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뉴스24 권혜림 기자] 조인성의 왕은 달랐다. 그간 숱한 사극 영화와 드라마에서 재현됐던 근엄하고 묵직한 눈빛의 군주를 예상했다면, 기분 좋은 배신감을 느낄 법하다. 조인성이 그려낸 '안시성'의 양만춘은 힘 없는 성민들의 대소사에 함께 울고 웃는 인물이다. 목숨을 위협하는 전쟁의 기운 앞에서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지만, 그가 그린 리더십은 결코 무모하지 않다. '안시성'은 한국 사극 역사 상 가장 에너제틱하고 매력적인 왕의 탄생을 알린다.
영화 '안시성'(감독 김광식, 제작 ㈜영화사 수작, ㈜스튜디오앤뉴)은 동아시아 전쟁사에서 가장 극적이고 위대한 승리로 전해지는 88일간의 안시성 전투를 그린 초대형 액션 블록버스터다. 조인성은 영화 '더 킹' 이후 1년 만에 '안시성'으로 스크린에 복귀한다. 안시성을 지키는 성주 양만춘 역을 맡았다. '쌍화점'에 이어 두 번째 사극 도전이다.
조인성은 양만춘 역을 호방하고 자유로운 성향을 가진 인물로 그려내며 새로운 도전을 펼쳤다. 안시성민들을 친근하면서도 살뜰하게 아끼는 성주이자 명궁수, 명검객의 모습을 두루 그려냈다.
영화는 주필산 전투를 그린 시퀀스로 오프닝을 열며 거대한 전쟁 스펙터클을 예고하지만, 양만춘의 모습은 첫 등장부터 따스하다. 치매에 걸린 노인을 살피며 무사히 동네까지 동행하고, 말을 타는 데 성공한 소년에게 기마대의 꿈을 꾸게 만드는 모습이 그렇다. 정쟁에 지쳐 분노에 찬 왕의 모습이나 간신들의 농락 속에 길을 잃은 나약한 왕이 전쟁물 속 전형적인 군주의 이미지였다면, 조인성의 양만춘은 그 모두를 피해가며 흥미로운 행보를 택한다.
말을 타고 펼치는 액션, 검과 도, 활을 아우르는 전투 시퀀스들 역시 도전일 법 했다. '비열한 거리'와 '쌍화점'을 통해 액션 경험을 쌓은 조인성은 이 역시 무리 없이 소화해내며 캐릭터의 매력을 십분 살린다. 장난스러우면서도 강단이 있고, 따뜻하면서도 적을 향해선 가차 없이 승리를 쟁취해내는 양만춘의 모습은 판타지에 가까울만큼 이상적인 리더상으로 완성됐다.
10대 후반 모델로 연예계에 입문한 조인성은 브라운관과 스크린을 누비며 최고의 청춘 스타로 활약해왔다. 드라마 '별을 쏘다' '발리에서 생긴 일' '봄날' 등 출연하는 작품마다 화제를 불러일으켰던 그는 영화 '비열한 거리'로 충무로에도 또렷한 존재감을 남겼다. 군 복무를 마친 뒤에는 한층 성숙한 연기력으로 꾸준한 지지를 얻기 시작했다. '그 겨울, 바람이 분다' '괜찮아 사랑이야' '디어 마이 프렌즈'까지 연이어 인기몰이에 성공하며 더욱 굳건한 인기를 쌓았다.
주로 애틋한 사랑의 주인공으로 분했던 그에게 '안시성'은 새로운 도전이자 모험이었다. 거대한 제작비가 투입된 영화의 주인공으로서 느꼈을 부담감도 짐작할 만했다. 두 번이나 출연을 거절했던 이유도 그래서였다. 스스로도 "양만춘과 내가 잘 어울릴 것인지 편견을 가지고 있었다"고 고백한 조인성은 '너 아니면 안 된다'는 말하는 김광식 감독의 믿음에 마음이 흔들렸다. 함께 캐릭터를 구축하는 과정에서 점차 입체적으로 변모한 양만춘 역에 매력을 느끼기 시작했다.
조인성은 "'한국영화로는 손에 꼽히는 규모의 제작비인데, 내가 왜 그걸 감당해야 하나' 라는 마음에 고민이 됐다"면서도 "점차 발전하는 양만춘 캐릭터를 보며 '해 볼 수 있지 않을까' 싶더라"고 출연 이유를 알렸다. 또한 "형 같은 리더십을 가진 양만춘 역이 매력적이었다"며 "오히려 정사에 기록이 적으니 새롭게 할 수 있는 것이 많을 것이라 생각했다"고 답했다.
'안시성'은 오는 19일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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