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뉴스24 정미희 기자] 지난달 14일, 가수 겸 배우 설리가 우리 곁을 떠났다. 아역 배우로 데뷔해 걸그룹 아이돌을 거쳐 연기자로 성장한 그녀의 안타까운 선택은 사람들에게 큰 충격과 슬픔을 안겼다.
2017년도 구글 인물 검색어 1위에 오를 만큼 대중들의 많은 관심을 받았던 설리. 평소 특별한 활동을 하지 않을 때도 소셜 미디어를 통해 팬들과 자유로운 소통을 하며, 스스럼없이 본인의 자연스러운 모습을 보여줬었다. 그래서 더욱 주목받던 설리의 마지막은 그렇게 누군가에게는 갑자기 찾아온 듯 보였다.
지난 1월, 설리의 SNS에 친구들과의 신년파티 사진이 올라왔다. 이 평범한 사진들을 두고, 단 이틀 동안 '술 취해 엽기 행각', '아찔한 노출', '의문 男과 누워', '관종력 폭발' 등 자극적인 제목의 기사 300여 개가 쏟아졌다. 이처럼 숱한 연예 매체들은 물론 종합일간지, 경제지 심지어 농업이나 정책 전문지에 이르기까지 ‘언론’으로 분류되는 매체에서는 그녀의 SNS 속 일상을 기사거리로 소비했다.
16일 방송되는 '그것이 알고 싶다'는 '루머의 루머의 루머 - 누가 진리를 죽였나' 편으로, 설리가 떠나면서 우리에게 던진 질문에 대해 생각해본다.
어느 시기부터 SNS를 통해 '노브라'와 여성 문제에 대한 생각을 드러냈던 설리. 이후 그녀의 일상 대부분에는 '쓰는 사람'에 의해 거칠고 자극적인 수식어들이 덧붙여졌다. 급기야 언론의 실검에 오르내리던 설리의 SNS에는 악플러들이 몰려들었고, 지나치게 성적이고 모욕적인 댓글들이 달리곤 했다. 제작진은 해당 악플러들을 직접 만나보기로 했다. 그들은 자신이 쓴 댓글을 기억조차 하지 못하는가 하면, 연예인이라면 그 정도의 악플은 견뎌야 하는 것이 아니냐며 제작진에게 오히려 반문했다. 한 악플러는 "그렇게 악플로 상처 받고 그러실 거면 연예인 안 하셨으면 좋겠어요"라고 말하기도 했다.
설리를 떠나보내는 시간이 채 끝나기도 전부터, 비극의 책임을 서로에게 떠넘기던 이들은 또다시 망자에 대한 '폭력의 공간'으로 몰려들기 시작했다. 설리의 영혼과 접신한 무당이 있는가 하면, 일루미나티에 의한 타살설에 이르기까지 근거 없을 루머들이 유튜브와 인터넷 커뮤니티 곳곳에 올라오기 시작했다. '언론'이라 불리는 이들이 상업적인 시선으로 만들어낸 자극적인 기사들. 그리고 이 폭력적인 공간에 몰려들어 루머를 재생산하거나 이에 대해 침묵하며 공유하는 사람들. 우리는 과연 이 비극의 책임에서 얼마나 자유로울 수 있을까.
최지은 대중문화 칼럼니스트는 "악플러들은 감정을 배설하고. 언론사는 클릭으로 장사를 하고. 결국 아무도 손해 보는 게 없고, 책임질 것도 없는 거죠"라고 씁쓸해 했다.
16일 방송되는 SBS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는 설리보다는 진리로서의 삶을 살고 싶었던 스물다섯 청년을 죽음으로 몰아넣은 실체가 무엇인지 추적하고, 그녀가 이 사회에 남긴 질문에 대해 함께 고민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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