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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이人]① '잠' 정유미 "광기 전혀 예상 못해, 더 미칠 걸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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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배우 정유미, 영화 '잠' 수진 役으로 이선균과 4번째 연기 호흡
봉준호 감독 극찬 얻은 정유미, '스릴러 외피 두른 러브스토리' 신선함에 끌려

[조이뉴스24 박진영 기자] 배우 정유미가 서스펜스 스릴러 '잠'으로 돌아왔다. 연기 잘하는 배우는 어떤 장르에서도 빛이 나기 마련. 정유미는 '잠'을 통해 현실 연기부터 광기에 사로잡힌 인물의 감정선을 완벽하게 소화하며 다시 한번 관객들의 마음을 붙잡는다. 이에 봉준호 감독도 "미쳤다", "소름 돋는다"라는 극찬을 전하기도. 하지만 스스로는 "아쉽다"라며 겸손해 하는 정유미다.

오는 9월 6일 개봉되는 '잠'(감독 유재선)은 행복한 신혼부부 현수(이선균 분)와 수진(정유미 분)을 악몽처럼 덮친 남편 현수의 수면 중 이상행동, 잠드는 순간 시작되는 끔찍한 공포의 비밀을 풀기 위해 애쓰는 두 사람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배우 정유미가 영화 '잠'(감독 유재선)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올해 칸 국제영화제 비평가주간을 시작으로 제56회 시체스 국제 판타스틱 영화제, 제48회 토론토 국제영화제에 이어 판타스틱 페스트까지 초청돼 기대를 모았다.

정유미는 남편 현수의 수면 중 이상행동에 두려움을 느끼며 가족을 지키고자 애쓰는 아내 수진을 탁월한 연기로 소화해냈다. 이선균과는 4번째 연기 호흡을 맞추며 안정적인 케미를 형성했다.

이에 정유미는 최근 조이뉴스24와의 인터뷰에서 '잠'을 선택한 이유부터 중점을 둔 부분, 이선균과의 연기 호흡 등을 전했다.

- '잠'에 끌린 점은 무엇인가.

"오랜만에 간결한 시나리오를 봤고, 이걸 쓴 감독님이 궁금했다. 뵙고 싶다고 얘기를 했다. 만났더니 되게 좋으시더라. 여러 장르에 대한 표현이 나오고 있는데, 감독님이 '스릴러 외피를 두른 러브스토리'라고 하신 표현이 신선했다. 영화를 어떻게 찍으실지 궁금했고 현장도 궁금했다."

- 완성도에 대한 만족감은 어떤가.

"찍은 대로 잘 나온 것 같다. 저는 칸에서 영화를 봤는데 이렇게 사운드가 중요할지 몰랐다. 플러스가 생겼다. 다시 한번 신선했던 것 같다."

- 그렇게 궁금했던 감독님과 작업을 해보고 나니 어땠나.

"또 해보고 싶다. 영화와 감독님의 느낌은 다르다. 감독님은 곰돌이 같고 순둥순둥한데, 영화는 그렇지 않지 않나. 그런 발상이나 상상력이 신선했고, 다음에 어떤 영화를 찍을지 모르겠지만 궁금하다. 편안함 사이에서 디테일을 만들어내는 것이 감독님이 가진 장점이다. 연기할 때는 '보험 삼아 한 번 더 가봅시다'라고 하신다."

배우 정유미가 영화 '잠'(감독 유재선)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 3장으로 나뉘고, 그 속에서 변화들이 일어나는데 고민이 되거나 중점을 두려고 했던 부분이 있다면?

"감정 변화 포인트가 있긴 하지만 '이렇게 해야지'라는 생각으로 연기를 한 건 아니다. 조명과 미술 무드가 바뀌는데 그 안에 들어가면 생각한 것 이상으로 표현이 된다. 도움을 많이 받았다. 장소가 달라지니 자연스럽게 변화가 된 것 같고, 제가 할 수 있는 한 거기에 맞게 연기를 해나갔다."

- 혹시 배우의 아이디어가 들어간 부분도 있었나.

"개인적인 아이디어가 필요 없을 만큼 시나리오에 충분히 다 설명이 되어있었다. 제 생각이 들어가면 군더더기 같을 것 같았다."

