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뉴스24 박진영 기자] 배우 김선호가 아닌 '귀공자'를 상상할 수 있을까. 박훈정 감독의 깊은 신뢰 속 더욱 폭넓은 연기 내공을 뽐낸 김선호다. 김선호의 장점만 쏙쏙 담아낸, 그야말로 '김선호 연기 종합선물세트' 같은 '귀공자'다. 하지만 김선호는 여전히 스스로의 연기가 부족하다며 겸손하게 말한다. 또 어떤 질문에도 정성을 다하고, 상대와 다정하게 눈을 맞춘다. 모든 것에서 배려가 넘치고, 주변을 기분 좋게 만드는 긍정 에너지가 가득하다. 왜 김선호가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을 수 있는지를 단번에 알 수 있는 순간이다.
오는 21일 개봉되는 '귀공자'(감독 박훈정)는 필리핀 불법 경기장을 전전하는 복싱 선수 마르코(강태주 분) 앞에 정체불명의 남자 귀공자(김선호 분)를 비롯한 각기 다른 목적을 지닌 세력들이 나타나 광기의 추격을 펼치는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김선호의 스크린 데뷔작이자, '신세계'와 '마녀' 시리즈 박훈정 감독이 메가폰을 잡아 기대를 모은 작품이다. 당초 '슬픈열대'로 알려졌지만 최종 '귀공자'로 제목이 결정되면서 김선호의 비중 역시 더욱 커졌다.
김선호는 '맑은 눈의 광인' 귀공자로 변신해 카체이싱, 와이어, 총격 액션 등 모든 액션을 완벽하게 소화하는 동시에 특유의 위트와 유연한 연기력을 뽐내며 놀라운 존재감을 발산했다.
이에 김선호는 12일 진행된 조이뉴스24와의 인터뷰에서 '귀공자'에 쏟은 연기 열정과 노력, 박훈정 감독에 대한 믿음, 배우로서의 목표를 솔직하게 전했다.
- 박훈정 감독이 "싸우지만 않으면 후속편도 가능할 것"이라고 했는데 다음 시리즈에 관한 이야기를 나눈 것이 있나.
"촬영 중간쯤 얘기를 해주셨다. '이런 거 있는데 해볼래?'라고 하셔서 '불러주시면 감사하다'라고 했다. 여러 가지 예를 들어주셨다. 레퍼런스가 몇 개 있는데 '쫓기는 귀공자', '혼자 아파하는 귀공자. 그런데 알고 보니 가시가 박혀 있는 것' 등 재미있는 얘기를 해주셨다."
- 청소년 관람 불가 등급이 나올 줄 몰랐다고 말하기도 했었는데 등급에 대해 아쉬움도 있나.
"아쉽다고 생각하기보다는 청불만의 매력도 있다고 생각하고 궁금하면 보러오실 거라 생각한다. '피가 더 튀나?' 할 수 있지 않나. 좋은 쪽으로 생각하기로 했다."
- 김강우 배우와의 호흡은 어땠나.
"'김강우의 재발견'이라는 말이 맞는 것 같다. 동생들이 다 강우 선배와의 연기를 좋아했다. 재미있으시고 극에 엄청 몰입하신다. 호흡을 맞췄다기보다는 다 같이 모여서 선배님 연기를 보고 웃고 그랬던 것 같다. 존경심이 커지다 보니까 '재미있다', '배워야지' 하는 마음이었다. 조곤조곤 말하는데도 딕션이 좋고, 호흡으로 감정 전달을 하는 걸 보고 감탄을 많이 했다."
- 시사회 무대인사 때 보니 김강우 배우 말을 정말 잘 듣더라.(웃음) 현장에서도 김강우 배우가 리더십을 보여준 부분이 있나.
"강우 선배님뿐만 아니라 제가 원래 다른 사람 말을 잘 듣는다.(웃음) 촬영 현장에서는 제 몫을 했지만 아무래도 제가 영화가 처음이다 보니 시사회나 이런 곳에서 뚝딱거리고 있으니까 나서서 위치도 잡아주시고 하신 것 같다."
- 박훈정 감독이 한결같은 믿음을 줬고 '폭군'까지 연달아 함께 했는데 김선호 배우에게 그는 어떤 존재인가.
"좋은 연출자이자 형이다. 친구 같다. 연기도 그렇지만 취미나 사소한 얘기도 많이 한다. 촬영 때는 거의 붙어있다 보니 얘기도 하고 맛집 탐방도 한다. 저는 걱정인형 같은 느낌이 있는데 '이렇게 살아야 한다'라고 몸소 보여주신다. 청불에 대한 긍정적인 생각도 감독님께 배운 거다. '청불만의 매력이 있겠지' 하신다. 그렇게 생각이 변해간다. 제가 주변 사람들 영향을 많이 받는데 보고 배우는 것이 많다."
- 이상이 배우를 비롯해 tvN '갯마을 차차차' 배우들이 시사회에 참석했던데 어떤 이야기를 나눴나.
"배우들끼리는 연기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 이상이 같은 경우엔 '멋있더라' 정도였다. 오히려 '누가 결혼해'와 같은 일상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또 공연 못 보러 갔다고 하니 '다음에 보러 와'라고 하더라. 제가 지금도 골프를 못 치는 편인데 '갯차' 때 스태프들과 골프 치면서 같이 어울리고 했던 기억들을 떠올리며 얘기를 했다. 오랜만에 만나서 일상에 관해 얘기하는 것이 좋았고 가깝다고 생각했다."
- 차기작에 대한 궁금증도 큰데 배우로서 가지는 목표 지점은 무엇인가.
