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人]① '더글로리' 안소요 "송혜교에 '미안했어', 심장 쿵 내려앉아"

[조이뉴스24 박진영 기자] 배우 안소요가 '더 글로리' 파트2에서 그 누구도 예상치 못한 충격의 반전을 안기며 시청자들을 소름 돋게 만들었다. 분량이 많은 건 아니지만, 등장할 때마다 존재감을 뿜어내던 안소요는 마지막 반전을 통해 '더 글로리'의 복수 서사의 퍼즐을 완성했다. 단순한 재미를 위한 것이 아닌, 마지막까지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 묵직한 여운은 안소요의 깊이감 있는 연기 덕분에 더욱 빛이 났다.

넷플릭스 시리즈 '더 글로리'(극본 김은숙, 연출 안길호)는 유년시절 폭력으로 영혼까지 부서진 한 여자 문동은(송혜교 분)이 온 생을 걸어 치밀하게 준비한 복수와 그 소용돌이에 빠져드는 이들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송혜교와 이도현, 임지연, 박성훈, 김히어라, 차주영, 김건우, 정성일, 염혜란 등이 출연해 전 세계적인 관심을 얻었다.

그 중 안소요는 편집숍 시에스타의 매니저이자 박연진(임지연 분)의 스타일리스트 김경란 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박연진의 딸 예솔(오지율 분)이 색약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후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어 소름을 유발했던 안소요는 파트2에서 분량을 뛰어넘는 놀라운 활약과 존재감으로 시선을 사로잡았다. 경란은 문동은과 마찬가지로 박연진 일당에게 학교폭력을 당했던 피해자인 동시에 손명오(김건우 분)를 죽인 진짜 범인이었던 것. 안소요의 미세한 표정 변화와 담담하지만 힘 있는 대사 처리는 마지막까지 긴장감을 형성하며 시청자들에게 깊은 여운을 안겼다.

1987년생인 안소요는 2015년 영화 '인 허 플레이스'를 시작으로 '십자인대(2017), '교환학생'(2019), '축복의 집'(2022) 등을 통해 연기 내공을 탄탄히 다져온 안소요는 JTBC 드라마 '아름다운 세상'으로 처음 시청자들과 마주했다. 이후 tvN '슬기로운 의사생활'에서 아이를 향한 엄마의 절절한 모성애를 담아내며 시청자들의 심금을 울렸다.

또 2022년엔 티빙 '아직 최선을 다하지 않았을 뿐'에서 웹툰 회사 편집자 함소요 역을 맡아 남금필(박해준 분)과 연기 호흡을 맞췄다. 그는 가족을 외면한 채 과거에 사로잡혀 살아가는 아버지와의 갈등을 딛고 화해를 하는 동시에 편집자로서 남금필에게 따뜻한 위로를 건네는 함소요 캐릭터를 깊이 있는 연기로 섬세하게 표현해내 진한 울림을 선사했다.

잔나비의 '초록을 거머쥔 우리는' 뮤직비디오에 출연해 신선한 마스크와 신비로운 분위기를 선사했던 안소요는 '더 글로리' 김경란을 만나 앞으로가 더 기대되는 배우로 우뚝 섰다.

안소요는 지난 24일 진행된 조이뉴스24와의 인터뷰에서 인기 실감을 하느냐는 질문에 "큰 변화는 없는데 이렇게 인터뷰를 하는 것이 처음이다 보니 실감이 되는 것 같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하지만 야외에서 인터뷰용 사진 촬영 중인 안소요를 먼저 알아본 사람들은 "'더 글로리' 경란이"라며 반가움을 드러내 '더 글로리'의 파급력을 다시 한 번 체감케 했다.

- 지금 헤어스타일도 그렇고 실제로 보니 중국의 주동우 배우와 진짜 많이 닮은 것 같다.

"닮은 꼴이란 말을 들어봤다. 저도 주동우 배우 팬이라서 이런 말을 들으면 너무 좋다."

- '더 글로리'에 합류하게 된 과정이 궁금하다.

"오디션을 두 번 봤다. 그 때 혜정(차주영 분)이와 사라(김히어라 분) 대사를 받았다. 하지만 감독님은 너무 어려보이기도 하고 역할과 이미지가 안 맞는다고 솔직하게 말씀하시더라. 그래서 안 됐구나 했는데 두 번째 오디션에 불러주셨다. 그 때는 화려하게 꾸미고 메이크업도 진하게 했다. 두 번째 때는 공장 동생 성희(송나영 분)의 대사를 주셨다. 그래서 화장을 급히 지우고 갔더니 '나이가 안 맞는 것 같다. 그러니 안 해도 될 것 같다'라고 정중하게 얘기를 하시더라. 대사도 안 읽어본 상태라 연기 한 번 해보고 가겠다고 말씀드렸다. 그렇게 연기를 하고 안 되겠다 생각했는데 경란 역할로 연락을 주셨다. 베일에 싸여져 있지만 후반부에 이런 이야기가 있다고 얘기를 해주셨다."

- 감독님이 왜 경란 역할에 캐스팅을 했는지 이유를 설명해주셨나.

"특별히 말씀해주신 건 없지만, 제 얘기를 듣고 연기를 보고 난 후에 다양한 나이도 가능하다고 생각하신 것 같다. 경란 역 캐스팅을 오랫동안 고민했는데 '너로 하기로 했다'라고 하시더라. '이 역할을 계기로 더 잘됐으면 좋겠다'고 해주셨다."

