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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밤' 임성언 "가정폭력 대본 보며 울기도…함께 응원했죠"(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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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이뉴스24 이미영 기자] "대본 보다 울다 지쳐 잠든 적도 많았어요."

'봄밤'이 누군가에겐 따뜻하고 가슴 설레는 로맨스로 남았겠지만, 임성언에겐 '무거운' 작품이었다. 남편의 가정 폭력과 이혼 결심, 그리고 원치 않는 임신까지. 캐릭터의 감정에 몰입돼 아팠다고 고백했다.

MBC 수목드라마 '봄밤' 종영을 이틀 앞두고 배우 임성언을 만났다. 촬영을 이주 전에 마치고 마지막회 방영을 기다리고 있던 임성언은 "더 보고 싶고 더 만나고 싶은데 끝났다는 생각이 들어 아쉽다. 세트장에서 마지막 촬영이 끝나고 발길이 잘 안 떨어지더라"라고 작품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임성언은 "아주 마음에 드는 결말은 아니다"고 웃으며 "시원한 느낌은 안 들지만, 서인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결말이었다"고 했다.

임성언은 '하얀거탑' 이후 '봄밤'으로 안판석 감독과 재회했고, 서인을 만났다. 서인은 방송사 아나운서이자 이정인(한지민 분)의 언니로, 부모의 기대와 대중의 관심 속에서 살아온 인물이다. 부모의 뜻에 따라 결혼하지만, 의사 남편 남시훈(이무생 분)의 가정 폭력에 시달려 행복하지 않은 삶을 살았다.

'봄날' 배우 캐스팅 당시 마지막까지 공석으로 남아있던 캐릭터로, 안판석 감독은 "힘들 수 있는 역할인데 괜찮겠냐"고 물었다. 임성언은 "잘해보겠다"고 대답했다. 서인에게 몰입이 되면서 그는 많이 아팠다고 털어놨다.

"서인의 삶을 들여다보면서 아팠고, 안타까웠어요. 찍고 나면 몸살이 난 것처럼 아플 때도 있었어요. 한 두신 찍고 말게 아니고 4개월 동안 서인으로 살아야 하는데, 살기 위해서 고립된 상황을 뚫고 나오려는 인물인데, 아프면 안된다는 생각을 했어요. 촬영 끝나고 기분이 처질 것 같으면 운동을 하고 주변 환기를 시켰어요."

유명 아나운서와 의사 부부, 겉으로는 남 부러울 것 없어보였지만, 그야말로 숨막히는 결혼 생활을 유지 중인 쇼윈도 부부였다. 특히 남편으로부터 가정 폭력에 시달리며 트라우마를 겪는 서인의 모습은 그를 많이 힘들게 했다.

"대본에서 정인과 지호의 달달한 로맨스를 보다가 서인의 집, 거실 신이 나오면 심호흡 하고 '요이땅' 하는 느낌으로 봤어요. 정말 말로 표현할 수 없었어요. '서인이 어떡하지' 하면서도 연기를 해야 하니깐. 현장에서도 '너무 미리 격해지지 말라'고 다독여줬어요."

"가정 폭력의 상황을 견디지 못했고, 이혼 하려고 했으나 임신 사실까지 알게 됐잖아요. 그 때 폭풍 같이 몰아쳤어요. 대본을 받고 '어떻게 이러지' 싶어 많이 울다 잠들었어요. 서인이 임신 했을 때도 작가님에게 '서인의 삶이 이렇게 힘든데, 폭력 가정의 아이를 안고 싶지 않았을 것 같아요' 했더니 서인이 물리적인 힘에 의해 강제적으로 이루어졌을 거라고 했죠. 가슴이 많이 저민 느낌이었어요."

임성언 뿐만 아니라 촬영장에서도 두 사람의 관계에 몰입했다. 임성언은 "촬영할 때 컷 사인이 나면 여기저기서 '정말 밉다' '나빴다' 탄식이 나왔다. 이무생이 많이 미안해했다"고 웃었다.

임성언이 놓인 답답한 상황에 '고구마 같다'는 반응도 나왔다. 임성언은 그렇게 살 수 밖에 없었던 서인의 속사정까지 깊이 헤아렸다.

"서인이 이제서야 터트리게 되는 부분은 뭘까. 장면으로는 녹아들지 않았지만 속사정까지 고민을 했어요. 아나운서라는 직업이 있고, 실제로 '그 부분이 내 발목을 잡았지'라는 대사도 있어요. 평범한 여성도 사회의 시선이 겁이 날텐데, 하물며 방송에서 비춰지는 신뢰감을 주고 깔끔한 이미지에서 타격을 입는 아나운서잖아요. 여기에 더해 장녀이기도 하고, '잘 살았으면' 하는 가족들의 기대감 때문에 참고 살지 않았을까요."

임성언에게 이번 작품으로 인해 '결혼관'이 달라졌는지 묻자 "더 모르겠다"고 했다. 그는 "이 작품을 하면서 알겠는데, 내 현실로 가면 두루뭉술 해진다. 폭력성은 모를 수 있다. 겪지 않으면 모르는 것 투성이"라며 "어떤 부분에서는 지금의 이 싱글라이프를 아쉽지 않게 잘 즐겨야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웃었다.

반면 정인 역의 한지민, 재민 역의 주민경 등 세 자매의 케미는 보는 사람들의 입가에 미소를 띄우게 했다. 서로를 위하는 자매의 모습이 훈훈했다.

"'더 많이 장면 안에 녹아들었으면 좋을텐데' 할만큼 촬영하면서 훈훈해지는 느낌을 받았어요. 정인이 지호의 아이를 '참 예쁘다'고 할 때 나보다도 어른스러운 모습에 배우는 것들이 있었고, 재인이는 항상 사이다 같이 행동해줘서 고마운 마음이 있었어요. 한지민, 주민경, 그리고 엄마 길해연까지 함께 있는 단톡방이 있어요. 아버지를 따돌리려고 한건 아닌데 본의 아니게 모녀 사총사가 됐죠(웃음). 좋은 언니, 동생을 얻었고 관계를 유지하며 잘 지내고 싶어요."

아프고 힘든 캐릭터를 연기했지만 임성언에게 '봄밤'은 의미있는 작품이었다. 그는 "지금을 살고 있는 대한민국 30대 여성으로서 화두를 같이 고민해볼 수 있었던, 의미있는 역할이었다. 너무 감사하다. 응원도 많이 받았고 응원을 줄 수 있는 역할이기도 했다"고 말했다.

"올 초 신년 계획을 '임성언의 행복찾기를 위해 노력하는 한해를 보내자'였어요. 서인이 자신만의 행복을 찾기 위해 노력했던 모습과 제 계획이 많이 닮아있었고, 저도 더 응원할 수 있었어요. 앞으로도 따뜻한 기운을 나눌 수 있는 작품을 만나고 싶습니다."

조이뉴스24 이미영 기자 mycuzmy@joynews24.com 사진 조성우기자 xconfind@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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