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人]① '돌풍' 감독 "설경구 결말 마음 아파, 숭고하게 느껴지길"

[조이뉴스24 박진영 기자] "자신의 몰락을 통해서라도 신념에 대한 책임을 지고, 그것이 숭고하다는 걸 보여주는 것" 김용완 감독이 박경수 작가가 그리고자 했던 '신념과 몰락'의 이야기를 '돌풍'으로 완성해냈다. 매회 허를 찌르는 짜릿한 반전으로 충격과 놀라움을 안긴 '돌풍'이다.

지난 28일 공개된 '돌풍'(감독 김용완)은 세상을 뒤엎기 위해 대통령 시해를 결심한 국무총리와 그를 막아 권력을 손에 쥐려는 경제부총리 사이의 대결을 그린 넷플릭스 시리즈다. 대한민국 정치판을 배경으로 쉴 새 없이 휘몰아치는 강렬한 사건들을 담아냈다.

'추적자 THE CHASER', '황금의 제국', '펀치'로 '권력 3부작'을 완성한 박경수 작가의 7년 만의 신작이자 '​챔피언', '방법' 등 다양한 장르를 그려낸 김용완 감독의 만남으로 화제를 모았다.

설경구는 부패한 세력을 쓸어버리기 위해 기꺼이 손에 피를 묻히기로 결심한 국무총리 박동호 역을, 김희애가 박동호의 폭주에 맞서 차기 권력을 독차지하려는 야심가 경제부총리 정수진 역을 맡아 강렬한 연기로 압도적인 몰입감을 선사했다. 여기에 김미숙, 김영민, 임세미, 이해영, 박근형, 장광 등 연기파 배우들이 대거 등장해 깊은 연기 내공을 발산했다. 다음은 김용완 감독과 나눈 일문일답이다.

- '돌풍'이 공개가 됐는데 소감이 어떤가?

"엄청 떨린다. 민감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어서 반응이 궁금한데 잘 못 보겠다. 재미있게 보신 분들이 있다는 얘기를 많이 해주셔서 약간의 안도감이 있긴 하다. 이제 잠을 잘 잘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 걱정했던 부분이 있었나?

"당연히 있다. 어떻게 받아들일까 하는 부분이다. 대본이 자체가 너무 재미있고 어떤 반향을 일으키더라도 이런 글이라면 사람들이 흥미롭게 볼 수 있을 것 같다는 확신이 있었다. 우려보다는 기분 좋고 설레는 마음으로 작업했다."

- 박경수 작가의 전작을 봤었나? 작품이 만들어지기까지 얼마의 기간이 걸렸나?

"다 봤다. 팬이 많은 작가님이시라 대본을 받았을 때 "내가 이분 글을 본다고?"란 생각이 들었다. 드라마뿐만 아니라 영화 하시는 분들도 좋아하는 스타 작가님이시다. 또 오랜만의 귀환이라 뜨겁기도 했다 보니 너무 감사했다. 기획은 6~7년 정도 전부터 해오셨고, 쓰다가 다른 것을 하시기도 했다. 그러다 어떤 작품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고민을 정말 오래 하신 것 같다. 이 작품을 털지 않으면 진도를 못 나갈 것 같다는 마음 때문에 시작하셨고, 저는 2년 정도 전에 4부 나왔을 때 합류를 하게 됐다."

- 언급한 것처럼 박경수 작가가 워낙 엄청난 히트작을 썼고, 팬들이 많다 보니 같이 작업할 때 부담감도 있었을 것 같은데 어떤가? 이번에 같이 작업을 하며 느낀 박경수 작가는 어땠는지 궁금하다.

"이렇게 좋은 글을 연출한다는 것에서 굉장히 부담스러웠다. 좋은 글과 좋은 스태프, 배우들이 있는데 못 만들면 다 제 잘못이니까 압박감이 엄청났다. 작가님도 연배가 있으시고 그 시대를 보내셨다. 첫 만남 때 되게 떨렸다. 제가 정치적으로 되게 민감한 사람이 아니었기 때문에 배우고자 하는 마음이 있었다. 작가님은 굉장히 유쾌하시다. 입담이 좋으시다. 다른 분들은 잘 모르시는데 되게 귀여우시다. 인간적으로 좋은 어른의 느낌이 있다. 재미있게 말을 잘해서 3시간이 금방 간다. 허들을 낮춰주셨고, 늘 오픈 마인드다. 쫀 상태로 만났는데 편하게 해주셔서 재미있었다."

