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뉴스24 류한준 기자] "부담 많이 됐죠. 지금도 그래요."
남자프로배구 현대캐피탈 신인 세터 이원중(23)은 얼떨결에 주전 세터가 됐다. 그는 지난달 8일 열린 2018-19시즌 도드람 V리그 신인 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6순위로 현대캐피탈 유니폼을 입었다.
팀 합류는 늦었다. 당시 소속팀인 성균관대가 전국체육대회에 참가했기 때문이다. 이원중은 V리그가 개막한 뒤인 지난달 18일 현대캐피탈 선수단으로 왔다.
그런데 현대캐피탈은 세터 전력에 빈자리가 생겼다. 지난달 28일 주전 세터 이승원이 팀 연습 도중 부상을 당했다. 이원중은 다음날(29일) 천안 유관순체육관에서 열린 우리카드와 홈 경기에 선발 세터로 투입됐다.
당분간은 이원중이 주전 세터로 나와야한다. 그는 호된 주전 신고식을 치렀다. 현대캐피탈은 우리카드에 세트 스코어 0-3으로 덜미를 잡혔다. 이원중의 패스(토스)는 흔들렸다. 손발을 맞춘 시간이 얼마되지 않다보니 그랬다. 특히 주포 파다르(헝가리)와 호흡이 잘 맞지 않았다.
그러나 현대캐피탈은 연패에 빠지진 않았다. 이후 치른 두 경기에서 모두 승리했다. 한국전력과 맞대결은 상대 추격을 뿌리치고 풀세트 접전 끝에 3-2로 이겼고 지난 5일 유관순체육관에서 열린 KB손해보험전은 3-0 승리를 거뒀다.
현대캐피탈은 이로써 1라운드를 5승 1패로 마쳤다. 이원중도 숨가뿐 1라운드를 일정을 마무리했다. 그는 "(이)승원이 형 자리를 메우는 일은 당연히 부담됐다"며 "좋은 공격수들이 많고 함께 뛰고 있지만 세터와 손발이 맞지 않다면 말짱 도루묵일는 점을 잘 알고 있다"고 얘기했다.
신인이 주전 자리를 꿰차는 경우는 많지 않다. 특히 세터 자리는 더 그렇다. 물론 예외는 있다. 압단 당시 신생팀 유니폼을 입은 이민규(OK저축은행) 드래프트 전부터 주목을 받은 황택의(KB손해보험) 지난 시즌 강민웅의 부상으로 주전 세터로 기용된 이호건(한국전력) 등이 대표적이다. 이원중도 일단 그 계보에 이름을 올리긴 했다.
그러나 풀어야할 과제는 많다. 당장 파다르와 손발 맞추기가 중요하고 급하다. 이원중도 KB손해보험과 홈 경기가 끝난 뒤 현장을 찾은 추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파다르와는 우리카드전보다는 한결 나아지고 있다"며 "하지만 아직은 좀 그렇다"고 했다. 그는 솔직하게 인정했다. 이원중은 "문성민 형에게 패스를 올릴 때는 편안한데 파다르는 아직 그렇지않다. 나도 왜 그런지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는 "파다르에게는 높게 올려줘야한다는 생각만 자꾸 앞서다 보니 그런 것 같다"며 "감독님과 코칭스태프에서도 이런 상황을 잘 이겨내야한다고 강조한다"고 덧붙였다. 그리고 또 하나 과제는 미들 블로커(센터)와도 호홉이다.
이원중은 "신영석 형과 김재휘 형은 내기 공을 줄 때마다 '나이스 토스'라거나 '토스가 좋다'고 자주 말한다"며 "그런데 내가봐도 좋은 패스는 아닌 것 같다. 내가 의기소침해질까봐 걱정되서 그렇게 말하는 것 같다"고 얘기했다.
이승원이 부상에서 회복해 다시 코트로 돌아올 때까지 이원중이 어깨는 무겁다. 그러나 최태웅 현대캐피탈 감독의 말처럼 '성장통'과 해당 과정을 잘 버텨야한다. 최 감독은 "최근 고민이 많다. 공격수들을 살릴 수 있는 방법이 있는데 신인 세터가 이런 부분을 다 풀어가야한다. 그래서 그렇다. 물론 부정적인 면을 본 것은 아니다"라고 웃었다.
그는 "세터가 갖고 있는 기량을 떠나 현재 우리팀의 경우 세터와 공격수가 같이 맞추려고 하면 엇박자가 나기 쉽다"며 "(이)원중이가 어느 정도까지는 할 수 있는 선이 분명히 있다. 기량이 늘어날 수 있는 시간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 감독은 "선수라면 누구나 자신이 갖고 있는 한계점이 있기 마련"이라며 "이 부분을 넘지 않아야한다"고 강조했다. 그래도 기대는 걸고 있다.
최 감독은 "원중이는 세터로서 적합한 기질을 많이 갖췄다"며 "앞으로 더 성장하고 경험을 쌓는다면 위기 관리 능력도 늘어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원중이가 성격이 워낙 밝고 잘 까분다. 한 번 감을 잡기 시작한다면 잘 풀릴 수 있다"고 웃었다.
한편 현대캐피탈은 이승원이 다시 선수단에 합류할 때까지 제2의 백업 세터가 필요한 상황을 맞았다. 오프시즌 팀으로 와 기량 테스트를 받고 선수들과 함께 훈련하고 있는 손지민이 출전 선수 엔트리에 최근 등록됐다.
최 감독은 "손지민은 (엔트리 등록에 앞서)계속 운동을 했다. 코트 투입 준비는 이미 마쳤다"며 "그래도 팀이 정상적인 전력을 다시 구성한다면 이승원과 이원중으로 (세터를)가야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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