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뉴스24 박진영 기자] "이름이 어떻게 되나요? 이름이 궁금해서 질문하는 겁니다." 역시 정우성이다. 형식적으로 질문을 받고 대답을 하는 것이 아니라, 관객들과 진심을 나누는, 진정한 소통왕이다.
6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우동 CGV센텀시티에서 영화 '보호자'(감독 정우성) GV(관객과의 대화)가 진행됐다. 현장에는 정우성과 김준한이 참석했다.
'보호자'는 10년 만에 출소해 몰랐던 딸의 존재를 알고 평범하게 살기를 원하는 수혁(정우성 분)과 그를 노리는 이들 사이의 이야기를 그린 액션 영화로, 정우성 감독의 장편 영화 데뷔작이다.
제47회 토론토 국제영화제, 제55회 시체스 국제판타스틱영화제, 제42회 하와이 국제영화제 등 유수의 해외 영화제에 초청돼 주목받았으며, 지난 8월 15일 국내 개봉됐다.
정우성은 평범한 삶을 꿈꾸는 남자 수혁 역을 맡았으며, 성공률 100%의 해결사, 일명 세탁기 우진 역은 김남길이, 수혁이 몸담았던 조직의 보스 응국 역은 박성웅이, 열등감에 시달리는 조직의 2인자 성준 역은 김준한이, 우진의 파트너이자 사제 폭탄 전문가 진아 역은 박유나가 연기했다.
5일에 이어 '보호자' GV에 참석한 정우성은 작품 연출에 있어서 고민한 지점에 대해 "시도이자 도전"이라며 "어떤 분들은 '설정 자체가 클리셰한데 뭘 반항하고 도전한다는 거냐'라고 하는데 뻔한 설정이 되어야 그걸 비틀 수 있고 보여줄 수 있는 발판이 된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상업 영화라는 단어 속에 존재하는 영화는 장르의 특성에 맞는 언어를 선택하고 목적에 의한 재생산을 한다. 그래서 이 특정 언어를 포기하고 감독의 언어를 어떻게 보여줄 수 있을지, 그 안에서 놀아봐야겠다는 생각으로 신경 썼다"라고 전했다.
이에 김준한은 "촬영 당시엔 감독님의 깊은 의중은 파악하지 못했다. 그 당시 영화 경험이 많지도 않았고 어떻게 하면 피해를 입히지 않고 주어진 임무를 수행할 수 있을지를 생각하며 그 속에서 열심히 했다"라고 떠올렸다.
또 그는 "배우로서 새로운 것을 계속 하고 싶은 기질이 있는 것 같다. 감독님도 저의 그런 기질을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 때 보고 좋아해주셔서 저를 '보호자'에 불러주신 것"이라며 "저의 그런 기질이 감독님의 생각과 닮아있는 부분이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지금에서야 해본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접점을 하나라도 만들고 싶다"라고 덧붙여 웃음을 자아냈다.
김준한은 성준을 연기하기 위해 정우성과 상의 하에 급하게 5kg 살크업을 했다고. 그는 "그 이후로 매 작품마다 체중이 많이 왔다갔다 했다"라며 "사실 저를 관심있게 보지 않으면 그런 변화를 모를테지만, 최근 작품에서 증량을 했다가 다시 뺐다"라고 전했다.
정우성은 "김남길 배우가 연기한 우진은 빌런이지만 살렸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보게 되더라"라는 관객의 말에 "우진도 성준도 성숙하지 못한 생각 속에서 자기 욕망을 쫓아가는 인간 군상의 일면"이라며 "우진은 그 행위가 다른 대상에게 잔혹한 결과를 남길지도 모른다는 깊은 생각을 하지 않는 인물이다. 하지만 단순히 악인으로 바라볼 수 있을까 하는 질문을 하게 된다. 다 상대적이라 내가 모두에게 좋은 사람일 수 없다. 그렇기에 인간을 대할 때 기본적인 연민이 깔려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우진과 성준을 볼 때 그런 생각을 하게 되는 것 같다"라고 설명했다.
극 속 아이를 바라보는 시선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정우성은 "그간 장르극에선 아이의 순수성으로 폭력을 정당화하고 아이는 보호받고 연약해서 울고 있다고 그린다. 그것이 장르가 가진 편협성이다"라며 "저는 아이는 하나의 존재로 바라봤다. 어른이 바라보는 대상으로 생각하면 안 된다고 여겼다"라고 말했다.
이어 정우성은 "개인적으로 UN난민캠프를 가서 많은 아이를 봤다. 그들은 나약한 존재가 아니라 극복하고 이겨내고 삶에 대해 고민하는 존재다"라며 "그런 개인적인 경험이 있기에 아이를 장르적으로 이용하고 대상화시키는 것이 맞는지 의문을 가졌고, '아이가 우리 가치 기준에서 머물러야 하나', '이 영화가 인간을 다루는데 아이도 인간이지 않나'라는 질문을 했다"라고 전했다.
"아이는 어른을 성장시킨다. 아이를 위해 더 노력하면서 부모가 되어간다. 그런 생각을 평소에도 했다"라고 강조한 정우성은 "극 속 인비를 그 자체로 바라보고 싶었고, 성숙한 사고를 하는 사람이라고 여겼다"라며 "주변을 돌아보면 어른 같지 않은 어른이 많다. 나이 먹었다고 다 어른이 아니다. 사고를 어떻게 하느냐가 중요하다"라고 자신의 확고한 생각을 밝혔다.
평소 재치 넘치고 다정한 성격의 소유자인 정우성은 이번 GV에서도 관객들에게 살갑게 다가갔다. GV 진행 전 갑작스러운 셀카 요청도 흔쾌히 응하며 스윗함을 보여준 정우성은 질문을 하는 관객들에게 이름을 먼저 묻고, 그 이름을 부르면서 감사한 마음을 표현했다. 또 깊이 있는 질문에 진심으로 감탄하며 의미를 부여했다.
특히 "수혁이 손을 씻었지만, 피가 남아있는 것에 대해 씻지 못한 과거를 의미하는 것이냐"는 질문엔 "앞으론 그렇게 의도하고 만들었다고 얘기를 하겠다"라며 "관객이 의미를 부여할 때 그 영화가 풍성해진다. 마음에 드는 의미 부여를 해주셨다"라고 감사 인사를 건넸다.
또 액션에 대한 질문엔 "상황에 맞는 몸부림을 표현하다 보니까 기교없이 투박한 느낌이 있다"라며 "수혁은 폭력에 대한 성찰을 하는 인물이다. 아이를 차 안에 숨겨서 호텔 로비로 들어가는데, 그 때는 성난 황소처럼 몸부림 치고 맹수들이 감싸는 것을 표현하려 했다. 그래서 드리프트를 하면서 차가 돈다. 그런 식으로 액션을 디자인했다"라고 고민했던 지점을 언급했다.
마지막으로 정우성은 "이렇게 함께 해주셔서 감사하다. 즐거운 시간이었다", 김준한은 "작품으로 부산국제영화제에 온 건 이번이 처음이다. 영광스럽고, 저의 특별한 순간에 많은 분들이 함께 해주셔서 감사하다"라고 감사 인사를 전했다.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