- 제작발표회에서 설경구 배우가 '김희애 배우 매니저를 통해 이 작품을 알았고, 김희애 배우 추천으로 하게 됐다'라고 캐스팅 과정을 밝혔다. 캐스팅은 모두가 합이 맞아야 가능한 것인데, 설경구 배우가 한다고 했을 때 어떤 기분이었나?

"귀를 의심했다. 선배님은 영화배우 설경구라는 느낌이 있었는데, '돌풍'을 해주신다고 했을 때 신기했다. '그래, 이거다!'라는 느낌이었다. '이것만 한 게 없지. 이게 맞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제안을 드려도 싫으면 안 하는 건데 분명 이 배우들이 선택한 이유가 있다. 그것이 우리에겐 중요한 당위성이 됐다. 작품을 잘 만들어야 한다는 동력이다. 설경구, 김희애 조합에 우리 모두 사무실에서 기뻐했다."

- 박경수 작가는 신념을 주제로 몰락하는 인간을 그렸는데, 연출자로서 바라본 박동호는 어떤 인물인가?

"작가님의 사랑과 애정이 느껴지는데, 너무 어려웠다. 작가님도 어렵다고 생각했고, 설경수 선배님도 그랬을 거다. 선택의 지점들이 보시는 분들 사이에서 "왜 그런 선택을 하냐"라고 회자될 것 같다. 뒤에 정연(임세미 분)이가 "사람들은 왜 우리 마음을 몰라주냐"라고 할 때 박동호가 "그들을 위해서가 아니라 나를 위해서"라고 답한다. 저는 그게 충격적이었다. 어떤 정치인이 그렇게 솔직하게 말하겠나. '이게 박동호구나'라고 명료하게 오더라. 그런 지점이 필력이고 진정성이라고 생각했다. 신념으로 가는 것이 박동호고 다른 정치 드라마와는 다른 부분이라는 생각이 든다."

- 박동호의 선택만 봐서는 쉽게 공감이 되거나 응원하게 되는 캐릭터라는 생각이 든다. 이야기를 끌고 가는 주인공이지만 응원하기 어렵고, 호감이 쌓이는 것도 아니다. 그런 점에서 박경수 작가의 전작과도 차별점이 생긴다. 의도한 지점이 있나?

"'돌풍'은 속도감이 좋다. 계속 사건이 벌어지고 그 안에서 하는 선택에서 변주가 많다. 주인공으로서 시청자들이 마음을 굳힐 수 있을 만큼의 호감 가는 선택을 하지 않는다. 그런 지점이 작가님이 말한 몰락으로 가는 인물을 그리기 위해서다. 정수진도 조상천(장광 분)도 신념이 다 있다. 그 신념 안에서 본인이 책임을 진다. 우리가 드라마를 볼 때 좋아하고 응원하는 마음을 품게 되는 것도 있지만, '돌풍'은 박동호가 왜 그런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는지가 남으면 이 작품의 가장 큰 의미라고 생각한다. 박동호에 열광하고 좋아하고 신격화하는 걸 작가님이 원하셨을까 했을 때 저는 아니라고 본다. 박동호는 본인의 몰락을 통해서라도 책임을 지려고 하고, 그것이 얼마나 숭고한지를 보여주는 것이 더 중요했던 드라마라고 생각한다."

- 그래서 결말이 그렇게 비극적으로 끝나는 건가?

"그랬을 거라 생각한다. 마지막 엔딩은 정리가 안 됐던 부분이라, 촬영하면서 굉장히 궁금해했다. "나 죽어?"라고 묻기도 했다. 드라마는 그런 재미가 있더라. 박동호의 결말이 정해져 있지 않아서 회의하며 정리를 했다. 그런 선택을 하는 것, 방식에 관해서도 얘기를 했다. 결말은 굉장히 마음이 아팠다. 그의 죽음이 숭고하게 느껴지길 바랐다. 그래서 그런 선택이 어렵다고 생각한다. "그게 뭐라고"라고 하는 것이 결국 신념인 것 같다. 변질되거나 타협이 될 수도 있는 건데 박동호는 그게 아니다. 박동호만이 할 수 있는 선택이다."

- 박경수 작가와의 방향성은 같은 편이었나?

"시선이 달랐다면 안 했을 거다. 비슷한 부분이 많았고 배웠던 부분도 많고 자극도 많이 받았다. 방향성은 비슷하다고 생각했다. 대본이 다 나오지 않았을 때 진행이 됐지만,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한 적이 없었다. 박동호는 이런 선택을 할 수 있다고 이해했고, 합이 잘 맞아서 운이 좋았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