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뉴스24 박진영 기자] 흑미남 강동원과 백미남 이종석이 '설계자'로 만났다. 전혀 예상치 못한 조합에 사고로 조작된 청부 살인이라는 소재가 신선하게 다가오는 '설계자'다. 하지만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와 배우들의 호연에 비해 엉성한 짜임새와 결말이 아쉬움으로 다가온다.
23일 오후 서울 잠실 롯데시네마월드타워에서 영화 '설계자'(감독 이요섭) 언론배급시사회가 진행됐다. 현장에는 이요섭 감독, 배우 강동원, 이무생, 이미숙, 이현욱, 정은채, 탕준상이 참석했다.
'설계자'는 의뢰받은 청부 살인을 완벽한 사고사로 조작하는 설계자 영일(강동원)이 예기치 못한 사건에 휘말리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강동원은 살인을 사고로 조작하는 설계자 영일 역을 맡아 재키 이미숙, 월천 이현욱, 점만 탕준상과 팀을 이뤄 호흡했다. 여기에 이무생, 김홍파, 김신록, 이동휘, 정은채 등 세대를 아우르는 연기파 배우들이 합류해 풍성한 재미를 더했다. 또 이종석이 짝눈 역으로 특별출연해 강동원과 특별한 케미를 형성한다. 전혀 예상치 못한 이종석의 등장은 관객들에게 반가움을 안길 것으로 예상된다.
영화는 사고로 조작된 청부 살인이라는 신선한 소재를 활용해 긴장감을 유발한다. 초반 몰입도를 확 끌어올리는 설계 장면이 인상적. 하지만 극이 전개될수록 반복되는 장면이 많아 지루함이 커지고, 진실이 드러나는 부분에선 "이게 맞아?"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엉성하고 급하게 마무리 되는 느낌이 들어 아쉬움이 커진다.
이날 이요섭 감독은 "이 영화에 담고 싶었던 건 '진실은 찾기 힘들다'다. 진실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남을 의심하고, 수많은 믿음이 사라지는 순간이 온다. 이건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일이라 생각했다"라며 "관객들과 설계자 사이 공감할 수 있는 여지로 피상적인 존재인 '청소부'를 만들었다"라고 밝혔다.
또 그는 "알려고 하면 할수록 진실에 가까워지지 않고 수렁에 빠지는 느낌을 받는다. 이 장르적인 틀 안에서 현대 사회를 얘기할 때 대부분 진실 하나는 알고 싶을텐데 도달 할 수 없을 때 힘들고 무기력함을 느끼고 분노할 수 있다"라며 "유튜브를 비롯해 많은 매체를 통해 수많은 정보를 파헤치고 스스로 선택한다. 주인공이 진실을 찾고자 할 때의 혼돈을 표현하고 싶었고, 유튜버와 매체를 담으면서 영일이 혼란을 느끼는 걸 장르적으로 접근하고 싶었다"라고 기획 의도를 전했다.
강동원은 영일이 찾고자 하는 청소부를 "외계인 같은 존재"라고 표현했다. 누구도 제대로 본 적은 없지만 과학적으로 있을 거라는 생각을 한다는 것. 그러면서 그는 "지금까지 20편이 넘는 영화를 했는데, 많은 시간 작품을 했어도 경직되는 순간이 있다"라며 "숨을 쉬는 걸 잊거나 정확한 대사를 하지 않을 때가 있다"라고 고백했다.
이어 "기본적인 것인데 가끔 잊게 되는 기본에 충실하자, 호흡과 정확한 대사를 잊지 말자, 숨쉬는 걸 잊지 말자 생각하면서 연기했다"라고 전했다.
이요섭 감독은 이런 강동원에 대해 "강동원과 같이 해보면 카메라 렌즈로 보게 된다. 렌즈에 사람이 찰싹 붙어있다. 말로 하면 이상한데 불가사의한 체험이라고 생각하면 된다"라고 감탄했던 지점을 언급했다.
앞서 이요섭 감독은 강동원을 '흑미남'이라 말한 바 있다. 그리고 강동원과 계속 호흡을 맞춘 이종석 출연과 관련해 "강동원이 가진 지고 있는 어두운 이미지에 대해 흑미남이라고 했는데 대비 되는 백미남이 필요했다"라며 "둘이 앉아 있는 것에서 흑과 백의 대비가 되는 캐스팅을 보고 싶어서 이종석 배우에게 간절하게 부탁했다"라고 밝혔다. 이어 "덕분에 두 분이 앉아 있는 모습을 담을 수 있는 영광을 얻게 됐다"라고 전했다.
보안업체 대표로 팀을 이끄는 강동원은 팀 호흡에 대해 "팀원들은 모르는 지점이 있을 수 있다"라며 "연기를 하면서 이런 대화를 세트에서도 나눈 적이 없는데, 기본적으로 팀원들은 모두가 결핍이 있다"라고 운을 뗐다.
이어 "그 결핍을 가지고 이들을 컨트롤한다는 마인드를 가졌다. 재키에게 냉정하게 얘기를 했다가 "재키가 필요하다"라고 한다는 식이다. 당근과 채찍같은 느낌이다"라며 "다른 팀원에게도 세심하다가 냉정했다가를 오가며 팀워크를 맞추려고 했다"라고 자신 만의 호흡법을 밝혔다.
그러면서 "연기 호흡은 다같이 즐거운 순간이 많았다"라며 "같이 해서 행복하고 즐거웠다"라고 덧붙였다. 이미숙도 "영일을 똑바로 쳐다보지 못한다. 뭔가 어렵다. 당근과 채찍을 받는 입장인 우리 셋은 슬펐다"라고 하면서도 "연기 호흡은 좋았다"라고 말했다. 이어 이현욱은 "차가운 참치캔 같았다"라고 해 웃음을 자아냈다.
특히 이현욱은 극 캐릭터상 스타킹을 신고 화장을 하는 등 여장을 해야 했다. 이에 대해 그는 "개인적으로 현장에서는 장난스러운 동료들의 시선이 많이 외로웠다"라며 "어떻게 하면 보시는 분들이 불편하지 않을까, 관객들이 이질감을 가지지 않을까 신경을 많이 쓰면서 연기했다"라고 밝혔다.
또 그는 "다른 성별을 연기해야 하는 것들이 희화화 되는 것을 지양하려고 감독님과 얘기하면서 노력했다. 조심스럽게 작업을 했다"라고 고백했다. 이어 "역할상 스타킹을 신고 있으면 탕준상이 감촉이 좋다며 만지더라. 팀원들이 제 다리를 한번씩 만졌다. 그렇게 장난도 많이 쳤다"라며 "이미숙 선배에게는 언니라고 불렀고, 탕준상은 미성년자에서 성인이 되는 시기를 같이 해서 추억이 많다"라고 회상했다.
오랜 만에 스크린에 복귀한 이미숙은 "영화는 동경의 대상이다. 큰 스크린에서 그 역할의 존재를 펴내는 것이 고민이 됐던 작업이다"라며 "다행히 강동원을 비롯해 후배들과 맞추는 호흡이 편했다"라고 고마움을 표현했다.
또 그는 "영화를 만들면서 힘든 작업은 단시간에 캐릭터를 보여주는 것이다. 재키도 기억이 왔다갔다 하는 걸 짧은 시간에 어떻게 표현해야 하는지 고민을 했다"라며 "하고 나서 직접 영화를 보면 후회만 있고 '저기서 왜 저렇게 했지? 다음에는 더 잘해야겠다' 하는 작업의 연속이다. 작업은 재미있고 늘 새롭다"라고 고백했다.
'설계자'는 오는 5월 29일 개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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