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뉴스24 박진영 기자] 배우 박주현이 '마우스'를 성공적으로 마무리 지었다. '괴물 신인'이라는 수식어가 아깝지 않을 정도로 쉽지 않은 캐릭터와 장르물을 완벽하게 소화하며 앞으로가 더 기대되는 배우임을 스스로 입증해냈다.
박주현은 지난 19일 종영된 tvN 수목드라마 '마우스'(극본 최란, 연출 최준배)에서 오봉이 역을 맡아 이승기, 이희준, 경수진 등과 연기 호흡을 맞췄다.
'마우스'는 자타 공인 바른 청년 정바름(이승기 분)과 편법과 불법 수사의 대가, 무법 형사 고무치(이희준 분)가 사이코패스 중 상위 1퍼센트로 불리는 가장 악랄한 프레데터와 대치 끝 운명이 송두리째 뒤바뀌는 모습을 그린 본격 '인간헌터 추적극'으로, 매회 충격적인 반전으로 시청자들에게 전율을 안겼다.
특히 세상 가장 착한 사람이었던 정바름이 사실은 진짜 프레데터이며, 할머니(김영옥 분)를 비롯해 무수히 많은 사람들을 참혹하게 살해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오봉이는 큰 충격과 배신감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과거의 상처와 트라우마로 인해 언제나 날을 세워온 오봉이의 옆을 지켜준 이가 바로 정바름이었기 때문.
박주현은 이런 오봉이의 감정적인 변화를 깊이있고 섬세하게 연기해내 다시 한번 '괴물 신인' 저력을 과시했다. 이승기, 이희준에 비해 분량이 많지 않았음에도 등장할 때마다 강렬한 인상을 남기며 묵직한 존재감을 발산했다. 7개월의 긴 시간 동안 '마우스' 오봉이로 살았던 박주현은 조이뉴스24와의 종영 인터뷰를 통해 "좋은 선배님들과 함께 작업해 행복하고 소중한 시간"이었다며 '마우스'를 떠나보내는 소회를 전했다.
- 오봉이는 과거 트라우마와 할머니의 죽음으로 상처를 많이 받은 인물이라 감정적으로 연기하기 힘든 캐릭터였을 것 같다. 오봉이를 연기하기 위한 준비과정은 어떠했는지, 어떤 부분에 중점을 뒀는지 궁금하다.
"드라마의 몰입을 위해 할머니와의 관계가 애절하고 절절하게 보여야 하는 상황이었다. 바름, 무치에 비해 분량이 적다 보니까 시청자들이 봉이에게 몰입할 수 있을지, 또 봉이를 사랑할 수 있게 하는 것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다. 진짜 저런 고등학생이 있을 것 같도록 최대한 현실감 있게 연기를 하려 했다. 저와 가장 달랐던 아동성폭행 피해자 트라우마에 대해서도 먼저 공감하고 이해하려 했다. 물론 당사자가 아니라 100% 공감했다고 할 수 없고, 조심스러운 부분도 있었다. 하지만 최대한 다가가려고 노력했고, 이렇게 한걸음씩이라도 나아가려 하는 모습을 통해 희망을 전하고 싶은 마음이 컸다."
- 감독, 작가님이 오봉이 캐릭터에 대해 특별히 주문한 부분이 있었나?
"고등학생으로 시작해서 후반에는 바름, 무치와 팽팽하게 에너지 싸움을 해야 하는데 두 사람에게 뒤쳐지지 않길 바라셨다. 상대적으로 분량이 적다 보니 따라가려고 노력했고, 적당한 밸런스가 유지된 것 같다."
- 청소년기부터 성인이 된 후까지 봉이가 조금씩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준 것 같다. 그런 오봉이를 연기하면서, 그리고 첫 20부작 드라마를 촬영하면서 배우 박주현으로서 성장했다고 느낀 부분이 있나.
