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뉴스24 박진영 기자] 연상호 감독이 페르소나 김현주, 베테랑 박희순 등과 '선산'으로 돌아왔다. 가장 한국적인 미스터리 스릴러를 표방하는 '선산'은 어딘가 익숙하지만 그 속에서도 신선하고 긴장감이 가득한 분위기와 서사, 배우들의 빈틈없는 연기 합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12일 오후 서울 중구 앰배서더 서울 풀만 호텔에서 넷플릭스 시리즈 '선산'(극본 연상호, 연출 민홍남) 제작발표회가 진행됐다. 현장에는 김현주, 박희순, 박병은, 류경수, 민홍남 감독, 연상호 감독이 참석했다. 당초 '선산' 제작발표회는 이날 오전 11시에 진행이 될 예정이었지만, '고(故)이선균 배우의 죽음을 마주하는 문화예술인들의 요구' 성명서 발표로 인해 행사 시간이 변경됐다.
'선산'은 존재조차 잊고 지내던 작은아버지의 죽음 후 남겨진 선산을 상속받게 되면서 불길한 일들이 연속되고 이와 관련된 비밀이 드러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넷플릭스 시리즈다.
전 세계에 K-좀비 열풍을 일으킨 영화 '부산행'부터 넷플릭스 시리즈 '지옥', 넷플릭스 영화 '정이'까지 매 작품 놀라움을 안긴 연상호 감독이 기획과 각본에 참여하고, 영화 '부산행', '염력', '반도'의 조감독으로 연상호 감독과 손발을 맞췄던 민홍남 감독이 연출과 각본을 맡아 최상의 호흡을 보여준다. 우리의 뿌리에 닿아 있는 선산을 소재로 한 한국적이면서도 낯설고 괴이한 이야기를 담았다.
여기에 김현주, 박희순, 박병은, 류경수가 열연했다. 김현주는 선산을 상속받고 불길한 사건에 얽히게 되는 윤서하 역으로 분해 묵직한 연기로 극을 이끌어 간다.
박희순은 마을의 살인사건이 선산과 연관되었다고 직감하는 형사 최성준 역을, 박병은은 과거로 인해 선배인 성준에게 애증과 열등감을 품은 형사반장 박상민 역을 맡아 작품의 긴장감을 끌어올린다. 또 류경수는 서하의 삶에 들이닥친 이복동생이자 선산 상속을 요구하는 김영호를 연기해 파격적인 변신을 보여준다.
스산함이 감도는 마을 풍경, 토속적 요소들이 피워내는 기이한 분위기부터 극의 텐션을 높이는 전통악기를 활용한 음악까지 모든 감각을 곤두세우게 하는 웰메이드 프로덕션으로 극강의 몰입력을 선사할 예정이다.
이날 민홍남 감독은 "인간의 근간이 되고 곁에 두고 있는 가족의 이야기다. 사람에 따라 수많은 가치관이 생긴다. 다층적인 개념이 주요하게 작용하는지를 보여드리고 싶었다"라며 "선산과 상속의 매개체도 다른 지점이 있다. 가장 한국적이고 현실적인 미스터리가 있다"라고 설명했다.
연상호 감독은 "2014년에 부산영화제 기획개발을 하는 마켓이 있었는데 '선산'으로 거길 갔더라. 햇수로 10년이 됐다. 10년 전부터 마음에 품고 있던 이야기다"라며 "한국인의 정서에서 나오는 스릴러에 관심이 많았고 그 맥락 안에서 작업을 하고 싶었다. 명확한 목적지를 두지 않고 작가와 얘기를 하면서 만들어갔다. 결과물에 대해 분명한 주제를 가지고 있지만, 거대한 조류에 휩쓸려서 이야기를 써갔다"라고 밝혔다.
연상호 감독과 '지옥' 시리즈, '정이'에 이어 세 번째 호흡을 맞추게 된 김현주는 "대본을 받아서 추리하는 즐거움이 있었다. 모두가 가정사들을 가지고 살고 있다. 인물들 모두 사연을 가지고 있다. 그런 것들이 현실에 맞닿아있을 것 같다"라며 "묘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것이 있는데 글보다 영상으로 보여졌을 때 '선산'만의 독보적인 분위기를 낼 수 있을거라는 기대가 있었다"라고 말했다.
