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뉴스24 박진영 기자] 김성수 감독은 아니라고 했지만, 배우 정우성은 '김성수 감독의 페르소나'라는 수식어에 "영광"이라고 화답했다. '비트'부터 '서울의 봄'까지 무려 30년에 가까운 시간을 영화 동료이자 친한 형, 동생으로 서로의 든든한 지원군이자 버팀목이 되어준 두 사람이다. 같이 한 영화만 5편. 그렇기 때문에 정우성은 인터뷰 내내 디스와 칭찬을 오가며 김성수 감독에 대한 큰 애정을 드러냈다. 김성수 감독 역시 인터뷰 당일 해당 장소를 찾아 정우성에게 힘을 실어줬다. 보기만 해도 훈훈하고 부럽기까지 한 진한 우정이다.
22일 개봉된 '서울의 봄'(감독 김성수)은 1979년 12월 12일 수도 서울에서 일어난 신군부 세력의 반란을 막기 위한 일촉즉발의 9시간을 그린 영화로, 황정민과 정우성, 이성민, 박해준, 김성균, 정동환, 김의성, 안내상 등 연기 잘하는 배우들이 총출동했다. 여기에 정만식, 이준혁, 정해인이 특별출연으로 힘을 보탰다.
황정민은 10.26 사건의 배후를 수사하는 합동수사본부장을 겸직하게 된 후, 권력 찬탈을 위해 군내 사조직을 동원해 1979년 12월 12일 군사반란을 일으키는 보안사령관 전두광을 연기했다. 정우성은 수도 서울을 지키기 위해 반란군과 첨예하게 대립하는 수도경비사령관 이태신 역을 맡았다. 특히 정우성은 '비트', '태양은 없다', '무사', '아수라'에 이어 김성수 감독과 다섯 번째 만나게 돼 주목받았다.
이성민은 반란 세력의 움직임을 감지하고 대비책을 세우는 육군참모총장 정상호를, 박해준은 군사반란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9사단장 노태건을, 김성균은 강한 신념을 가지고 반란군에 끝까지 저항하는 육군본부 헌병감 김준엽으로 분했다. 개봉 전 진행된 시사회부터 "올해 가장 뜨거운 영화", "최고의 수작"이라는 호평을 얻은 '서울의 봄'은 전체 예매율 1위에 오르며 '극장의 봄'을 예고했다.
이에 정우성은 개봉을 하루 앞둔 지난 21일 조이뉴스24와의 인터뷰에서 '서울의 봄'으로 5번째 호흡을 맞춘 김성수 감독에 대한 절대적인 믿음과 존경을 전하는 동시에 앞으로도 김성수 감독과 계속해서 작업할 수 있길 희망했다.
- 전두광, 이태신 뿐만 아니라 모든 캐릭터 플레이가 굉장히 유기적으로 잘 짜여졌다는 생각이 든다. 캐릭터 하나하나 얼굴이 잘 보였다.
"그건 김성수라는 오케스트라 지휘자가 너무 잘하기 때문이다. 그 많은 배우가 나왔는데 누구 하나 세계관의 톤앤매너가 맞지 않는다면 이 협주는 좋은 협주가 될 수 없다. 그 많은 배우가 그 자리에 있는 그 인물로 만들기 위해 엄청난 관찰을 하고 접점을 찾고 포착한다. '이걸 어떻게 하셨지?' 할 정도였다. 기억을 되살려보니 배우들 미팅을 계속해서 몇 시간씩 한 것 같다."
- 이번이 김성수 감독과 5번째 영화인데, 그 안에서 서로의 성장을 봤을 것 같다. 이번엔 특히 어땠는지도 궁금하다.
"배우 개인별로 리딩을 정말 많이 하신다. 저 역시도 리딩을 많이 했다. 성장은 감독님이 저의 성장을 보신 거고, 저는 감독님의 노화를 본 거다. 처음 봤을 때도 감독님은 아저씨였다.(웃음) 감독님이 좋은 이유는 변하지 않음이다. 늘 공부하신다. 또 연출부에 있던 많은 감독이 있는데, '내 연출부의 누구'라고 생각지 않는다. 그냥 그 자체로 보고 궁금해하고 배우려고 한다. 그랬던 감독님이기 때문에 '비트' 때 저라는 20대 배우도 그렇게 대해주신 것 같다. 영화적 동료로 성장시켜주신 것 같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죽이고 싶을 때도 많았다.(웃음) '아수라' 때 감독님이 뛰어다니다 발목이 부러졌을 때 좋아하고 박수쳤던 사람이 저다.(웃음)"
- '서울의 봄' 제안을 받았을 때가 '헌트' 직후라 한번 고사했다고 했는데, 그 이유 중에 김성수 감독의 집요함도 포함이 되어있나?
"'헌트'와 '서울의 봄'이 동일 인물을 대척점에 두고 있다는 점이 비슷하다. 관객들이 이태신에 다가오는데 허들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대한민국에 좋은 배우 많으니까 찾아라'라고 했더니 '알았어, 영화 엎을게'라고 하시더라. 그 협박에 넘어갔다. 감독님이 집요하게 설득하시라고 밀당을 좀 했다. 하지만 감독님이라는 점 때문에 50%는 마음이 넘어간 상태다. 불리한 싸움이다. 아니, 생각해보니 내가 유리한 싸움인 것 같다.(웃음)"
- 김성수 감독이 영화 촬영 동안 '정우성 배우와 부부싸움한 것처럼 냉랭하게 촬영을 했다'라고 했다. 어떻게 생각하나?
