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뉴스24 박진영 기자] '경로를 이탈하였습니다'가 JTBC 명품 단막극 계보를 이으며 시청자들의 호평을 얻었다. 남지현과 박지영이 완성한 모녀 케미와 현실 공감 전개는 "다시 시작", "잘 할 수 있다"는 희망과 위로의 메시지를 건넸다.
지난 15일과 16일 방송된 JTBC 드라마페스타 2021의 첫 번째 작품인 2부작 드라마 '경로를 이탈하였습니다'(연출 장지연, 극본 최이소)는 결혼식 날 뒤통수 치고 도망간 신랑을 엄마와 딸이 함께 쫓는 코믹 추격 로드 드라마다. 남지현이 뭘 해도 되는 게 없는 딸 강수지를, 박지영이 수지의 엄마인 강경혜를 연기했다.
하나부터 열까지 달라도 너무 다른 모녀 강수지와 강경혜가 결혼식 날 도망친 신랑 구성찬(김범수 분)을 찾아 떠나는 과정은 티격태격의 연속이었다. 그리고 서로를 더 깊게 이해하는 계기를 마련했다. 전에는 몰랐던 서로의 속마음을 알게 된 것. 수지는 보란듯이 성찬과 결혼해서 잘 살고 싶었는데 엉망이 됐다. 경혜는 이런 수지를 누구보다 걱정했다.
하지만 수지의 결정은 또 다른 충격을 안겼다. 가족을 가져본 적이 없어서 잘해낼 수 있을까 하는 두려움 때문에 도망을 쳤다는 성찬과 이별을 고한 것. 특히나 수지는 임신을 한 상태였다. 수지는 죽어도 아이를 지키겠다고 외쳤고, 경혜는 자신과 너무나 많이 닮은 수지의 뜻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두 사람의 결말은 그래도 해피엔딩이었다. 길이 없다면 길을 만들면 된다는 것을 깨달았고, 여전히 살아가야 할 이유가 충분했기 때문이다.
방송 후 '경로를 이탈하였습니다'를 향한 호평이 쏟아졌다. 쉽게 녹아들 수 있는 섬세한 연출, 현실을 무겁지 않게 잘 반영하면서도 스스로를 돌아보고 희망을 그려갈 수 있게 하는 스토리, 완벽 호흡을 자랑한 연기 등 3박자가 잘 맞아떨어졌다는 평가다.
이에 장지연 감독은 지난 25일 조이뉴스24에 "방송 나가기 전에 국장님이 '연출은 방송 나가는 딱 '1시간' 동안 촬영 기간 내내 배운 모든 것보다 100배 더 깨닫는다'고 말씀해주셨는데 딱 그만큼 깨닫고 있다"라며 "방송 나가고, 주연 두 분은 말할 것도 없고 출연하신 배우분들의 연기가 좋았다는 반응이 많았다. 찍으면서도 '다들 너무 열심히 해주시고, 매력 있는 분들이라 내가 그대로 담아 잘 전달하기만 해도 다행이겠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성공한 것 같아 기쁘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특히 남지현, 박지영과의 작업에 대해선 "드라마를 하면서 가장 행복했던 것 중 하나가 두 분의 앙상블을 가장 가까이서 지켜본다는 것이었다. 완벽했다"라며 "두 분과 함께해, 정말, 행복한 작업이었다"라고 전했다.
"지현 씨는 주변을 항상 살피고 배려하는데, 그건 이 직업에서 사람에 대한 관찰과 이해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인 것 같다. 하지만 연기가 시작되면 놀랄 만큼 본인에게 집중한다. 그 순간 연출자로서는 정말 짜릿하다. 많이 보고 배웠다. 대본 작업 내내 가장 큰 걱정이 '시청자분들이 수지에 공감할 수 있을까'였는데 그런 지현 씨가 연기해준 덕분에 많은 분들이 마음을 열어주신 것 같다."
"지영 선배님은 군더더기 없는 분이다. 항상 모든 일의 본질을 향해 거침없이 'Go!' 하신다. 이제 막 시작하는 연출은 (특히 선배님들께) 이것저것 말씀드리기가 참 죄송하다. 그럴 때마다 다른 기준 없이 그것이 작품을 위한 것이라면 무조건 'Go!'. 배우 선배님이시기도 하지만 '한 사회의 좋은 어른이란 이런 분이겠다' 하는 생각이었다."
수지와 경혜는 우여곡절 끝에 홀로서기에 성공했다. 그 계기를 안겨준 이가 바로 결혼식 전 도망간 성찬이다. 수지를 누구보다 사랑하고 위할 줄 아는 '착한' 사람이지만, 그가 감당해야 할 현실은 너무나 무거웠다. 결국 수지의 이별 선언으로 성찬은 가족을 꾸릴 기회를 놓치고 말았다. 어찌보면 무책임한 사람으로 보이기도. 하지만 그 역시도 이 일을 통해 경로를 재탐색하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가지게 한다.
장지연 감독은 "누구나 길을 잃을 수 있고 그 일이 수지뿐 아니라 성찬에게도 일어났다고 생각했다. 그동안 가족을 가져보지 못한 성찬이라, 갑자기 짧은 시간 안에 벌어진 일들에 뒤늦게 자신이 없어졌고 한순간의 잘못된 판단으로 자신을 사랑하고 믿어주었던 사람들에게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준 건 맞다. 잘못된 일이다"라며 "하지만 그 역시 이 과정에서 느낀 바가 있었고 경로를 재탐색할 수 있는 기회를 가졌으면 좋겠다는 마음"이라고 설명했다.
'경로를 이탈하였습니다'는 모녀의 홀로서기 외에도 취업, 주거 문제 등을 적절하게 다루며 생각할 거리를 던져준다. 귀엽고 센스 넘치는 연출도 극을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요소로 손꼽힌다. 이에 대해 장지연 감독은 "최이소 작가님은 따뜻하고 귀여운 사람이다. 그런 작가님이 쓰신 인물이나 사회에 대한 따뜻하고 귀여운 시선들이 영상으로 잘 전달됐으면 좋겠다는 마음"이라며 "그래서 조금 더 쉽고 리드미컬하게 전달될 수 있도록 페이퍼 몽타주나 잘 알려진 선곡과 결부된 몽타주 촬영과 편집 같은 방법을 고려했다. 다행히 촬영, 편집, 미술, 음악 등 많은 스태프들이 한정된 예산과 시간임에도 도와주셔서 실현 가능했다"라고 전했다.
첫 연출작을 무사히 마친 장지연 감독은 "무슨 이야기든지 그 당시의 제가 연출로서 가장 진실되고 편안하게 전달할 수 있는 이야기를 하고 싶다. 그래야 무엇보다 제가 재밌고 나아가 시청자분들이 재밌을 수 있을 수 있을 것"이라며 "그 전까진 더 완성된 연출을 할 수 있도록 배우는 시간들이 될 것 같다"라고 향후 계획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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