연상호 감독은 '김현주가 뮤즈'라는 말에 "뮤즈가 영감을 주는 사람을 뜻하는 것 같은데 영감을 주시지는 않는다. 영감 떠올리는 방법은 따로 있다"라며 "뮤즈보다는 페르소나에 더 가깝다. 이야기를 쓰고 주인공을 내세울 때 어떤 식으로 표현하고 이해관점으로 볼 것인가를 생각하는데 앞서 두 작품을 같이 하다 보니 그런 관점으로 바라보게 되는 것 같다"라고 설명했다.
또 그는 "작업하면서 현장에서 느껴지는 것들이 상당하다. 연기적인 부분 뿐만 아니라 현장 끌어가는 모습, 작품을 대하는 태도, 새로운 것을 보여주려 노력한다"라며 "그러다 보니 김현주 배우에게서 그동안 못 본 얼굴을 보여줄 수 있는 작품을 보고 싶은 마음이 생기게 한다"라고 전했다.
또 그는 "그래서 윤서하도 찌질하기도 하고 욕망이 강하기도 한, 그동안 보지 못한 얼굴을 보여줄 수 있을거라 기대했다"라며 "의외로 찌질함, 불안함이 잘 어울리더라"라고 설명했다.
'연니버스'에 합류하게 된 박희순은 "미스터리 스릴러 장르고 오컬트적인 요소가 가미가 되어서 절절하고 처절한 가족애를 표현하는데 있어서 굉장히 재미있는 작품이라는 생각을 했다"라며 "익숙하고 아는 맛인데 비밀 특제 소스를 넣어 맛있는 음식이 됐다. 제가 '연니버스'에 관심이 많았는데 그 쪽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겨서 참여했다"라고 전했다.
이어 그는 "김현주와 '트롤리'를 하고 있는 와중에 김현주의 차기작인 '선산'에서 연락이 와서 곰곰히 생각했다. '이건 김현주 스케줄을 맞추기 위한 제작진의 원플러스원 작전'이지 않았나 싶다. 또 작품이 좋아서 참여하게 됐다"라고 덧붙였다. 이에 김현주는 "'트롤리' 끝나고 '선산'으로 넘어와야 했는데 (박희순과) 같이 넘어와서 용이하지 않았나 싶다"라고 말했다.
연상호 감독은 이런 박희순에 대해 "처음 대본 얘기를 할 때 깜짝 놀랐다. 영화 전체를 관통하고 있는 느낌이었다"라며 "본인의 캐릭터 얘기가 아니라 작품 전체 얘기를 했고 아이디어도 많이 줬다. 제가 생각하지 못한, 제가 하고 싶어하는 이야기를 더 돋보이게 하는 아이디어가 많았다"라고 전했다.
또 "작품에 대한 감각이 좋다. 감독을 해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깜짝 놀랐다"라며 "작품에 대해서 캐릭터를 표현하는 방식이 세련됐다. 베테랑이라는 단어를 붙여야 하는 배우라는 생각이 든다"라고 극찬했다.
이어 박병은에 대해선 "재미있는 이야기를 정말 잘한다. 작품 얘기가 아니라 재미있는 일상 얘기를 2시간 동안 할 수 있다"라며 "작품 몰입하고 표현할 때는 180도 달라진다. 본인만의 연기에 들어가기 위한 방법일텐데 슛 돌아갈 때와 안 돌아갈 때 극단적으로 스위치를 바꿀 수 있는 배우다"라고 감탄했다.
박희순과 박병은은 실제로도 절친한 사이다. 두 사람은 극 중 상황을 위해 연구를 거듭했다고 한다. 민홍남 감독은 박희순과 박병은의 경찰서 격투신에 대해 "생각을 정말 많이 했던 신이다"라며 "두 분이서 순서대로 그 과정을 정리해서 보여주더라. 뒤에서 눈물을 흘렸다"라고 말했다.
