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뉴스24 박진영 기자] 역시 영원한 '형님'이다. 중화권 대표 배우 주윤발이 사망설부터 8100억 기부, 그리고 마라톤을 향한 염원을 전하며 유쾌하고 소탈한 매력을 과시했다.
5일 오후 부산 KNN 시어터에서 제28회 부산국제영화제 올해의 아시아영화인상 주윤발(CHOW Yun Fat)의 기자회견이 진행됐다.
올해의 아시아영화인상은 매해 아시아영화 산업과 문화 발전에 있어 가장 두드러진 활동을 보인 아시아영화인 또는 단체에게 수여하는 상이다. 올해 수상자는 '영웅본색'(1986), '가을날의 동화'(1987), '첩혈쌍웅'(1989), '와호장룡'(2000) 등 수많은 명작을 남긴, 우리들의 영원한 '큰 형님' 주윤발이 선정됐다.
주윤발은 홍콩 영화의 최전성기를 이끌고 '홍콩 누아르'를 세계적인 장르로 만든 주역이다. 액션영화뿐 아니라 멜로드라마, 코미디, 사극 등 한계 없는 연기의 스펙트럼을 보여주며, 아시아 최고의 인기 배우로 자리매김했다.
1976년 데뷔 이후 현재까지 약 100여 편의 영화에 출연하였으며, 대표작으로는 '청부업자:호월적고사'(1981), '영웅본색'(1986), '가을날의 동화'(1987), '우견아랑'(1988), '첩혈쌍웅'(1989), '정전자'(1989), '종횡사해'(1991), '와호장룡'(2000), '황후화'(2006), '양자탄비'(2010), '무쌍'(2018), '원 모어 찬스'(2023) 등이 있다.
지난 4일 개막식에서 수상을 한 그는 "이렇게 큰 사랑을 주셔서 감사하다"라고 소감을 밝힌 후 "부산은 굉장히 아릅답다. 이틀 연속 아침 러닝하러 갔다. 사람들이 반가워해서 덩달아 기분이 좋다. 음식도 잘 맞다. 좀 있다가 낙지를 먹으러 갈거다"라고 말했다.
또 올해 호스트로 나선 송강호와의 만남에 대해서는 "제가 한국어를 할 줄 몰라 대화는 못하고 인사만 했다"라며 "이 업계에서 오래 종사한 배우로서 존경한다. 하지만 송강호 배우가 한국어로 얘기를 해서 제가 못 알아들었다"라고 전해 웃음을 자아냈다.
앞서 온라인 상에서는 주윤발의 사망설이 돌기도 했다. 가짜뉴스 관련 질문이 나오자 그는 "아프다고 한 게 아니라 아예 죽었다고 하더라"라며 "매일 일어나는 일이라 전혀 신경 쓰지 않는다"라고 의연한 모습을 보였다.
또 "나이가 어느 정도 되면 취미를 찾고 건강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11월 홍콩에서 하프 마라톤을 뛸 예정"이라며 "내일 오전에도 10km를 뛸거고 가서도 연습을 할거다. 마라톤 기대해달라"라고 말했다.
인생에서 가장 잊지 못할 변곡점에 대한 질문에도 그는 마라톤을 언급했다. 첫 번째 인생 60년을 영화인으로 살았고, 이후 두 번째 인생은 마라토너로 살 생각이라는 그는 "지금은 마라톤에 집중한다"라고 마라톤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연기에 대한 열정 역시 대단했다. 18살부터 연기자 생활을 시작했다는 그는 "공부를 많이 못해서 영화를 찍으면서 많은 것을 배웠다. 어떤 것과도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큰 세상을 준다"라며 "한 사람의 인생을 두 시간 동안 살아간다. 연기를 하며 인생을 경험했다. 영화가 없으면 주윤발이 없다고 생각하면 된다"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그는 "제가 영화 50년 더 하면 볼 사람이 있을까"라고 질문했고 현장에 있던 많은 사람들이 "그렇다"라고 답했다. 그러자 "한국 자주 와서 미용 시술을 받아야 할 것 같다. 102세 떄까지도 젊은 모습을 유지하면 된다. 그 때도 지금만큼의 러닝 속도가 나올 수 있으면 만족한다"라고 전했다.
평소 검소하기로 유망한 주윤발은 2018년 사후 전 재산 56억 홍콩 달러(한화 8100억 원)를 기부하겠다고 밝혀 화제가 됐다. 이에 대해 그는 "제가 아니라 제 아내가 기부를 한 것"이라며 "저는 기부하고 싶지 않았다. 제가 힘들게 번 돈이다. 제가 용돈을 받으면서 살고 있다. 그래서 정확히 얼마를 기부했는지 모른다"라고 해 웃음을 자아냈다.
또 주윤발은 "이 세상에 올 때 아무것도 안 가져왔기 때문에 갈 때도 아무것도 안 가져 가도 상관이 없다고 생각한다"라고 덧붙였다. 그는 "흰 쌀밥 두 그릇이면 된다. 아침을 안 먹기 때문에 점심, 저녁 두 그릇이면 된다. 당뇨가 있어서 가끔 한 그릇만 먹기도 한다"라고 말하고는 최근에 중고로 카메라 렌즈를 샀다고 밝혔다.
그는 자신의 작품 중 '영웅본색', '와호장룡', '첩혈쌍웅'을 TOP3로 꼽았다. 그리고 80년대 제주도에서 두 달 정도 촬영한 당시를 떠올리며 갈비탕을 좋아해서 매일 갈비탕, 김치에 밥을 말아 먹었다고 밝히기도 했다.
"지금만 생각하고 현재를 살라는 말을 좋아한다"라고 말한 그는 "지금 앞에 있는 사람에게 최선을 다하라는 말을 하고 싶다"라고 인생관을 전했다. 그러면서 그는 "특별한 시선으로 슈퍼스타, 대단하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저는 지극히 보통의 일반인에 불과하다"라고 겸손하게 말했다.
태어남이 있으면 죽음이 있는 것이 당연하다는 그는 "주름 생기는 것에 대해 생각이 없다. 늙어가는 것이 무섭지 않고, 또 무서울 것이 없다고 생각한다. 그게 인생이다. 죽음이 없는 것이 이상한 것"이라고 담담한 삶의 자세를 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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