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뉴스24 이미영 기자] ] 하이브가 자회사인 뉴진스 레이블 어도어 민희진 대표를 배임 혐의로 고발한 가운데 민 대표는 경영권 찬탈을 시도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민 대표는 뉴진스만 보고 일했다며, 이번 사태를 '하이브의 배신'이라고 했다.
어도어 민희진 대표는 25일 오후 서울시 서초구 한국컨퍼런스센터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직접 입장을 밝혔다. 이 자리에는 어도어 법률대리인 세종의 이수균 이숙미 변호인도 함께 했다.
이날 민희진 대표는 두 시간이 넘는 시간에 걸쳐 경영권 찬탈과 내부 고발, '뉴진스 베끼기 등에 대해 해명했다. 하이브의 감사가 갑작스러운 일이었다고 말을 시작한 그는 "저는 마녀가 돼있다. 이 프레임을 벗는 것이 첫번째 숙제이고, 진짜가 무엇인지 말해야 하는 숙제가 있다"라고 기자회견을 연 이유를 설명했다.
민 대표는 "내가 죽기를 바라나. 내가 갑자기 죽으면 기뻐하는 상황이 생기는 건가"라며 "저는 죄가 없다고 생각한다. 하이브가 제 개인적인 카톡까지 사찰해서 죽일 거라는 예상을 하긴 했지만 이 정도로 심할지 몰랐다"라고 하이브의 잇단 입장 발표에 날을 세웠다.
먼저 민 대표는 하이브의 경영권 찬탈 계획을 전면 부정했다. 그는 하이브의 배임 고발에 대해서는 "희대의 촌극"이라고 표현했다.
민 대표는 "저와 부대표가 한 대화 일부를 PC로 포렌식 한 것을 보고 공개했다. 희대의 촌극이다"라며 "제가 이미 죄인이기 때문에 하이브 박지원 사장이나 저를 알고 있던 사람들이 저를 공격하고 있다. 제가 내부고발을 한 것이 있다. 공식적으로 내부 고발이 되길 바랐고, 개선되길 바랐다"고 이번 사태가 본인의 내부 고발 때문에 시작됐다고 주장했다.
민 대표는 "경영권 찬탈을 시행한 적이 없다. 전 월급 사장이고 직장인이다. 월급 사장이 왜 이렇게 일을 열심히 해서 이 화근이 났는지 모르겠다"라고 말했다. 경영권 찬탈 증거로 제시한 부사장과의 대화를 언급한 그는 "직장에 대한 푸념을 할 수가 있다. 진지한 대화인지, 웃기는 대화인지 감이 없다. (경영권 찬탈은) 그런 의도도 없고 한 적도 없다. 배임이 될 수가 없다"고 말했다.
함께 동석한 이숙민 변호사는 민 대표의 배임 고발과 관련 "배임은 회사의 가치를 훼손하는 행위를 했을 때 성립이 한다. 그런 가치를 훼손하는 어떠한 행위도, 실제로 의도를 했거나 착수한 행위가 발견되지 않았다. 예컨대 예비죄라는 것 자체도, 실현을 할 수 있는 준비 이행이 돼야 되는 거다. 이건 그 정도도 안된다"고 말했다.
민 대표는 "하이브가 저를 써먹을 만큼 써먹었다. 제가 고분고분하지 않다. 찍어누르기 프레임이라고 생각한다. 엔터 업계 30년 역사상 2년 만에 이런 실적을 낸 사람이 없었다. 실적을 잘 내고 있는, 주주들에 도움이 되고 있는 나를 찍어누르는 것이 배임 아닌가. 저는 일을 잘한 죄밖에 없다"고 하이브를 공격했다.
하이브가 공개한 문건 중 '하이브를 빠져나간다'라는 문건에 대해서도 개인적인 메모라고 선을 그었다. 법률대리인 측은 "올해 초부터 하이브와 어도어 경영진 측이 주주간계약 협상을 했는데, 서로 뉴진스에 대한 생각과 입장이 달라 뜻대로 잘 되지 않았다. 답답하던 찰나였다. 그 상황에서 여러가지 생각을 담은 개인적인 메모"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애초에 20% 지분으로서는 (경영권 찬탈을) 시도조차 할 수 없다. 그런 걸 기사화한 것에 놀랐다. 공개된 문건은 (어도어가) 잘살아 보려고 고민한 거지, (찬탈) 모의, 예비 등은 전혀 없었다"고 강조했다.
이날 기자회견 직전 하이브는 민희진 어도어 대표에 관한 감사 과정에서 민 대표가 회사 경영사항을 여성 무속인에게 코치받아 이행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민 대표는 "하이브가 왜 저를 쫓아내려고 하는지 묻고 싶다"라며 "무속인 이야기까지 꺼낸다"고 했다. 하이브가 민 대표가 방탄소년단을 군대 보내기 위해 주술행위를 암시하는 발언을 했다는 메시지를 공개한 것과 관련, "뉴진스 엄마 마음으로, 내 자식만 생각했을 때 하이브가 너무 지긋지긋하게 구니깐"이라고 말했다. 그는 "BTS가 에이스니깐 (군대 가면) 우리가 활동하는 것이 홍보 포인트가 잡히지 않을까 싶어서 물어봤다. 사주한 것 아니다"라며 "개인 사찰 고소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하이브가 무속인이라고 주장한 사람을 가리켜 "제 지인인데 무속인인 사람이다"라며 "제가 하이브 때문에 정신과를 다녔는데 그 시원함이 안 풀려서, 그 시원함이 풀릴까봐 간 것이다. 다른 사람들도 궁금한 것 있으면 물어본다. 그게 무슨 주술 경영이냐"라고 반문했다.
