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뉴스24 이성필 기자] '캡틴' 손흥민(토트넘 홋스퍼)의 존재감은 14분이면 족했다.
손흥민은 16일 오후(한국시간)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의 알나얀 스타디움에서 열린 중국과의 2019 아시아 축구연맹(AFC) 아시안컵 조별리그 C조 3차전에 전격 선발 출전했다. 원톱 황의조(감바 오사카) 아래 처진 공격수 역할이었지만, 자유롭게 움직이며 중국 수비를 공략했다.
예상 밖의 선발이었다. 손흥민은 지난 14일 오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2018~2019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EPL) 22라운드를 풀타임 소화한 뒤 6시간의 비행으로 이날 오후 UAE 두바이에 도착해 1시간 30분여 아부다비로 육로 이동했다.
실질적으로 손흥민이 대표팀에 본격적으로 훈련을 한 것은 15일 한 차례가 전부였다. 그래서 이날 선발 출전이 의외였다. 1위로 16강에 가겠다는 벤투 감독의 의지가 엿보였다. 물론 선수 개인과 협의로 내린 결정으로도 볼 수 있다. 과학적인 선수 관리를 중요하게 여기는 벤투 감독이라 그렇다.
손흥민은 전반 4분 만에 상대의 파울을 유도했다. 세트피스 키커로도 나서며 중국 수비진을 위협했다. 8분 김민재(전북 현대)의 머리에 정확히 연결하는 코너킥을 보여주는 등 날카로움을 잊지 않았다.
전방을 휘저으면서 중국 수비는 적잖이 당황했고 14분 황의조의 선제골에 단초가 되는 역할을 했다. 오른쪽 측면에서 김문환(부산 아이파크)의 패스를 받아 페널티지역 중앙으로 파고 들어가다 수비수 스커에게 걸려 넘어졌고 주심은 지체없이 페널티킥을 선언했다. 키커로 황의조가 차 넣었고 손흥민은 활짝 웃었다. 간접 도움이나 마찬가지다.
경기를 읽는 시야도 좋았다. 터프한 중국 수비가 접근하기 전에 빠르게 볼을 돌리며 기회를 엿봤다. 손흥민이 벌려주는 공간으로 이청용(보훔)과 황희찬(함부르크)이 자주 침투하는 여유가 생겼다. 필리핀, 키르기스스탄전에서 밀집 수비를 공략하지 못해 애를 먹었던 한국이다. 그러나 손흥민이 역동적으로 움직이면서 중국의 수비는 두부처럼 으깨졌다.
후반 6분에도 손흥민은 왼쪽에서 예리한 코너킥으로 김민재의 머리에 정확하게 배달, 골을 도왔다. 첫 경기에 첫 공격포인트였다. 공격 리더 역할을 톡톡히 해낸 손흥민이다. 욕심내지 않고 이타적인 움직임으로 동료들을 도왔다. 수비 가담까지 빠질 것이 없었다. 36분에는 수비수 두 명이 접근하자 파울을 유도하는 영리함을 보여줬다.
43분에서야 손흥민은 김영권(광저우 에버그란데)에게 주장 완장을 넘기고 구자철(아우크스부르크)과 교체되며 벤치로 물러났다. 관중들의 기립 박수는 덤이었다. 자기 역할을 충분하게 해낸 손흥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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