"그 사람의 삶을 들여다보면서 인간으로서 성장하게 된다. 참여하는 것만으로도 배움이 크다. '이런 환경에서도 이렇게 살아가는구나', '무언가를 향해 나아가는구나'라고 느낀다. 이런 봉이를 연기를 하면서 저 스스로도 '한발 한발 천천히 앞으로 나아가는 사람이 되어야지'라며 위안과 힘을 많이 얻었다."
- 고난이도 액션을 소화했어야 했는데 어땠나.
"'인간수업' 이후 액션을 하고 싶다는 얘기를 많이 했는데 이번에 정말 원없이 했다. 봉이의 액션은 합을 맞춰서 멋있게 하는 것보다는 감정이 같이 섞여있는 액션이라 더 어려워던 것 같다. 액션 연기를 하는 선배님들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고 존경한다. 체력이 좋아야 하고, 다치지 않게 하는 중요해서 체력 준비를 했던 것 같다. 격투는 평소에도 관심이 있었지만 이번에 처음 배웠다. 처음 촬영했을 때는 일주일 동안 팔을 못 쓸 정도로 너무 힘들었다. 근육이 더 붙었다.(웃음)"
- 정바름이 사이코패스라는 설정을 언제 알게 됐고, 어떤 마음으로 연기했나.
"처음부터 알았다. 그 때부터 연기가 힘들더라.(웃음) 저랑 무치는 알고 시작했다. 하지만 봉이는 그걸 모른 채 바름에게 의존하고 믿고 사랑해야 하기 때문에 그걸 분리시키는 것이 키포인트였다. 승기 오빠도 그랬을 거다. 연기라는 것 자체가 현실과 다른 것을 전달해야 하기 때문에 표현이 중요했다. 바름이와는 좋았던 시간도 존재하기 때문에 힘들지만 통탈하는 시기가 오기도 하더라. 대본에 모든 답이 있기 때문에 대본에 충실하려 노력했다."
- 이승기 배우와의 로맨스신도 중간 중간 포인트였는데, 무거운 분위기 속 로맨스 밸런스는 어떻게 맞췄나.
"장르물 특성상 로맨스가 같이 가는 것이 어려운 부분이 있다. 사건이 진행되어야 하는데 로맨스가 나오면 딴 길이 간 것 같은 느낌이 있기 때문에 최소한의 로맨스 신으로 최대한의 감정을 끌어내야 했다. 그런 부분에 있어서 승기 오빠는 경력도 많고 로맨스물도 했기 때문에 포인트를 잘 잡아줬다. 우리 사이가 각별해보일 수 있도록 계속 대화를 하면서 하나하나 찾아갔다. 기본 방향 속에서 우리의 관계를 보여주자며 노력을 많이 했다."
- 극 중 사이코패스 유전자를 조기에 진단하고 제거해야 한다 믿는 이들이 있는데, 이런 법이 실제 만들어진다면 누구 편에 설 것 같은가.
"어려운 문제인데 자녀의 유무에 따라 다를 것 같다. 사랑하는 사람, 지키고 싶은 사람이야 너무 많지만 내 아이를 가져본 적은 없어서 말하기가 어려운 것 같다. 김정난 선배님께서 모성애로 고통스러워 하는 걸 보면서 '죽기 전에 모성애를 꼭 경험하고 싶다', '아이를 낳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 박주현이 선택한다면 만들어졌으면 좋겠다. 봉이는 피해자이고, 너무 많은 사람들이 피를 보고 씻을 수 없는 큰 상처를 얻었다."
- 평소 승부욕이 굉장히 큰 편인 것 같은데 이런 기질이 이번 '마우스'에서도 발현이 될 때가 있었나.
"발휘되더라. 조금만 거슬려도 끝까지 파헤쳐야 하는 성격이다. '왜 이런 행동을 하지?'라고 의문이 생기면 이해가 될 때까지 대본을 들고 판다. 그래서 제가 대본을 들고 가면 감독님이 기겁을 할 때도 있었다.(웃음) 하지만 감독님도 이런 작업을 재미있어 하시고 흥미로워 하셔서 '이번에 뭘 찾았나'라며 궁금해하셨다."