민희진 대표는 회사 설립 초기부터 하이브, 쏘스뮤직과 오랜 갈등이 있었다고 토로했다. 뉴진스의 제작과정에서 하이브가 약속을 어겼고, 뉴진스 홍보를 막는 등 비상식적인 요구가 있었다며 섭섭함과 분노를 표했다. 뉴진스를 하이브 1호 걸그룹으로 데뷔 시키기로 했으나, 하이브가 이를 어기고 르세라핌을 내보냈다는 주장이다.
민 대표는 "박지원 대표가 '하이브 첫 번째 걸그룹으로 쏘스뮤직에서 나가기로 했다. 쏘스뮤직에서 사쿠라, 김채원을 필두로 걸그룹을 내게 됐다'고 통보했다"며 "제 이름과 '하이브 1호 걸그룹'을 보고 들어온 우리 (뉴진스) 애들은 어쩌냐"고 말했다.
이어 "저는 빨리 어도어를 만들어서 애들을 데리고 오고 싶었다. 그런데 하이브가 지분 100%가 아니면 애들을 안 준다고 했다. 제가 양보해 100% 지분으로 어도어를 세웠는데, 르세라핌 나오기 전까지 뉴진스를 홍보하지 못하게 했다. 3~4개월 보이콧 받았다"고 울분을 터트렸다.
하이브의 해임 요구에 대해 묻자 "너무 피곤하고 감정이 상한다. 경영권 찬탈에 관심 없고, (하이브) 사람들이 반성해야 한다"고 에둘러 답을 피했다. '방시혁 의장이 대승적 차원에서 화해를 요구하면 받아들이겠냐'는 취채진의 질문에는 "당연히 가능하다. 뉴진스를 생각하면 해야 한다. 방시혁 의장이 처음 대화를 제안했으면 응했을 것이다. 먼저 나를 불러서 대화했다면 이 정도까지 일이 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하이브의 민희진 대표 감사와 고발 건이 맞물리며 뉴진스의 컴백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뉴진스가 예정대로 컴백하더라도, 앨범 외의 이슈로 인해 타격이 클 수 밖에 없다. 민 대표는 "활동에 지장을 줄 수 없다. 예정대로 진행된다. 관심을 가져달라"고 했다.
하이브와 민 대표의 격화되는 갈등 속에서 뉴진스가 어떠한 제스처를 취할지도 궁금증이 크다. 민 대표는 뉴진스 멤버들의 반응을 전하며 '유대감'을 강조했다.
민 대표는 뉴진스 멤버들의 현 상황에 대한 질문을 받고 "뉴진스와 저는 여러분이 생각하는 상상 그 이상의 관계다. 저희는 서로 위로를 주고 받는 상태"라고 말했다.
이번 사태가 터진 뒤 뉴진스 멤버들의 응원도 전했다. 그는 "하니가 저에게 '대표님 너무 힘드시죠. 거기 어디냐. 계신대로 가겠다'고 했다. 해린이는 원래 말이 없다. 오밤중에 저에게 영상 통화를 해서 '혼자 문자 보내고 싶었는데 말이 안 나온다'고 했다. 혜인이는 20분 내내 울었다. 자기가 고마운 것이 많은데 내가 힘들 때 못 도와줘서 미안하다'고 말했다"고 전하며 감정에 북받친 듯 눈물을 쏟았다.
그러면서 "뉴진스 도쿄돔 공연이 있고 준비가 산더미인데 우리 PC를 뺏어갔다. 하이브 계획에 뉴진스도 없어져도 된다는 거다. 뉴진스 끊길걸 각오하고 하는 것이다. 무슨 생각으로 이러는 것이냐"고 분노했다.
민 대표는 "저는 뉴진스 생각 뿐이다. 뉴진스랑 하려던 걸 하고 싶다"고 밝혔다. 뉴진스와 관련된 전속 계약 파기 의혹에 관련해서는 "저 살길 생각하기도 바쁘다. 그런 이야기는 언급도 하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앞서 하이브는 지난 22일 민 대표를 비롯한 어도어 경영진이 경영권 탈취를 모의한 것으로 보고 감사에 착수했다. 감사팀은 어도어 경영진을 찾아 전산 자산 회수, 대면 진술 확보를 진행했다.
어도어 민희진 대표 측은 즉각 의혹을 반박했다. 어도어 측은 하이브와 방시혁 의장이 아일릿을 데뷔시킬 때 뉴진스를 카피한 것이 본질적인 문제였다며 "하이브가 뉴진스에 대해 취한 일련의 행태에 대해 공식적인 문제 제기를 하자, 하이브가 갑작스럽게 민희진의 대표이사 직무를 정지하고 해임하는 절차를 밟겠다고 통보했다"고 주장했다.
민 대표는 하이브 측의 감사질의서 답변을 전날 제출하면서 외부 공개할 경우 법적 대응하겠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감사질의서의 세부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다.
하이브는 이날 오전 중간감사 결과를 전하면서 민 대표 주도로 어도어 경영권 탈취 계획이 수립됐고, 이런 사실에 대한 물증을 확보했다고 발표했다. 그러면서 민 대표, 어도어 경영진 등 관련자를 이날 업무상 배임 혐의로 고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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