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뉴스24 박진영 기자] 데뷔작으로 오스카 작품상과 각본상 후보에 나란히 오를 수 있는 감독이 과연 몇이나 될까. 셀린 송 감독은 처음으로 해보는 모든 일들에 거듭 "영광"이라고 말하며 기쁜 마음을 드러냈다.
지난 3월 6일 개봉된 '패스트 라이브즈'(PAST LIVES/감독 셀린 송)는 서울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첫사랑 나영(그레타 리 분)과 해성(유태오 분)이 24년 만에 뉴욕에서 다시 만나 끊어질 듯 이어져온 그들의 인연을 돌아보는 이틀간의 운명적인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넘버3’ 송능한 감독의 딸이자 한국계 캐나다인인 셀린 송 감독의 자전적 이야기를 담았다.
![셀린 송 감독이 영화 '패스트 라이브즈'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CJ ENM]](https://image.inews24.com/v1/455a29ff851023.jpg)
셀린 송 감독은 24년 만에 뉴욕에서 재회한 나영과 해성의 운명 같은 이야기를 섬세한 통찰력으로 포착하며 전 세계를 사로잡았다. 특히 인연이라는 단어를 통해 미묘하면서도 애틋한 감정을 담아내 깊은 여운을 안겼다.
이에 제39회 선댄스 영화제에서 월드 프리미어로 공개된 후 외신 및 평단으로부터 만장일치 극찬을 받으며 단숨에 화제작으로 급부상했으며, 인디와이어, 롤링스톤이 선정한 '올해 최고의 영화' 1위를 비롯해 타임지, 뉴욕타임스 등 '2023년 최고의 영화' 리스트에 선정됐다. 또 전 세계 72관왕을 차지했을 뿐만 아니라 제96회 아카데미 시상식 작품상과 각본상에 노미네이트 되는 쾌거를 이뤘다.
넷플릭스 인기 시리즈 '러시아 인형처럼', 애플TV+ '더 모닝 쇼' 시즌 2, 3으로 강렬한 인상을 남긴 한국계 배우 그레타 리와 제77회 영국 아카데미 시상식 남우주연상 노미네이트에 빛나는 유태오는 섬세한 멜로 연기로 시선을 사로잡았다. 다음은 셀린 송 감독과 나눈 일문일답이다.
- 영화제 수상과 오스카 후보에 오르는 등 좋은 성과를 내고 있는데 소감이 궁금하다.
"데뷔작이 오스카 노미네이트가 되고, 수상도 하는 것이 정말 영광이고 좋다고 생각한다. 정말 자랑스럽다."
![셀린 송 감독이 영화 '패스트 라이브즈'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CJ ENM]](https://image.inews24.com/v1/aa97bd5e06a2c9.jpg)
- 이 작품을 제작하게 된 과정을 소개한다면?
"연극을 10년 넘게 했고, TV쇼도 했다. 에피소드를 쓰던 와중에 이 극을 쓰게 됐다. 연극을 할 때, 어린 시절 친구가 한국에서 와서 그 친구, 미국인 남편과 밤에 술을 마시게 됐다. 저만 두 언어를 할 수 있어서 두 사람에게 해석을 해주고 있었다. 서로가 저에 대해 묻더라. '내 과거와 현재, 미래가 이 곳에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한국, 미국 두 곳의 언어와 문화의 연결점으로 있지만 사실 제 안에 있는 역사, 정체성, 스토리를 연결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 오스카 레이스를 굉장히 오랫동안 이어왔다. 어떤 감정이 드는지, 힘들지는 않았는지 궁금하다.
"힘든 부분도 있지만 첫 영화로서 경험하는 것들이다. 선댄스부터 1년 넘게 달려오고 있는데 배우는 것이 많다. 페스티벌도 하고 대중에게 공개되기도 하고 어워즈도 한다. 영화 인생에 있을 모든 일을 하고 있다. 이걸 통해 에너지를 많이 받는다. 처음이니까 오스카 시상식에 가본 적이 없어서 그 상이 뭔지도 모르겠다. '가보자' 해서 가고 '이런 거구나' 경험하면서 힘을 얻는다."
- 굉장히 다양한 국가에서 주목과 호평을 받았는데 그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인연에 대한 감정을 모든 사람이 느낀다고 생각한다. 시공간을 넘나드는, 우주 판타지 영웅 이야기가 아니다. 보통의 인생이고, 그 안에서도 특별한 순간과 인연이 담긴다. 내 인생을 더 특별하게 생각하고 깊게 느낀다고 하는 건 어느 나라 사람이나 다 똑같다. 대화를 나누고 싶어서 만든 영화다. '살면서 이런 순간이 있었는데, 당신도 있었나?'라고 물어봤을 때 '나 그런 적 있다'라고 하는 60대분도 있었고, 16살 어린 친구는 '이런 걸 느끼는 것이 기대된다'라고 한다. 또 자신의 인생 어디에 있는지, 어떤 사랑을 하고 있는지에 따라 영화에 대한 감정이 다르다고 생각한다. 분명 10년 후에 이 영화를 다시 보면 다를 거라 믿는다. 제가 영화감독 중 첫사랑 이야기를 제일 많이 알 거다. 다들 얘기를 해주는데, '사랑하고 같이 늙어가는 것이 기대된다'라고 하는 이부터 '딴 나라에 있는 사람이 내 인연인가 생각이 들어서 티켓을 끊었다', '엑스가 생각나지 않는다'라고 하는 사람도 있다. 이 사람이 어느 순간에 있느냐, 또 언제 영화를 보느냐에 따라 감정이 달라진다."