이에 박희순은 "그런 건 미리미리 말해주면 감동 받을텐데"라고 농담하더니 "격투신이 굉장히 어려운 합으로 멋진 액션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말과 감정의 합이 중요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박병은의 방에 가서 '어떤 식으로 행동할 거 같냐'라며 대사, 액팅을 맞췄다"라고 덧붙였다. 이에 박병은은 "숙소를 같이 쓰고 있었는데 형이 제 방으로 찾아온다고 해서 깨끗하게 치웠던 기억이 있다"라고 해 웃음을 자아냈다.
또 박병은은 "그 신이 너무 중요했다. 액션이 아닌 대사와 감정의 신이라고 봤다. '이 말을 할 것 같다'는 식으로 정리해서 감독님께 보여드리고 감독님이 오케이 해주셨다. 너무 좋고 행복했다"라고 덧붙였다.
박병은 역시 '연니버스'에 처음으로 합류했다. 그는 "차갑고 냉소적이고 을씨년스러운 느낌이 많이 들었다. 다른 작품 중에는 그런 것들이 더 이상 읽기 싫은 것들도 있다"라며 "하지만 '선산'은 처음 사건이 일어나고 끝으로 가는 기분 좋은 궁금증과 호기심, 알고 싶은 욕망이 있었다. 여러가지 감정의 증폭이 있어서 복합적인 감정을 표현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고, 매력이 있어서 선택했다"라고 출연 이유를 밝혔다.
류경수는 김현주와 마찬가지로 '지옥'과 '정이'에 이어 '선산'으로 세 번째 연상호 감독을 만났다. 그는 "대본을 봤을 때 짜입새 있고 흥미로운 소재였다. 또 도전해보고 싶은 캐릭터다"라며 "이 어려운 대본을 해내고 싶은 욕구가 있었다. 개인적으로는 연 감독님과의 프로덕션은 화목하고 과정도 행복해서 하고 싶었다. '정이' 때 김현주 선배님과 오래 연기하고 싶다는 마음이었는데 이번엔 '정이'보다는 많이 만나서 재미있겠다는 생각으로 기쁘게 갔다"라고 출연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고 표현했다.
늑개, 들개 등 경계심 큰 동물 다큐를 보며 연구를 했다는 그는 "일상에서는 보기 어려운 인물이라 어려운 방식을 택해서 표현하려고 했다. 고민을 하다가 본능적이고 원초적인 면이 있어서 야생성이 강한 동물을 떠올렸다. 전체 무리에서 이탈된 고립되고 경계심이 강하고 자기보다 센 천적을 만났을 때 고민하는 점을 연구하면 어떨까 싶었다. 직선 아닌 지그재그이면 어떨까 생각했다"라고 설명했다.
이에 민홍남 감독은 "시청자들이 어떻게 받아들일지에 대한 계산이 너무 어려운 캐릭터다. 그래서 찍을 때도 고민했다"라며 "디테일함을 잘 살려주셔서 만족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연상호 감독은 "류경수가 연기한 김영호는 잘못된 종교관, 뒤틀린 가족사가 있는 인물이라 몸으로 표현하는 것이 어렵다"라며 "류경수는 도전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 배우다. 잃을 게 없어서 그런 것 같다"라고 해 웃음을 자아냈다.
이어 "김영호를 처음 접했을 때 어떤 모습일까 궁금했는데 보니까 '이런 모습이었구나' 생각이 들 정도였다"라며 "잃을 게 많아지면 도전을 못할건데 도전에 대한 두려움이 없다"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류경수의 입장에서는 하루하루가 어려웠다고. 그는 "이른 나이고 경험이 부족한데 너무 빨리 이 역할을 맡은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들 정도로 어려웠다"라고 하면서도 "김영호는 이질적이어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면서도 선배님들에게 의지하고, 대화를 할 때 엿들으면서 배우려고 노력했다"라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김현주는 "가장 한국적인 미스터리 스릴러다. 누구나 가족이 곁에 있다. 한국 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 공통된 부분"이라며 "여기에 더해진 토속적인 분위기를 가져와서 신선함을 자아낸다. 기대하고 봐달라"라고 전했다.
연상호 감독은 "극 말미에는 통념과 거리가 있는 충격적인 진실이 등장한다. 그러다 보니 개인적으로도 공개를 앞두고 긴장과 기대를 동시에 하고 있다"라고 기대를 당부했다.
'선산'은 오는 1월 19일 공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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