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뉴스24 이성필 기자] 동남아 축구는 동아시아와 중동세에 밀려 힘을 잃은 지 오래됐다. 1972년 태국이 아시안컵 3위에 오른 것이 최고 성적이다. 당연히 월드컵 출전권 확보도 쉽지 않았다.
동남아에서도 베트남은 태국,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에 밀리는 경우가 많았다. 1996년 시작한 '동남아 월드컵' 아세안 축구연맹(AFF) 챔피언십 스즈키컵도 마찬가지다. 2008년 우승이 최고 성적이다. 태국이 5회 우승으로 최고 성적이다.
스즈키컵 결과에 따라 감독의 명운도 갈린 베트남이었다. 그래서 지난해 10월 베트남에 부임한 박항서(59) 감독에게는 큰 도전이었다. 감독 평균 재임 기간이 8개월이라는, '감독의 무덤'에 무모하게 뛰어든 셈이다.
그러나 지난 15일 끝난 대회에서 베트남은 파죽지세의 흐름을 끊지 않고 조별리그부터 결승까지 무패 우승을 차지했다. 베트남 전역이 축제의 분위기로 장식된 것은 모두 박항서 효과라 할 수 있다.
베트남 언론 봉다넷, VN익스프레스 등은 "박 감독이 패배 의식이 강한 베트남을 흔들어 깨웠다"며 스즈키컵 우승에 큰 의미를 부여했다. 유럽 출신 감독들이 와서도 제대로 되지 않았는데 한국인 감독이 무엇을 어떻게 하겠느냐는 비관론을 날려버렸기 때문이다.
16일 베트남 축구협회(VFF)에서 국내 취재진과 만난 박 감독은 "첫 번째는 (베트남 축구가) 제가 왔다고 특별하게 변한 것은 없다"고 몸을 낮추면서도 "자존심은 강한데 자신감 많이 결여됐고 패배 의식도 있었다. 선수들에게 계속 싸워달라고 요구했다. 실점 장면을 보면 후반에 체력이 많이 떨어지더라. 체력이 떨어지면 집중력도 떨어졌다"며 끈기가 없는 베트남에 한국식 '투혼'을 심었음을 전했다.
말레이시아와 결승 1, 2차전이 지난 1년 3개월 동안 베트남이 달라진 모습의 압축판이었다. 1차전 원정에서는 두 골을 넣고도 두 골을 내주며 2-2로 비겼지만, 뒤집히지 않는 관리 능력을 보여줬다. 2차전에는 전반 6분 만에 선제 결승골이 터진 뒤 종료 직전 숱한 위기에서 벗어나며 1-0 승리를 지켰다.
박 감독은 "(집중력 저하 등) 그런 부분은 많이 개선됐다고 본다. 베트남의 장점은 투쟁력이 뛰어나고 목표 의식도 있다. 선수들 스스로 느끼게 해주는 부분도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환경 개선 등 여러 문제가 남았다며 "지도자가 해야 할 것이 있고 시스템 개선 문제도 있다. 아직 베트남 경제가 성장 중이다. 당장은 할 수 없지만 조금씩 개선해 나가야 하지 않을까 싶다. 시설 문제도 그렇고 한국 기준에서 보면 아직 부족해. 저 나름대로 계속 VFF에 요구하고 주문도 해야 한다"며 할 일이 산적했음을 숨기지 않았다.
동석한 이영진(55) 코치도 "베트남은 국민은 자존심이 강하다. 선수들도 그렇다. 될 수 있으면 개인의 어떤 잘못된 부분을 지적해야 하면 선수들이 다 모인 곳이 아닌 일대일 면담 등을 통해 바꾸려고 한다. 선수에 대한 존중으로 접근한다"며 베트남 문화 특성을 철저하게 파고들고 있음을 전했다.
나름 성과에 대해서도 "훈련하고 자신 있게 하도록 만들어줬다. 대회에서 좋은 결과로 이어지니까 스스로 자신감 생기지 않았나 싶다. 긍정적인 방향으로 가고 있다. 얼마나 더 발전하느냐는 무엇인가 채워야 하는 것이 있는데 그것이 중요하다"며 더 잠재력을 끌어올리기 위해 노력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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