- 자전적인 이야기를 바탕으로 쓴 시나리오라고 했는데 얼마나 반영이 됐나?
"제 인생에서는 로맨스로 있지 않았는데, 인생의 로맨틱한 부분은 있다. 연애와 사랑, 두 가지는 다르다. 연애는 결혼도 하게 되지만, 사랑은 지나가는 사람과 대화를 깊게 나눠도 가능하다. 이건 사랑에 대한 이야기, 인생이 담긴 것이지 로맨스 장르가 메인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래서 영화로 만드는 과정에서 해성과 나영의 보통적인 부분을 조금 더 많이 생각했다."
![셀린 송 감독이 영화 '패스트 라이브즈'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CJ ENM]](https://image.inews24.com/v1/3f7ec1ac188956.jpg)
- 오프닝이 후반부 장면과 이어진다. 굉장히 중요한 장면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를 연출할 때 가장 공들였던 것은 무엇인가?
"바 시퀀스가 첫 신이어야 한다고 생각한 건, 그 대화가 뭔지 모르는 사람이 그들이 누구인지 물어봐야 한다고 생각했다. 가장 중요한 질문이 '세 사람은 서로에게 누구인가'였다. 미스터리 영화로 시작하기 때문에 관객을 탐정으로 캐스팅한 거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나영이 카메라를 바라본다. '너도 이 스토리에 있다'라는 생각으로 그렇게 한 거다. 그리고 24년 전으로 돌아간다. 일직선으로 시간이 가는데 셋이 누구인지 대답을 한다. 그리고 이 셋이 누군지 물어볼 때 적합한 단어가 인연밖에 없었다. 해성이와 나영은 서로에게 남친, 여친도 아니고 첫사랑이라고 하기에도 손잡을 게 전부다. 친구라고 하기엔 별로 안 친하고 잘 모른다. 또 모르는 사람이라고 하기엔 얼굴만 봐도 웃음이 난다. 이건 인연이란 단어 말고는 정의할 수 없다. 해성과 아서(존 마가로 분)도 그렇다. 적인지 친구인지 모르는데 인연이다. 저는 한국에서 12년을 살았고 예능도 많이 본다. 그래서 인연이 뭔지 알고 있지만, 미국 영화로 만들었다 보니 인연을 알고 있는 캐릭터가 그걸 설명해준다. 그래서 이탈리아든 프랑스든 세계 어디서 보든 인연이라는 걸 알게 된다."
- 그렇다면 제목을 '전생'이란 뜻의 '패스트 라이브즈'로 정한 이유는 무엇인가?
"과거의 삶이라는 것이 이전의 삶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지금 인생에도 존재한다. 변호사를 하다가 이제는 요리사가 됐을 때, '내가 전생에 변호사를 했지'라고 농담을 할 수도 있다. 우리 인생 안에 두고 오는 부분에 대한 이야기다. 관계성에 대한 이야기지만, 전생은 내 안에 들어간 삶 중 하나다. 장소든 시간이든, 어떤 한 부분을 두고 온다고 생각한다. 지금은 12살이 아니지만 우리는 모두 12살이었던 적이 있었다. 분명 그때를 소중하게 생각하고 사랑해주는 사람이 있을 거다. '12살 기억나?'라고 했을 때 그 사람에게는 그 12살짜리가 아직 살아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패스트 라이브즈'라고 했다."
- 로케이션 장소를 선택할 때 중점을 뒀던 부분은 무엇인가?
"로케이션에서 중요한 건 이 도시에 사는 사람만이 아는 장소였다. 파리에 있는 사람에게 물었을 때 에펠탑이라고 하지 않는다. 자신이 살던 동네, 커피숍 등을 생각한다. 뉴요커의 뉴욕, 서울 사람의 서울을 찾고 싶었다. 뉴욕은 저의 뉴욕을 찾으면 됐는데 서울은 그렇지가 않아서 로케이션 팀에게 많이 의지했다. 어린 시절 해성과 나영이 안녕하고 갈라지는 길, 나중에 뉴욕에서 나영과 해성이 안녕하는 길, 두 장소를 찾는 것이 가장 중요했다. 절대 알아볼 수 없고 특별한 곳은 아니지만, 둘 덕분에 특별해져야 한다. 모순적인데(웃음) 평범하지만 특별해야 한다. 결국 발로 뛰어서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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