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뉴스24 박진영 기자] '슬기로운 의사생활' 시리즈가 성공적인 시즌2 종영으로 일단 마무리가 됐다. '응답' 시리즈 신원호 감독과 이우정 작가의 조합은 역시 옳았고, 이들이 선택한 조정석, 정경호, 유연석, 김대명, 전미도 '99즈' 호흡 역시 나무랄데 없이 완벽했다.
tvN '슬기로운 의사생활'은 누군가는 태어나고 누군가는 삶을 끝내는 인생의 축소판이라 불리는 병원에서 평범한 듯 특별한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사람들과 눈빛만 봐도 알 수 있는 20년지기 친구들의 이야기를 담은 드라마. 시즌1에 이어 시즌2까지 시청자들의 뜨거운 사랑을 받으며 14%(닐슨코리아, 유료플랫폼 기준)가 넘는 시청률로 종영됐다.
조정석, 유연석, 정경호, 김대명, 전미도가 20년지기 친구로 출연해 절친 호흡을 보여줬다. 특히 시즌2 말미에는 많은 이들이 관심을 모았던 99즈의 러브라인 결말이 그려졌다. 이제 막 연인이 된 익준(조정석 분)과 송화(전미도 분) 커플을 비롯해 정원(유연석 분)과 겨울(신현빈 분), 석형(김대명 분)과 민하(안은진 분) 커플은 사랑을 더욱 키워나갔고, 준완(정경호 분)은 익순(곽선영 분)의 부대를 찾아가 같이 자장면을 먹자고 하면서 재회에 성공해 훈훈함을 안겼다.
2년이라는 긴 시간 '슬의생' 시리즈로 안방에 큰 웃음과 감동을 전한 신원호 감독은 최근 진행된 조이뉴스24와의 서면 인터뷰를 통해 그간의 소회와 함께 '주1회 시즌제' 파격 편성에 대한 솔직한 생각을 전했다.
- '슬기로운 의사생활'을 시작으로 시즌제 드라마들이 잇따라 등장했고, 주1회 새로운 시청 패턴의 선두주자라는 평을 받았다. 시즌 2까지 마친 지금, 직접 경험하신 시즌제 드라마의 장단점, 그리고 주1회 드라마를 연출하며 느낀 강점이 있다면?
"이제 주 2회 드라마는 다신 못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주일에 2개씩 했었던 전작들은 어떻게 해냈던 건지 지금으로선 상상도 안 간다. 이건 저 뿐만 아니라 스태프들과 배우들 모두 공히 피부로 체감하는 부분이다. 아무래도 현장의 피로함이 줄어드니 그 여유가 결국 다시 현장의 효율로 돌아오게 된다. 그 점이 주 1회 드라마가 가진 최고의 강점 아닐까 싶다.매회 그 어려운 밴드곡들을 위해 연기자들에게 그렇게 여유있는 연습시간이 주어질 수 있었던 것도 주 1회 방송이라는 형식이 준 여유 덕분이다."
"시즌제의 가장 큰 강점은 내적 친밀감 아닐까 싶다. 모든 드라마가 마찬가지겠지만, 제작진에게 가장 큰 숙제는 1회다. 1회에서 드라마의 방향성과 캐릭터들을 효과적으로, 지루하지 않게 어떻게 소개할 것인가 하는 것이 늘 큰 고민인데, 시즌제에선 시즌1을 제외하고는 그 고민을 생략하고 시작할 수 있다. 그냥 바로 이야기가 시작되어도 사람들이 익히 알고 있고 이미 친한 캐릭터, 익숙한 내용들이다 보니까 쉽게 받아들이고 접근할 수 있다. 기획을 할 때 예상을 했었던 부분이긴 해도 이 정도로 큰 강점으로 올 줄은 몰랐었다. 제작 단계에서도 편리하다. 캐스팅이며 로케이션이며 세트며 소품이며 의상이며 모든 면에서 각기 새롭게 등장하는 것들을 보충하는 것 외에는 이미 세팅되어있는 부분들이 많다보니 준비기간도 어마어마하게 단축된다. 그래서 중간에 '하드털이'도 할 수 있었던 거다. 어쨌든 여러 측면에서 매우 효율적이고도 영리한 형식인 건 확실하다."
- 시즌2 역시 큰 사랑을 받았던 건 확실하다. 하지만 매회 반복적인 패턴으로 인해 다소 지루하다는 평도 있었다. 이런 지점에 대한 고민은 없었나.