"박훈정 감독님과 '폭군' 촬영은 다 끝냈고 현재 김지운 감독님의 드라마 '망내인'을 준비하고 있다. 이렇게 불러주셔서 영광이다. '조금만 연기를 더 잘하고 싶다'라는 목표가 있다. 어떻게 해야 연기가 느는 것인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대본을 볼 때 막힐 때도 있어서 한탄하기도 한다. 근처 사는 배우 친구들과 '안 늘어'라는 얘기를 하면서 술을 마신다. 그때는 비관적이다. 서로 조언을 해줘도 안 들으니까 웃으면서 그런 얘기를 한다. 조금 더 연기를 잘하고 싶은데 부족한 점만 보인다."
- 살이 많이 빠진 것 같다.
"'폭군' 촬영을 할 때 캐릭터 때문에 체중 감량을 했다. 그리고 지금은 유지를 하고 있는 상태다."
- 롤모델이 있나.
"롤모델 보다는 이병헌, 송강호, 최민식 선배님처럼 장점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제가 그 선배님들이 될 수 없다는 것을 안다. 그렇기 때문에 저만의 장점이 있다면 영광일 것 같고 그 장점을 찾는 과정인 것 같다. 저는 진짜 느린 사람이라 연기를 할 때 처음이 가장 힘들다. '조커'처럼 '저런 상상을 어떻게 하지?'라고 생각하게 된다. 저처럼 느린 배우가 처음부터 생각하고 빨리 캐치를 해서 성장하는 것이 어렵다. 바람이 있다면 그분들처럼 새로운 무언가를 발견하고, 또 누군가의 레퍼런스가 되고 싶은 마음이다."
- 김선호의 '귀공자'는 누군가의 레퍼런스가 될 수 있을 것 같나.
"'귀공자'가 배우 인생의 전환점이 될 것 같으냐고 물으시더라. 저에겐 모든 작품이 다 전환점이 된다. 최선을 다하고, 고마운 사람들과 작품을 했다는 것에 대한 영광스러운 나날이 있었다. 주변인들의 솔직한 평, 단점에 대해 받아들이고 고쳐나가는 전환점, 계기가 되지 않을까. 그러면서 조금 더 늘지 않을까 생각한다."
- 앞으로 어떤 것에 또 도전하고 싶은가.
"뭔가 하고 싶다고 간절하게 바라기보다는 '내가 할 수 있나?'라고 생각하게 되는 것 같다. 다음 작품인 '망내인'이 제가 느끼기에 더 누아르인데 거울을 보면서 준비를 더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얼마 전에 작품들을 보면서 '사람 냄새 나는 것을 하면 어떤 느낌일까' 생각해봤다. 다시 삶에 부대끼는 청년의 모습으로 살아보면 어떨까. 작품을 해오면서 시간이 흘렀으니까 '사람 냄새가 좀 달라졌겠지?'라는 생각이다."
- 함께 작업을 해보고 싶은 감독님이 있나.
"이번에 김지운 감독님과도 함께 하게 됐다. 예전부터 특정한 감독님 작품을 꼭 봐야 한다고 하는 건 없었다. 제가 부족한 사람인지 모르겠지만 전 그냥 안 무서운 감독님과 함께하고 싶다.(웃음) 지금까지 무서운 감독님은 없었다."
- 최근 사진전을 하면서 "인생을 돌아보는 계기"라고 하면서 눈물이 날 것 같다고도 했다. 심경의 변화 같은 것이 있었나. 그리고 한결같이 응원해주는 팬들과 주변 분들에 대한 애정을 확인하는 시간이 되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저를 돌아보게 됐다. 1년이라는 시간을 표현했는데 그동안 계절이 어땠는지 떠오르더라. 어떤 배우도 응원해주고 지지를 해주는 사람이 없다면 그 배우가 빛이 날 수 있을까 싶다. 저는 참 작은 사람인데 이렇게 지지해주는 분들이 저를 크게 만들어준 것 같다. 그래서 감사하다. 이런 말이 맞는지 모르겠지만, 저는 많이 드린 것이 없는데 저에게 많은 것을 주시니까 고맙고 신기하다. 심경의 변화라기보다는, 저는 까먹었다가 다시 돌아보고 또 다시 감사하는 것을 반복하는 사람인 것 같다. 이것을 잊지 않고 가져가는 것이 저의 목표이고 어떻게 해야 응원해주시는 분들에게 조금이라도 기쁨이 될 수 있을지 고민을 하고 있다. 그래서 심경의 변화는 늘 생긴다. 매 순간 다짐하고 결심하고 노력하려 한다."
- '짐종국'에 출연했을 때 '이광수가 보인다', '잘생긴 이광수'라는 반응을 얻었는데 어떻게 생각하나.
"'잘생긴'이라고 해서 이광수 배우께 죄송한데 기분 좋았다. 예능 속 뚝딱거림이 저이기도 하다. 있는 그대로 좋게 귀엽게 봐주신 것 같다. 제가 아닌 상태에서 폼을 잡거나 해서 재미없는 것보다는 저의 있는 그대로, 운동 못하는 모습을 보여드리면 진심이 통하지 않을까 생각해서 그냥 열심히 했다."
- '귀공자'를 통해 얻고 싶은 반응이 있다면?
"'김선호가 잘한다'는 아닌 것 같고, '이것도 가능하네', '발전 가능성이 있네', '다른 기회가 오면 잘할 수 있겠다', '유연하네'라는 생각만 들게 해도 성공인 것 같다. '아닌데?' 보다는 '괜찮네'였으면 하는 정도다."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