- 눈이 돌아간다 싶을 정도로 광기에 찬 눈빛과 얼굴이 흥미로웠는데, 극적으로 쌓아온 감정의 디테일은 어땠는지 궁금하다.

"광기에 대해 많이들 얘기해주시는데, 그걸 듣고 나니 제 연기에 대한 아쉬움이 더 커졌다. 저는 광기를 생각하고 연기한 것이 아니다. '맑은 눈의 광인'이라는 뜻의 '맑눈광'이라고 하시더라. 그래서 광기를 더 폭발했어야 했나 싶어서 아쉽더라. 후반부 드릴 장면은 촬영할 때 어려웠다. 김국희 배우님이 엄청 힘들었을 거다. 가짜이긴 해도 혹시나 하는 망설임이 있었다. 감독님이 잘 편집을 해주셨지만, 좀 더 과감하게 했다면 진짜 광기가 나오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 그렇다면 연기를 할 때는 이런 반응을 전혀 예상하지 못했나?

"전혀 예상 못 했다. 찍기 전에는 '이런 표현을 해야지'라고 생각한 적이 없다. 그런데 리뷰에 광기가 너무 많이 나오다 보니 조금이 아니라 많이 아쉽다."

- 스스로는 아쉽다고 하지만, 봉준호 감독이 보고 '미쳤다, 소름 돋았다'라는 극찬을 해줬지 않나. 그런 얘기를 들었을 때 어땠나.

"더 미칠 걸 그랬다.(웃음) 재미있게 봐주셔서 감사하다. 또 이 시나리오와 유재선 감독님을 소개해주셔서 감사하다. 그 이후 다른 말씀은 없으셨는데, 봉준호 감독님과 유재선 감독님은 그런 군더더기 없는 점이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잠' 정유미 이선균이 신혼부부 호흡을 맞추고 있다.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 이선균 배우와는 이번이 4번째 호흡이었다. 홍상수 감독 작품에서의 작업과는 또 다른 지점이 있었을 것 같은데 어땠나.

"홍상수 감독님 영화 때는 회차는 적었지만 테이크를 많이 갔다. 거기서 훈련이 됐던 것 같다. 호흡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다. 오빠와는 현장에서 말을 많이 안 했다. '어떻게 할 거야?'라는 말도 없었다. 둘 다 시나리오와 감독님을 믿고 선택했다. 그런 점이 신기한데, 이미 오랜 시간 알고 지냈다 보니 편하기도 하다. 이런 배우를 만나서 연기할 수 있다는 것이 감사하다. 저는 첫 촬영이 늘 떨리는데 오빠 덕분에 떨리지 않았다."

- 신혼부부의 생활에서 이뤄지는 일이기 때문에 보편적인 감정이 담겼다. 그럼에도 경험해보지 못한 부분에서 이해가 되지 않는 감정선이 있었나.

"접근할 때 캐릭터보다는 전체적인 이야기의 톤앤매너를 보고 선택했기 때문에 감정선에 대한 불안함, 불편함은 없었다. 장편 시리즈를 찍을 때는 그런 적도 있었지만, 이번엔 그렇지 않았다. 이 글은 '이렇게 표현해야 하는 것'이라고 처음부터 생각했다. 또 감독님에 대한 믿음이 가장 컸다. 만약 영화가 잘 되어서 시나리오집이 나온다면 '이렇게 짧아?'라고 할 수도 있다. 그 안에서도 내가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지, 또 어떻게 찍을지 궁금했다. 감정의 진폭이 엄청나게 드러나는 것도 어렵고 재미있는데, 이런 작업도 의미가 있고 재미가 있다고 느꼈다. 그러다 보니 이 작품이 저에게 온 것이 감사했다."

- 작품을 고르는 기준이 명확한가.

"저에게 들어오는 것 중에서 재미가 있으면 감독님을 뵙고 싶다고 한다. 결이 맞으면 같이 가자고 한다. 글이 매력 있어야겠지만, 글만의 매력으로 가는 건 아니다. 감독님에 따라 달라진다. 현장에서 제일 얘기를 많이 나누는 이가 감독님과 상대 배우이고, 감독님이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것이 크니까 그런 것 같다."

/박진영 기자(neat2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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