"만드는 사람 입장에서도 당연히 아쉬움이 많다. 부족한 역량 탓에 어떤 작품을 하더라도 아쉬움은 늘 남기 때문에 그 아쉬움을 토대로 그 다음 발전을 할 수 있도록 잊지 않고 가져가는 것이 저희의 숙제라고 생각한다. 시청자분들이 아쉽게 생각하는 건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저희가 워낙 다양한 이야기들을 담다 보니까 어떤 부분에서는 마음에 안 드는 부분이 당연히 있으실 거라 생각한다. 개인적인 아쉬움들, 그리고 시청자들로부터 받은 아쉬운 반응들 모두 기억해두고 다음 작품에 다시 치열하게 고민해야하는 게 무한반복되는 우리의 숙제다."
- '슬기로운 의사생활'은 철저하게 기획된 시즌제, IP 전략의 성공이라는 얘기가 많다. 특히 시즌1과 2사이의 공백을 매주 공개한 하드털이가 채웠고, '슬기로운 캠핑생활'도 방송되면서 유일무이한 행보를 보여줬다.
"시즌제 드라마를 만들면서 가장 신선했던 부분이 시즌1의 마지막 회와 시즌2의 첫 회였다. '이렇게 끝내도 돼?', '이렇게 시작해도 돼?' 싶은 느낌이 들어 만드는 사람 입장에서는 신선한 경험이었다. 다만 기다리시는 입장에서는 마치 12회를 끝나고 13회를 1년 동안 궁금해하며 기다려야 하다보니 그 부분에 대한 어떤 보상을 좀 해드리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게 '하드털이'를 시작하게 된 첫 번째 이유다. 보통 드라마에서 못 보여드렸던 장면은 블루레이나 DVD에 들어가게 되는데 그렇게 한정적인 분들이 보시는 것 보다는 공개적으로 시즌 2를 기다리시는 많은 시청자분들이 보실 수 있게 하고 싶었다."
"개인적으로는 유튜브라는 매체를 실질적으로 경험해보고 싶다는 생각도 컸다. 5~10분 사이로 짤막하게 하고 싶었는데, 하면 할수록 분량이 늘어나고 점점 더 꼼꼼하게 체크하게 되고 하다 보니까 갈수록 예능 할 때 만큼이나 힘들었었다. 드라마 준비도 해야하고, 거기에 매주 하나씩 콘텐츠를 편집부터 자막, 음악도 넣고 하다 보니까 나중에는 '내가 왜 이러고 있지' 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매주 하나씩 편성이 된 거나 다름 없었기 때문에 체력적으로도 힘들었던 것 같다. 근데 한편 너무 재미있었다. 십년 만에 예능을 하는 셈이다 보니까. 처음에는 '내가 십년 만에 자막을 뽑을 수 있을까', '예능 버라이어티 편집에서 자막을 뽑는다는 일 자체가 핵심이라 예능 감이 떨어져서 할 수 있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하다 보니까 예전에 그 세포들이 다시 움직이는 느낌이었다. 사실은 힘든데 되게 재미있었다. 어떻게 보면 드라마 할 때보다 더 즐기면서 했던 것 같다."
"'슬기로운 캠핑생활'의 경우는 정말 순수히 배우들로부터 시작된 콘텐츠였다. 시즌2 준비 과정과 겹치면서 힘든 점도 많았지만, 그렇게 단순하고도 순수하게 콘텐츠가 시작될 수 있다는 점, 그렇게 순수한 진심으로 만들면 큰 기술 없이도 사랑받을 수 있다는 점, 그리고 우연한 콘텐츠 하나가 '출장 십오야' 같은 다른 줄기로도 충분히 확장되어 갈 수 있다는 점들을 목격하면서 수년간 쌓아왔던 많은 편견들을 스스로 깨트릴 수 있었던 놀라운 경험이었다."
- 이번 시즌2에서 담지 못해 아쉬운 이야기가 있다면?
"환자와 보호자들과 관련된 이야기들은 여전히 많이 남아있다. 애초에 기획했던 것은 정말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의사들의 이야기가 주된 축이었기 때문에 할 얘기, 에피소드는 아직도 많이 남아있다. 마치 우리 일상이 오늘 지나면 또 내일의 이야기가 있고, 내일 지나면 모레 이야기가 있듯이 99즈의 일상도 무궁무진할 것이다. 다만 시즌제를 처음 제작하면서 쌓인 이런저런 고민들과 피로감들이 많다보니 그 이야기를 다시금 이어나갈 것인가에 대한 결정이 쉽지는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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