- 유독 반전을 거듭하는 작품이라 반응도 각양각색이었는데, 가장 기억에 남는 반응은 무엇인가.
"시청자 반응을 재미있게 봤다. 봉이에 관한 이야기는 연기를 하는데 있어서 흔들릴까봐 안 봤고, 드라마 후기를 보는데 추리를 많이 하시더라. 놀라운 것도 있었고 정확하게 맞춘 것도 있었다. 3회 끝나고 포스팅을 봤는데 '이승기가 사패인 이유'를 정리해놨더라. 작가님인 줄 알았다. '시청자들이 참 똑똑하구나', '이럴 때일수록 작은 거 하나 놓치지 않고 연기해야겠다'라며 긴장을 바짝했다. 또 바름이가 사이코패스로 밝혀졌을 때 지인들에게서 '봉이 어쩌냐'며 전화가 쏟아졌다."
- 연기하는 배우로서 대본을 읽으며 가장 놀라웠던 순간이나 장면은 언제였나.
"바름이가 프레데터인 건 알았지만 할머니에게 그렇게 할 줄은 몰랐다. 정말 잔인하다. 앞으로 바름이와 찍을 게 산더미인데 걱정이 되더라."
- 그럼 점에서 결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슬프다. 20회에서 계속 눈물이 나서 촬영을 멈추기도 했다. 그 때도 색다른 경험이었다. 논리대로라면 미워하고 증오하고 분노만 해야지 정상인데 바름과 쌓아온 시간과 관계, 대화가 섞이니까 마냥 미워할 수 없는 복합적인 감정이 생기더라. 오봉이 뿐만 아니라 어느 누구 하나 시원한 사람이 없다. 한 사람을 마음 속에서 덜어내는 일이 굉장히 어렵다는 것을 느꼈고, 내 삶을 돌아보게 되는 결말인 것 같다."
- 이승기, 이희준 등 배우들과의 호흡은 어땠나. 선배 연기자들에게 배우거나 닮고 싶은 부분이 있다면?
"제가 신인이다 보니까 어색하거나 무서우면 어쩌나 하는 걱정이 있었다. 하지만 다들 친절하고 나이스하게 대해주시고 먼저 의견을 물어봐주시더라. 또 연기적인 고민도 같이 해주셔서 감사했다. 저를 많이 믿어주셨던 것도 감사하다. 워낙 무게감과 긴장감이 있는 촬영이다 보니 마냥 밝게 촬영장에 갈 수는 없었지만, 선배님들이 분위기를 좋게 해주셨고 저 또한 활기차게 촬영을 할 수 있었다. 워낙 긴 촬영이라 체력전이고, 자신의 캐릭터도 놓지 않아야 해서 신경 써야 할 것이 많다. 극한의 피곤함, 심적으로 부담되는 상황에서도 '마우스' 선배님들은 웃음을 잃지 않으셨다. 짧게라도 웃게 해주셨다. 그런 모습이 어른처럼 보여서 저 또한 웃음을 잃지 않고 현장 분위기를 좋게 만드는 배우가 되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 '마우스' 시청률에 대해서는 만족하는 편인가.
"시청률은 안 볼 수 없지만, 시청률이 낮든 높든 봐주시는 팬들이 있다면 최선을 다하는 것이 맞으니까 최대한 개의치 않으려 한다. 처음부터 어둡고 잔인하고 장르물의 색이 짙으니까 시청률은 기대하지 말자 했었는데 생각보다는 잘 나와서 감사하게 생각한다."
- '마우스'가 배우 박주현에게 어떤 필모그래피로 남을 것 같은지, 시청자들에게는 '마우스'가 어떤 작품으로 기억됐으면 좋겠나.
"인간 헌터, 살인 사건 같은 키워드가 많이 떠오르는 작품이고, 장르물이라서 차갑고 무섭고 딱딱한 느낌이 있다. 하지만 그 안의 인물들은 따뜻한 심서을 가졌다. 그래서 가슴 한 켠이 몽글몽글해진다. 슬프기도 하고 씁쓸하기도 하다. 시청자들에게도 그렇게 기억이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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