- 경란 역에 대해 어떤 디렉션을 주셨나.

"경란이라는 인물이 어느 편인지 헷갈렸으면 좋겠다며 의심, 긴장감을 줬으면 좋겠다고 하셔서 저도 그 부분을 중점을 두고 연기했다. 경란이의 마음 가장 깊은 곳의 감정은 어떤 것일 것 같으냐고 물어보셨다. 저는 미안함이라고 답했다. 그것이 동은에 대한 것일 수도 있고, 떳떳하지 못한 죄책감도 있다고 했다. 감독님이 맞는 것 같다며 제가 생각하고 느끼는 것 그대로 하면 될 것 같다고 제 감정을 존중해주셨다."

- 현장에서 만난 안길호 감독은 어땠나.

"너무 감사했다. 오디션 과정 때 부정적인 피드백이었지만 솔직하게 대해주셨다. 존중과 솔직함을 보여주셨고, 저 또한 솔직하게 해보겠다고 했다. 편안한 분위기였다. 믿어주시고 감정 연기를 할 때도 기다려주셨다. 이렇게 참여할 수 있는 기회 자체에 감사함이 크고 열심히, 잘해야지 하는 마음이었다."

- 김은숙 작가와 따로 얘기를 한 것이 있나.

"리딩 때 얼굴만 뵈었다. 미안함이란 감정도 제 상상 속의 이야기였는데, 대본에 동은에게 '미안했어'라고 하는 대사가 있었다. 그걸 보는데 심장이 쿵 내려앉는 느낌이었다. 그걸 입 밖으로 꺼내게 되어 너무 다행이었고, 그 장면이 감사했다."

- '더 글로리'가 학폭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고, 방송 이후에도 큰 반향을 일으켰다. 경란 역시 피해자의 입장이었는데 드라마 속이긴 하지만 이런 인물을 연기했을 때 많은 감정의 동요가 있었을 것 같다. 어떠했나.

"(안소요는 질문을 받고 차오르는 눈물과 감정에 한참 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마음이 많이 아프다. 극 중 인물로 만나게 된 것이지만 진짜 경란이가 있다고 믿고 제 마음을 활짝 열어서 경란이 인생을 받아들이고 싶었다. 제가 가진 생각으로 너무 빨리 판단하지 말고, 하루하루 많은 생각을 하면서 그렇게 경란이를 받아들이려 했다. 마음 아픈 날도 많았고, 지금 생각을 해도 마음이 아프지만 마지막엔 변화의 기점을 만들어냈다. 동은과 일련의 사건을 통해서 경란에게 엄청난 파고가 일어난다. 그렇게 비로소 경란이가 새로운 시작을 할 수 있게 된 것 같다. 끝나고도 마음은 아프지만, 다음을 생각할 때 위로가 된다."

- 성인이 된 경란은 왜 연진 무리에서 벗어나지 못했을까.

"경란인 동은이와 대조되는 인물이다. 동은이처럼 할 수 있지만, 경란이처럼 할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또 다른 디테일이 있을 수도 있지만 하나로 정리할 수는 없을 것 같다. 하루하루 되짚어 그렸을 때 나름대로는 그 상황을 벗어나려 애를 쓰고 모면하려고도 했을 것 같다. 하지만 그것이 소용 없던 날들이 쌓이고 쌓여서 여기까지 왔다고 생각한다. 이제 와서는 스스로 변화를 만들어낼 엄두도 나지 않는 무기력한 상태, 감정을 솔직하게 받아들이지 못하는 상태라고 생각한다.

- 촬영할 때 현장 분위기는 어땠나.

"현장 분위기는 극과는 달랐다. 편안하고 다들 즐겁고 유쾌하게 흘러갔다. 감독님 영향도 있고 배우들 모두 다 격없이 편안하고 즐겁게 촬영했다."

- 송혜교, 임지연 배우와의 호흡은 어땠나.

"분량이 많지는 않았지만, 각 인물들과 대사를 주고 받는 장면이 조금씩 있었다. 쉽게 친해지지는 못했지만, 연기 들어가기 전에 같이 얘기를 나눴다. 또 다들 개성 있는 연기를 보여주셔서 거기에 따라갔던 것 같다. 리액션을 할 때 상대의 호흡을 따라가며 경란으로서 몰입을 할 수 있었다."

- 경란을 연기할 때 가장 힘들었던 부분은?

"전반적으로 미묘한 표정의 변화가 필요한 역할이다. 감정을 솔직하게 드러내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하셔서 항상 예민한 상태를 유지하려고 했다. 감정 표현을 직설적으로 하지 않고 꼬거나 뒤돌았을 때의 표정, 예민하고 긴장감 있는 태도를 유지하려고 했다."

- 예민함을 유지하는 것이 쉽지 않았을 것 같다. 스트레스도 컸을 것 같은데 어땠나.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편인 것 같다. 하지만 그렇게 긴장감 있게 연기를 하고 퇴근을 하면 그것이 또 꿀맛이다. 열심히 하지 않으면 그 느낌이 싱겁지 않을까. 모든 일은 다 스트레스가 있을테니 항상 이 작품을 하고 있다는 것에 대한 감사함으로 임했다."

- 결말에 대한 만족도는?

"좋았다. 각 인물들이 또 다른 시작을 맞이할 것 같은 방향을 열어두고 끝이 난 것 같아서 어떻게 될지 여운이 남고 상상을 하게 된다. 경란으로서도 이후에 새로운 삶을 살게 될 것 같아서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