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뉴스24 박진영 기자] "불편해도 외면해서는 안 되는 이야기" 설경구와 천우희, 고창석이 학교 폭력의 민낯을 그린 '니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로 돌아온다. 무려 5년 만에 개봉이라는 빛을 보게 된 이 영화가 사회에 경종을 울릴 수 있을지 이목이 쏠린다.
7일 오전 영화 '니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감독 김지훈) 제작보고회가 온라인으로 진행됐다. 현장에는 김지훈 감독, 배우 설경구, 천우희, 고창석이 참석했다.
'니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는 스스로 몸을 던진 한 학생의 편지에 남겨진 4명의 이름, 가해자로 지목된 자신의 아이들을 위해 사건을 은폐하려는 부모들의 추악한 민낯을 그린 영화다.
설경구는 학교 폭력 사건의 가해자 중 한 명으로 지목된 강한결의 아버지이자 변호사인 강호창 역을 맡았다. 그는 아들을 보호하기 위해 가해자 부모들과 공모하며 치밀하게 사건을 은폐하는 이기적이고 냉정한 모습을 균형 있게 표현해냈다.
천우희는 사건을 둘러싼 아이들의 담임 교사 송정욱 역을 맡아 사건의 진실을 밝혀내려 애쓰는 인물을 연기한다. 문소리는 홀로 키우던 아들을 잃은 엄마 역을 맡아 대체 불가한 열연을 보여준다. 오달수, 고창석, 김홍파는 가해자 부모 역을 맡았다.
'니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는 동명의 연극 원작을 영화화한 작품으로, 현시대와 맞닿아 있는 학교 폭력이라는 소재를 가해자의 시선에서 그려내는 차별화된 시도로 화제를 모은다.
이날 김지훈 감독은 "10년 전에 우연히 연극을 보고 제목부터 너무 놀라웠다. 직접적이지 않나"라며 "그렇게 연극을 경험하고 처음 드는 생각은 분노였다. 그리고 원작자가 그 분노를 제목으로 너무 잘 표현했다고 생각했다"라고 말했다.
이어 "주변에서 '제목을 바꾸자'는 의견도 많았지만 제목이 주는 분노감이 이 주제를 가장 잘 표현하고 이 영화에 담고자 하는 함의를 충실히 표현했다고 생각했다"라며 "오랫동안 분노가 마음 속에 담겨져 있었는데, 정점은 '찾아가서 얼굴 한 번 보고 싶다' 생각이 들었을 때다. 그 사람들을 응징하고 책임을 묻는게 아니라 얼굴을 보고 싶다. 그것 만큼 잘 표현할 수 있는 감정은 없다고 생각했다"라고 전했다.
설경구는 "가해자의 이야기를 다룬 이야기다. 각본을 보고 분노하고 마음이 아팠다. 여러 감정이 복잡하게 전달됐다. 이 이야기는 소개돼서 공감을 했으면 좋겠어서 출연하게 됐다"라고 출연 이유를 설명했다.
김지훈 감독은 '타워' 이후 두 번째 만나게 된 설경구에 대해 "많이 성숙해진 느낌이 들었다. 제가 닮고 싶고 배우고 싶다"라고 말했다.
이어 "사석에서 보면, 저에게 진짜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하신다. '진짜 맞아?'라고 묻는다. 진짜가 뭔지는 모르겠지만 진짜를 한번 공부해보자는 의미도 컸다"라며 "서로 상의를 많이 할 수 있는 버팀목 같은, 의지하고 싶은 마음이 컸다"라고 전했다.
천우희는 "낭독공연을 봤는데 너무 흥미로워서 연극도 봤다"라며 "영화화하신다고 해서 어떻게 표현이 될지 궁금했다"라고 말했다.
이어 "한편으로는 두렵기도 했다. 연극과 영상 표현은 다르다 보니 두 개 결이 어떻게 다를까 싶었다"라며 "사회적인 이야기에 관심이 있어서 많은 사람들이 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라고 출연 이유를 밝혔다.
김지훈 감독은 "원래는 남자였고, 유약한 사회 초년생이었다. 캐스팅을 놓고 먼저 캐스팅된 배우들과 얘기를 하다가 일심동체로 천우희라고 했다"라며 "애걸복걸했다. 진심으로 부탁했고 많은 고민을 했다. 시간은 걸렸지만 공감해주셔서 이런 결과물이 나왔다"라고 캐스팅 과정을 전했다.
또 "우희 씨가 그동안 강하고 주도적인 역할을 많이 했다. 저는 그 이면에 유약하고 나약한 모습을 개인적으로 보고 싶기도 했고 배우들과의 앙상블도 기대가 됐다"라고 말했다.
천우희는 한 차례 출연을 고사했었다고. 하지만 설경구, 오달수가 천우희에게 전화를 해 캐스팅을 했고, 이에 고마움을 느껴 출연을 하게 됐다고 한다.
고창석은 "5년 동안 빛을 못 보고 사라질까봐 가슴 졸였다. 외면받아서는 안 되는 얘기고 만나야 하는 이야기라 기쁨과 동시에 감격스러운 느낌이 있다"라고 개봉을 앞둔 소감을 밝혔다. '니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는 오달수의 미투 논란과 코로나19 여파로 인해 무려 5년 만에 개봉을 하게 됐다.
이어 고창석은 "시나리오 보면서 분노를 느꼈다. 배우이기 이전에 부모이기도 하다. 나였으면 다른 선택을 했을까 했을 때 자신이 없어지더라"라며 "영화를 찍으면서 다시 한번 확인해보고 싶었다. 정말 내가 얘기하는 정의로운 선택을 할 수 있을까. 혼란스럽지만 뜻깊게 작업을 했다"라고 말했다.
수학 선생님이지만 영어로 수업 촬영을 해야 했던 고창석은 "영어를 달달 외웠다. 피해자 엄마가 절규하는 걸 들으면서 수업을 하는 상황이다. 영어 자체로 스트레스를 받았다기 보다는 밖의 상황에 귀를 기울이는 학생들을 저에게 집중시키는 텐션이 있었다"라며 "영어가 힘들다기 보다는 그런 분위기를 집중시키는 것이 힘들었다"라고 회상했다.
이어 "사실 생각보다 힘들지는 않았다. 하지만 연기를 하면서 죄책감이 들더라"라며 "악역을 한다고 죄책감이 들지는 않은데, 이 영화는 그랬다"라고 덧붙였다.
김지훈 감독은 피해자 엄마 역할을 맡은 문소리에 대해 "아픔을 가장 영화적으로 표현할 수 있을거라 생각했다. 마냥 슬퍼하거나 분노를 느끼는 것이 아니라 관객들에게 질문할 수 있다고 생각해 제안을 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아픔을 공감하려고 하는 이야기다. 마음이 많이 힘들었다. 다른 작품과는 다르게 제가 제시를 하기 보다는 듣고 느끼려고 했는데 제가 많이 부족했던 것 같다. 배우들도 많은 고민을 했던 것 같다. 죄책감, 부끄러움이 느껴져서 스스로 질문하고 답을 하는 어려운 촬영이었다"라고 소회를 밝혔다,
'니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는 오는 27일 개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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