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人] '남남' 전혜진 "'등신' 같은 안재욱·너무 편한 수영, 연기 호흡 최고"

[조이뉴스24 정지원 기자] 배우 전혜진이 코믹하고 사랑스럽게 변했다. 드라마 '남남'을 통해 대책 없지만 솔직하고 거침 없는 엄마 은미로 분한 전혜진은 그동안의 '엄마 클리셰'를 모두 깨는 도전적인 캐릭터를 선택해 출중한 연기력과 캐릭터 소화력으로 '남남'의 인기를 견인하는데 성공했다.

전혜진은 22일 서울 강남구 모처에서 진행된 지니TV 월화드라마 '남남' 종영 기념 인터뷰에서 '남남' 출연을 결정한 비화, 코미디 연기에 도전한 소감, 남편이자 동료배우 이선균의 반응 등을 전했다. 아래는 전혜진과의 일문일답 전문이다.

◇진홍이 나타났을 때 은미의 쿨한 대응이 놀라웠다는 반응도 있었다.

솔직히 조금 이해 안 됐다. 아니다, 이해가 됐으니까 했겠지. 너 없이도 잘 살았고, 가끔 생각은 나도 크게 무너지지 않았고, 아무렇지 않게 진홍을 대하는 모습이 은미스러웠다. 은미는 진홍을 보며 '너무 싫고 괘씸하고 잘 키워놨더니 '아빠 짓'을 하려고 하네?' 같은 마음이었던 거다. 거부하려 하지만 좋은 마음이 생기니 복잡한 마음도 생겼다. 그러면서도 진희를 나처럼 사랑해줄 수 있는 사람이 생긴다면 좋겠다는 마음이 진홍을 대할 때 조금은 있지 않았을까 생각도 하며 연기했다.

◇진홍의 부모님을 만나는 장면도 일반적이지 않았다.

막상 현장에 가니까 나도 모르게 눈치가 보이더라. 중간중간 거슬리긴 했다. 내가 이미 은미 화가 돼 있었기 때문에 선배님들이 정말 진홍만 보고 있는 게 불편하게 느껴졌고, 그래서 그 감정들이 다 표현이 됐다. 은미는 가족이 없는 상태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기 때문에 응징 아닌 응징을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딸이 든든한 경찰이기도 하고. 그걸 피하지 않았던 거다.

◇진희의 속마음을 듣는 장면에서는 은미의 모성애가 은연 중에 드러나기도 했다.

울컥했지만 울면 안될 것 같아서 조금만 울컥해도 연기를 멈췄다. 거기서 같이 울면 캐릭터가 무너질 것 같았다. 딸에게 그 얘기를 듣는 장면은 쇼킹했다. 나는 계속 숨겼고 상처받지 않기 위해 노력했는데, 직접적으로 얘길 들었을 땐 울컥했다. 드러내진 않았지만 미묘한 그 감정의 조절 수위에 대해 많이 고민했다.

◇이해가 어려웠던 부분 혹은 통쾌한 카타르시스를 느꼈던 장면이 있었다면?

카타르시스는 응징할 때 아닐까. 초반 머리채를 휘어잡고 말하는 장면. 그런 인간들에겐 욕을 해도 되는 것 같다. 귀엽게 잘 대처하는 부분들이 좋았다. 반면 진홍이 등장했을 때는 이해가 잘 안 됐다. 딸에게 '넌 신경 쓰지마'라고 말하며 반복적으로 선을 긋는데 '은미는 대단한 여자구나' 싶었다.

◇은미와 진희를 참아내는 '등신' 안재욱과의 연기 호흡은?

여수 다녀오고 밥도 같이 먹고 술도 한 잔 하고 얘기를 많이 나눴다. 현장에서 말이 없어서 '내 연기 때문에 화가 나셨나' 싶을 때가 있었지만, '남남'에 출연한 이유를 얘기 나누며 친분을 쌓았다. 대본이 너무 재밌어서 왕자님 같은 이미지를 깨고 이 드라마를 선택했다고 하더라. 안재욱은 감독님처럼 드라마 전체 분위기를 읽는 분이다. 우리 대사까지 다 알 정도다. 은미 말마따나 '등신' 연기를 제대로 해주셨다. 현장에서 너무 '등신'같고 진홍같았다. 진지한 모습이 너무 웃겨서 연기할 때도 엄청 NG를 많이 냈다. 안재욱의 실없는 그 모습이 너무 귀엽고, 외모와도 잘 맞더라. 정말 잘 받아주셨다.

◇수영과의 연기 호흡은?

너무 자연스러웠다. 처음부터 이상할 정도로 편했다. 너무 편해서 수영에게 '너 내게 너무 막 하더라' 했더니 그걸 좋아할 거라 생각해서 그랬다더라. 그 정도로 편안했다. 평소에도 날 엄마라 부르길래 '정말 듣기 싫다. 밖에서 엄마라고 하지마라'라고 했다. 하하. 지금도 잘 맞는 친구로 지낸다. 그래서 드라마에서도 시너지 효과가 있었던 것 같다. 성격도 잘 맞고 나도 수영을 좋아하고. 배우들과 딱히 친하지 않은데 수영은 정말 편하다. 역할 때문에 되게 친해졌다.

◇실제로는 아들만 둘인데, 친구 같은 딸이 있어 보니 어땠나. 또 엄마 생각도 많이 났을 것 같은데.

확실한 건 '아빠는 이 마음을 모른다' 싶다. 모자, 모녀는 이런 마음이 있지만 아빠는 모른다. 아빠들이 딸 예뻐하고 아들과 농구하는 로망이 있긴 하지만, 그에 비해 여자는 너무 복잡한 것 같다. 같은 배에서 나와도 아들 둘이 너무 다른데, 여자 대 여자가 만나면 엄청난 가짓수가 생겨나는거다. 이 부분들이 '남남'에서 짧지만 다양하게 드러났다. 정말 지지고 볶고 죽일 듯이 싸우지 않나. 나보다 나이 많은 부모님 세대도 정말 좋아하시더라. TV의 전형적인 부모 자식 관계가 아니라, 이렇게도 서로 대화할 수 있다는 걸 알고 놀라웠다는 반응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