는 믿음과 신뢰가 아닐까 싶다. 이번 '베테랑2'를 통해 제대로 한 대 맞으실 것 같아서 내심 걱정이 되고 짜릿하기도 하다. 여러 가지 복잡한 생각이 드는 것 같다."
- 추석 연휴를 겨냥한 개봉인데 경쟁자도 없는 상황이다. 큰 규모의 영화, 특히 주연작으로 스크린에 걸리게 됐는데 흔치는 않은 일이다. 개인적으로는 어떤 목표가 있나?
"부담스럽긴 하다. 한편으로는, 예전에 제가 영화 홍보를 위해 무대인사를 할 때 같이 걸렸던 한국 영화가 있었다. 거기 주연으로 나오신 한석규 선배님이 무대인사 다니는 차에 오셔서 "힘내, 파이팅"이라고 해주셨던 기억이 난다. 그런데 지금은 한국 영화가 없다. 제가 알기론 내년에 오픈될 영화가 10편도 안 된다. 너무 안타까운 것 같다. 한국 영화가 잘 되면 너무 좋다. 다양하게 나오면 같이 경쟁하면서 발전하게 된다. 그리고 성과에 대해선 기대를 안 해야 실망을 덜 하지 않나. 잔뜩 기대해 놓으면 낙차가 생겼을 때 더 아프다. 그래서 저는 손익분기점만 넘겨도 모두가 고생한 보람이 있겠다는 생각이 있다. 너무 기대를 안 하는 것이 저를 위해서는 건강한 것 같다."
- 류승완 감독이 "책임감이 강하다, 신뢰가 높다"라는 얘기를 거듭 했었다. 물론 현장에 황정민 배우가 있기도 하지만 두 축을 이뤄야 하기 때문에 책임감이 강해야 했을 것 같고, 연차가 쌓이면서 생기는 책임감도 있었을 것 같다. 어땠나?
"둘 다 있다. 작품에서 제 비중이 되게 크고 촬영 분량도 많다. 현장에서 제가 한 마디 한마디 하는 것들, 제가 잠깐이라도 내비치는 공기들이 나비효과처럼 커져서 현장 분위기가 달라지는 걸 안다. 그래서 그게 중요하다. 말 한마디 행동 하나하나도 현장에서는 더 조심한다. 그리고 제 연차가 오래되지는 않았지만, 해가 거듭되고 작품을 할 때마다 드는 생각은 제가 대중 예술을 하는 사람이고 많은 사람에게 우리 작품과 연기를 보여줘야 하기에 거기에 대한 책임감은 있어야 한다. 그리고 함께 만드는 사람들도 그걸 같이 알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 지난해에 인터뷰할 때는 로코를 꼭 하고 싶다는 바람을 밝혔고 '엄마친구아들'로 그걸 이뤘다. 그리고 박선우로 빌런 역할을 하면서 새로운 얼굴을 보여줬는데, 앞으로는 또 어떤 걸 도전하고 싶나?
"로코 꿈을 이뤘다. 드라마 촬영이 끝난 지 얼마 안 되고 바로 영화 홍보를 해서 정신이 없긴 하다. 제가 내년 1월까지 해외 팬미팅을 한다. 남미도 가는데, 이렇게 해외를 많이 나가다 보니 여러 가지 생각이 들 것 같다. 해외 합작을 많이 하기도 하고, 좋은 기회가 있다면 또 도전하지 않을까 싶다."
- 제복이 퍼스널컬러, 필승 조건이라는 평이 많지 않나. 이번에도 제복을 입고 나왔는데, 앞으로도 계속 제복을 입을 마음이 있는지 궁금하고, 만약 그렇다면 어떤 제복을 입고 싶나?
"앞으로 연기를 계속할 테니 제복이든, 유니폼이든 또 입게 되면 거기에 맞게 또 열심히 연기하고 싶다. 제복을 많이 입긴 했는데, 소방관은 안 입어 봤다. 어떤 제복이든 문의해달라. 열심히 하겠다.(웃음)"
- 추석 계획은 어떻게 되나?
"무대인사를 계속 다닐 것 같다. 12일 VIP 시사회를 시작으로 추석 연휴 쭉 무대인사를 돈다. 부산, 대구, 대전, 광주도 간다. 힘 되는 한 최선을 다해 홍보하는 게 저의 역할이다. VIP 시사회에는 '엄마친구아들' 혜릉동 배우들 모두 오기로 했다."
- '아침마당'에도 출연하기로 했다. 생방송 부담은 없나?
"생방송이 부담이긴 한데, 저번에 촬영할 때 '아침마당' 관계자분들이 오셨다. 그때 짧게 얘기를 나누고 인사를 했다. 큰 부담은 사실 없다. 워낙 진행을 능숙하게 잘 해주실 거고 또 정민 선배님이 계시기 때문에 어떻게든 해주시지 않을까 싶다."
- 현재 방영 중인 '엄마친구아들'이 화제성 1위를 기록하고 있고, 해외 성적이나 반응이 굉장히 좋다. 그걸 실감하고 있나?
"실감하고 있다. 인스타그램 팔로워 수가 이상하다 싶을 정도로 많이 올라가서 '왜 이러지?' 약간 그러긴 한다. 이제 해외 팬미팅을 다니다 보면 그때 제대로 눈앞에서 실감하지 않을까 싶다."
- 같은 소속사 식구이자 후배인 이승협(엔플라잉) 배우와 같이 드라마에 출연하고 있는데, 인연이 있지만 연기를 함께 한 건 이번이 처음이지 않나? 어땠나? 선배로서 조언도 해주는 편인가?
"너무 잘한다. 인성도 바르고 진지하다. 다음 작품도 정해져 있긴 한데 승협이가 진짜 잘 해낼 것 같다. 조언도 많이 해주는 편이다. 같은 회사 동료이자 동생이기도 해서 "이제 차근차근 하나씩 올라가면 된다"라는 말을 해주곤 했다.“
- 정소민 배우와 동반 화보 촬영을 찍는 일정이 있기도 하고, 두 사람의 케미가 좋다는 반응도 많은데 어땠는지도 궁금하다.
"좋은 기회가 생겨서 같이 함께 화보 촬영을 찍게 됐다. 아직 찍지는 않았지만 잘 나올 거니까 기대 많이 해주셨으면 좋겠다. 드라마 같은 경우엔 이제 중반 넘어서 클라이맥스로 치닫고 있으니 시청자분들도 그렇게 바라고 기다리셨던 그런 장면이 '이제는 그만 나왔으면 좋겠다' 하실 정도로 많이 나올 거다. 그러니 기대 많이 해주셨으면 좋겠다."
- '베테랑2'를 통해 이런 이야기를 듣고 싶다고 생각한 것이 있나?
"제 팬들은 당연히 '놀랍다', '새롭다' 할 수 있지만, 저를 몰랐거나 혹은 관심이 없던 일반 관객들이 봤을 때 '정해인이라는 배우에게 별로 관심이 없었고 잘 몰랐는데 이번 영화를 통해 다른 작품도 한번 찾아보고 싶다'라는 반응이 나온다면 저는 그것만으로도 최고의 결과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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