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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이NOW] '유퀴즈', 윤석열 출연으로 모두 다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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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이뉴스24 김지영 기자] 대중에게 사랑받던 예능프로그램 '유퀴즈'가 수일째 비난의 화살을 맞고 있다. 토크쇼의 의미가 퇴색되어가고 있다는 소리까지 나온다. 갈피를 잡지 못하고 흔들리던 '유퀴즈'를 송두리째 뽑아놓은 것은 윤석열 당선인 출연 문제로 발발했다.

지난 13일 윤석열 당선인은 서울 통의동 인수위원회 기자회견장에서 2차 내각 인선안을 발표한 뒤 tvN 예능프로그램 '유 퀴즈 온 더 블럭'(이하 '유퀴즈') 촬영장으로 이동, 비밀리에 녹화를 진행했다.

이러한 소식은 당일 오후부터 알려졌다. tvN 측은 오후 6시가 지났을 무렵 "윤석열 당선인 출연이 맞다. 오늘 촬영했고 오는 20일 방송 예정"이라고 밝혔다.

'유 퀴즈 온 더 블럭' 포스터  [사진=tvN]
'유 퀴즈 온 더 블럭' 포스터 [사진=tvN]

윤 당선인의 출연이 확정되자 '유퀴즈' 시청자 게시판에는 항의 글이 쇄도했다. 다수의 네티즌은 아직 취임식을 하지 않은 당선인의 국민 예능프로그램 출연의 저의가 무엇이냐는 분노를 표했다. 시간이 지나도 윤 당선인의 '유퀴즈' 출연 문제는 사그라지지 않았고 일주일 동안 9천 개 이상의 항의 글이 게재됐다.

그럼에도 '유퀴즈' 측은 출연을 강행, 방송 당일에는 홍보 자료, 예고편, 티저까지 다 공개하지 않고 홍보를 최소한으로 진행했다. '굳이 일을 키워 비난받을 일을 만들지 말자'의 취지인 것으로 보인다.

우여곡절 끝에 지난 20일 방송된 '유퀴즈'에서는 윤 당선인의 간략한 이야기가 그려졌다. 제작진은 논란을 의식한 탓인지 재미를 추구하는 편집을 최소화하고 배경음악, 효과음, 특수효과 등 연출 대부분을 배제했다. 주로 MC 유재석과 조세호가 질문을 던지는 컷, 이를 대답하는 윤 당선인의 컷으로만 이뤄져 단조로운 느낌을 부여했다.

이러한 밋밋한 편집은 윤 당선인의 출연을 기다리고 있던 일부 시청자의 기대도 저버리게 했다. 이왕 출연시킬 셈이었다면, 평소처럼 비슷한 톤을 유지했어야 했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이에 따라 윤 당선인을 지지하는 측, 이와 반대 진영, 그저 프로그램 팬이었을 뿐이었는데 이전과 다른 노선을 잡은 '유퀴즈'를 보며 안타까워하는 시청자까지 한데 모여 '유퀴즈' 시청자 게시판에 의견을 쏟아냈다.

유퀴즈 윤석열 [사진=tvN 캡처]
유퀴즈 윤석열 [사진=tvN 캡처]

윤 당선인의 출연 논란이 시청률에 큰 영향을 끼치지도 못했다. 21일 시청률 전문 조사기관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전 주 대비(3.8%) 0.605%P만이 상승해 4.405%를 기록한 것. 지난 회차에서 연예인 출연 없이 일반인 특집으로만 그려져 시청률이 평소보다 저조했던 것을 고려했을 때, 이날 방송 성적표는 논란 대비 턱없이 처참한 실적이다.

더군다나 지난해 청와대 측에서 '유퀴즈'에 '청와대 특집'을 의뢰했으나, 제작진에서 "정치인 출연은 부담스럽다. 프로그램 콘셉트에도 맞지 않는다"라고 거절했던 것이 21일 드러나면서 '문재인 대통령은 거절하고 윤석열 당선인은 출연시키는 이유가 무엇이냐'라는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CJ ENM은 논란을 잠식시키려는 듯 "출연을 요청받은 바 없다"라고 했지만, 문재인 대통령 비서실 의전 비서관 탁현민은 이날 SNS를 통해 "윤 당선자의 출연 여부와는 별개로 청와대를 상대로 한 CJ의 거짓말에는 심각한 문제가 있다"라고 장문의 글을 게재했다.

글에 따르면 지난해 4월 청와대 측은 문재인 대통령을 비롯해 청와대에서 근무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전하기 위해 '유퀴즈' 출연을 의뢰했다. 그러나 제작진 측에서 이를 거절했고, 청와대 관계자는 제작진의 의사를 존중해 더 이상 요청하지 않았다.

탁현민은 "윤 당선인의 출연이 오로지 제작진의 판단이었다고 믿고 싶다. 다만 바라는 것은 어떠한 외압도 없었길 바라며 앞으로도 오로지 제작진의 판단만을 제작의 원칙으로 삼길 바랄 뿐이다. 그것이 방송쟁이, 문화예술인들이 스스로의 존엄을 지키는 길이기 때문"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유퀴즈'는 길거리에서 만나는 시민을 대상으로 인터뷰를 진행, 가벼운 대화 속에서 삶의 의미를 전하며 시청자에게 사랑받았다. 그러나 코로나19 사태로 스튜디오로 옮기면서 길거리 토크쇼만의 재미는 줄었지만, 프로그램의 본질은 유지하려 노력했다.

일반 시청자를 대상으로 하던 방송 포맷에서 게스트로 출연하는 연예인 광고 수단으로 전락한 지는 오래다. 이마저도 시청자는 '유퀴즈'만이 보여줄 수 있고 다룰 수 있는 주제와 이야기를 사랑해 연예인 출연도 감싸 안았다. 그러나 이번 윤 당선인의 출연과 새 정권에 편승하려는 조짐은 모두의 등을 돌리게 했다.

윤 당선인의 출연 소식이 전해진 지 8일째다. 수일째 이어지고 있는 논란을 '유퀴즈' 제작진과 tvN이 예상하지 못했을 리 없다. 길거리 토크쇼로 사랑받던 '유퀴즈'는 프로그램의 뿌리가 흔들리고 있으며 시청자의 사랑으로 포용 되던 일들도 이제는 감싸 안아주는 이 없다. 모든 논란을 안는 대신 화제성을 얻었다고 하기에도 '유퀴즈'의 리스크는 심각해 보인다.

/김지영 기자(jy1008@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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