"감독님이 '부부싸움'이라고 했나? '충무로 부부'라는 소문이 있던데 그게 감독님 말에서 나온 건가?(웃음) 고민을 하고 있을 때 저도 생각을 정리할 시간을 줘야 하는데 계속 질문을 하시니까 너무 지겨워서 대꾸를 안 하기도 했다. 그걸 보고 '삐쳤구나' 생각한 것 같다. 감독님의 이야기를 외면할 수 없었던 캐릭터가 이태신이라 감독님에게 정말 많이 기댔다. 감독님의 집요함은 정말 최고다. 지치지 않는다. 징글징글하다. 감독님은 늘 그 작품이 마지막일 수 있다는 생각으로 작품에 임하신다. 본인이 가지고 있는 총량을 다 쓰는 것 같다. '어떻게 저렇게 지치지 않나' 싶을 정도다."
- 최근 이정재 배우가 함께한 GV에 깜짝 등장했다. 이정재 배우가 어떤 이야기를 해줬나. 그리고 김성수 감독이 '정우성, 이정재와 함께 멋진 액션 버디 영화를 찍고 싶다'라는 얘기를 했다. 배우의 입장은 다를 수도 있지 않나? 생각이 있나?
"이정재 배우는 '정우성을 '헌트'에서 제일 멋지게 찍고 싶었는데, '서울의 봄'이 정말 멋있게 찍은 것 같다'라고 하더라. 셋이서 같이 하는 작품에 대해서는 같은 생각이다. 다만 아티스트의 생각은 달라질 수도 있다.(웃음) 감독님과 셋이서 극장에 앉았는데 그런 공식적인 자리는 '태양은 없다' 이후 처음이었다. 자각하는 순간 옛날 감정에 젖어 들었다."
- 김성수 감독은 '정우성은 나의 페르소나가 절대 아니다'라고 하던데 정우성 배우는 이 페르소나라는 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감독님은 나의 잘생김이 이해가 안 되는 거다. 매일 자신의 얼굴만 보니 이해 불가인 거다.(웃음) 감독님에게 제일 미남 배우는 정만식 배우다. 그 얼굴이 이해가 되는 거다.(웃음) 본인이 거절했지만, 사실 저는 영광이다. 딱딱하고 유연하지 않은 젊은 친구를 영화적 동료로 받아주시고, 계속해서 작품을 하실 때마다 첫 번째 배우라고 생각하고 말씀해주신다. 그만큼 감사드리고, 김성수 감독님이 앞으로 몇 작품 하실지 모르겠지만 최대한 같이 작업을 하고 싶은 마음이다."
- 배우 정우성에게 김성수 감독은 어떤 의미인가?
"스승이기도 하고 형이자 동료다. 배우를 뛰어넘어 동기부여를 해준 분이다. 누구보다 응원한다."
- 올해 '웅남이', '거미집', '달짝지근해:7510' 등 정말 많은 작품에 카메오로 출연했다. 어떤 마음으로 그렇게 결정한 건지 궁금하다.
"기자님들이 영화제에 '카메오상'을 만들어서 정우성에게 주라고 좀 해달라.(웃음) 카메오는 부탁을 받으면 마음이 약해서 거절하기가 어렵다. 저와 인연이 있었던 분들을 위해서 하게 됐다. 카메오는 잘못 출연하면 본편을 훼손할 수 있어서 조심스럽고, 그렇기 때문에 최선을 다하려고 한다. 김성수 감독님처럼 질투 많은 감독님은 화를 내기도 한다. '서울의 봄' 촬영하면서 한거냐 그러신다.(웃음) 그렇게 참여한 작품이 올해 다 개봉했고, 톤앤매너를 훼손하지 않았던 것 같아서 다행이다."
- 영화 개봉도 있지만, 오랜만에 멜로 드라마인 '사랑한다고 말해줘' 공개도 앞두고 있다. 마음이 남다를 것 같다.
"잘 돼야 하는데. 그 작품도 13년 정도 된 인연의 작품이다. 예전엔 청각 장애 남자 주인공을 하기 힘들었다. 계속해서 목소리로 소리를 채워야 했는데 운 좋게도 이제 시대가 그런 역할도 받아들여 주더라. 오랜만에 멜로를 하는데 '피로감이 뭐지?' 싶더라. 그래서 드라마 촬영하는 5개월 동안 금주했다."
-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놈놈놈' 송강호, 이병헌 배우와 재회해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어떻게 만나게 된 건가?
"그날 '보호자' GV를 하고 올라오는 일정이었다. 김지운 감독님이 '뭐해?'라고 연락을 하셨다. '거미집'에 카메오 출연하고 나서 감사의 마음을 표현해주셨는데 그 이후 본 적이 없어서 갔더니 병헌 형까지 다 있더라. 그래서 '놈놈놈' 생각에 기분이 좋아서 사진을 찍었다."
- 이제 드디어 개봉인데 관객들이 어떤 반응을 보여주길 바라나?
"바람은 없다. 영화의 시작은 관객이 영화를 다 보고 나간 후인 것 같다. 같이 얘기하고 계속해서 상기할 수 있는 영화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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