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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G]'2002년 서울' 연상케 한 인니 배드민턴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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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판스타 긴팅이 세계 챔피언 잡자 경기장 떠나갈듯 환호

[조이뉴스24 김동현 기자] 2002 한일 월드컵을 방불케하는 열기다. 인도네시아 배드민턴 열기를 확인할 수 있었던 하루였다.

25일(한국시간) 2018 자카르타 팔렘방 아시안게임 배드민턴 경기가 열리는 겔로랑 붕 카르노 이스토라 배드민턴장을 찾았다.

이날은 남자 단식 16강, 남자 복식 16강, 혼합 복식 8강, 여자 복식 8강, 여자 단식 16강 등이 열리는 날이었다. 즉, 이날 즉시 메달이 나오는 날은 아니었다.

하지만 홈팀 인도네시아 선수들이 다수 출전한 덕분인지 경기장의 열기는 상상 이상이었다. 경기장 입구부터 인파가 상당했다. 경기장 바깥에 마련된 멀티비전 앞에도 사람이 삼삼오오 모여앉아 경기를 보며 응원했다.

이스토라 배드민턴장에 들어가는 순간, 다른 경기장들과는 확연하게 차원이 다른 분위기가 느껴졌다. 이미 기자석에도 자리가 동이 났다. 이때문에 관중석 한켠에 마련된 간이 기자석에서 경기를 봐야만 했다. 물론 분위기를 느끼는 데는 큰 무리 없었다.

특히 인도네시아 선수들에게 우레와 같은 박수 갈채가 쏟아졌다. 여자 복식 세계 랭킹 4위인 폴리 그레이시아와 라하유 에프리야니 조가 분위기를 달궜다. 인도네시아 여자 복식 조의 간판 스타 격인 이들은 중국의 탕 진후아와 젱 유 조에게 1세트를 내주면서 분위기가 침체되는가 싶었다. 그러나 2세트에는 듀스가 이어진 접전 끝에 24-22 승리를 따냈고 3세트에는 여유로운 경기 운영 속에 21-16으로 이기면서 경기를 매조지었다.

승리를 결정짓는 순간 귀가 아플 정도의 열광적인 응원이 펼쳐졌다. 경기장에 모인 모든 사람들이 응원을 보내는 장면은 장관이었다. 아프리야니와 그레이시아가 팬들에게 허리를 숙이며 인사를 하자 다시 한번 우레와 같은 박수가 쏟아졌다.

일본 공영방송 NHK의 인도네시아 지국 소속인 사보라다 룩먼 기자는 "쉬는 날이라 경기장을 찾았다"며 경기 내내 열광적인 응원을 펼쳤다. 룩먼은 "인도네시아의 전통적인 경기라고 한다면 펜착 실랏(동남아시아 지역의 전통 무예)이 있지만, 가장 인기 있는 것은 역시 배드민턴과 축구"라면서 "특히 배드민턴은 국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모든 사람이 좋아한다. 경기 인구도 많다"고 자랑했다.

물론 배드민턴이라고는 해도 출전하는 선수에 따른 인기의 차이는 있었다. 인도네시아 여자 선수 가운데서는 가장 세계랭킹이 높은 19세 유망주 그레고리아 툰중과 세계 랭킹 3위인 신두 푸살라(인도)의 경기는 생각만큼 열기가 뜨겁지 않았다. 더구나 툰중은 시종일관 긴장을 풀지 못하며 푸살라에게 완패했다. 룩먼은 "툰중은 상당한 유망주"라면서도 "아무래도 남자 싱글선수에 비하면 인기가 떨어진다"고 말했다.

이 말을 증명이라도 하듯 남자 단식에서는 마치 경기장 지붕이 열릴 것만 같은 환호성이 쏟아졌다. 인도네시아 남자 배드민턴의 간판스타 앤소니 긴팅이 등장한다는 장내 안내방송이 나오자 팬들 목소리 크기가 최고조에 달했다. 지난 8월 중국 난징서 열린 세계배드민턴연맹(BWF) 세계선수권 단체전에서 부상을 당한 이후 이번 대회가 공식적인 첫 복귀전이다.

상대는 일본의 모모타 겐토. 세계 랭킹 4위이자 일본이 자랑하는 배드민턴의 신흥 강자다. 세계선수권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명실상부 현 시점 세계 최강이다.

그러나 팬들의 뜨거운 열기가 세계 랭킹 1위인 모모타를 집어 삼켰다. 긴팅이 강력한 스매시를 내려꽂을때마다 인도네시아 팬들은 약속이라도 한듯 함께 기합을 넣었다. 첫번째 게임에서 긴팅은 무려 8점의 리드를 낸 후 여유롭게 경기를 풀었다. 모모타는 관중의 열기에 압도된 모습이었다.

두번째 게임에서는 모모타가 호흡을 가다듬었다. 긴팅을 차분히 압박하면서 15-9 리드를 잡았다. 하지만 다시 한번 인도네시아 팬들의 응원이 불을 뿜었다. 긴팅이 차근차근 따라가기 시작했다. 긴팅은 기어코 동점을 만들더니 결국 승부를 뒤집었다. 2-0 긴팅의 승, 세계 챔피언이 쓰러지자 모든 관중이 환호를 퍼부었다. 모모타는 고개를 떨궜다. 긴팅도 다른 인도네시아선수들이 그랬던 것처럼 팬들에게 인사를 건넸다. 다시 한번 경기장이 흔들릴 정도로 큰 함성이 쏟아졌다.

이날의 뜨거웠던 분위기는 마치 지난 2002년 한일 월드컵을 방불케 했다. 응원 규모는 다르지만 한국의 4강 신화에 서울 시청 광장이 떠오를 정도였다. 자국 선수들의 훌륭한 경기력이 이러한 인기의 바탕이 되고 있다. 인도네시아 사람의 배드민턴 사랑을 직접 느낄 수 있었던 하루였다.

조이뉴스24 자카르타(인도네시아)=김동현기자 miggy@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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