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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필의 NOW 상트페테르부르크]신태용호, '이동'의 무게를 견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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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떠나 오스트리아 거쳐 러시아까지 긴 여정, 관리가 중요해

[조이뉴스24 이성필 기자] 오래 기다리고 기다렸던 신태용호의 2018 러시아월드컵이 드디어 확실한 분위기를 냅니다. 12일 오후(이하 한국시간) 사전 캠프지였던 오스트리아 레오강을 떠나 베이스캠프인 상트페테르부르크 폴코보 국제공항에 도착했습니다.

사실 대표팀은 상당한 거리를 이동 중입니다. 지난 3일 서울에서 오스트리아 비엔나까지 직항으로만 10시간 30분이 소요됐습니다. 또, 버스로 육로 이동을 선택해 레오강까지 5시간 30분이 걸렸죠.

대표팀과 똑같은 동선으로 레오강까지 갔던 조이뉴스24도 머리가 띵하더군요. 시차 적응 등 컨디션 조절이 쉽지 않은 상황에서 '반강제'로 몸을 만들어야 했습니다. 일반인이 이런 느낌인데 월드컵이라는 큰 무대를 앞둔 선수들의 피로도는 얼마나 클까요.

채 시차가 맞춰지지 않은 상태에서 7일 인스브루크에서 볼리비아와 평가전을 치릅니다. 6일 레오강을 떠나 2시간여의 이동을 해 인스브루크에서 1박을 하고 경기를 치른 당일 복귀했습니다.

이동은 계속됐죠. 12일 그로닉에서 세네갈과 비공개 평가전을 위해 1시간 20분여를 오갔습니다. 보통의 프로 리그였다면 크게 문제가 되지 않았겠지만, 월드컵을 준비흔 대표팀 기준으로는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죠.

신태용 감독은 세네갈에 0-2로 패하고 레오강으로 돌아와 사전 캠프 결산 기자회견을 하면서 "만족도로 따지면 100점 만점에 80점이다. 교통이 조금 좋지 않았다"며 선수들의 피로도를 최대한 떨어트리기 위해 노력을 했지만, 여건이 조성되지 않았음을 안타까워했습니다.

그래도 철저한 계획과 사전 답사에 의한 동선이니 견뎌야 합니다. GPS를 통해 선수들의 젖산 등 피로 관련 수치를 정확하게 확인하는 등 세심한 관리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대표팀은 12일 오후 레오강에서 2시간 30분 떨어진 독일 뮌헨 국제공항에서 상트페테르부르크행 항공기에 올랐습니다. 항공기 이용 과정도 만만치 않았습니다. 우선 대표팀의 짐은 많은데 예약했던 독일 국적기인 루프트한자에서 100% 수하물 처리가 불가능하다는 연락을 받았다고 합니다.

급하게 대표팀보다 25분 늦게 출발하는 러시아 국적이 아에로플로트를 예약하는 수고를 했고요. 짐이 약 2백개, 무게로는 4.5톤입니다. 작은 기체에서는 감당하기 어려운 수하물이죠. 그래서 사흘 전 선발대가 20개, 루프트한자에 탑승하는 본진이 140개, 아에로플로트에 탑승하는 후발대가 40개의 짐을 나눴습니다. 절묘하게도 루프트한자가 아에로플로트보다 40여분 지연 출, 도착해 웃픈일이 됐습니다.

이 광경을 선수단과 함께 이동하며 본 조이뉴스24 시선에는 '참 쉬운 일은 없구나'는 생각이 들게 만들더군요. 얼핏 본다면 선수단과는 크게 상관없어 보입니다. 온전히 지원스태프의 몫이니까요. 하지만, 지원스태프가 덜 피로해야 선수들도 부담을 갖지 않고 편하게 훈련, 경기에 나설 수 있는 것은 자명한 사실입니다. 모두가 '원팀'이니까요.

대표팀이 이동을 감내해야 하는 이유는 명확합니다. 니즈니노브고르드(스웨덴), 로스토프 온 돈(멕시코), 카잔(독일) 등 이동의 연속입니다. 베이스캠프가 모스크바였으면 시간이 더 줄겠지만, 고즈넉하고 안정감 있는 환경을 찾았고 북유럽과 가까운 상트페테르부르크가 낙점받았습니다.

국제축구연맹(FIFA) 전세기를 통해 이동하니 환승을 할 일이 없습니다. 공항에서 숙소, 경기장은 경찰의 호위로 교통체증과 마주하지 않습니다. 그러니까 대표팀은 최상의 여건에서 훈련을 위해 평균 30분 정도 더 늘어난 이동을 견디기로 결정한 겁니다. 모두가 동의했고요.

대표팀보다 먼저 결전지에 도착하기 위해 새벽부터 숙소에 나오거나 환승을 쉼 없이 해야 하는 취재진 시선에서는 정말 부럽(?)습니다. 전세기의 위엄이랄까요. 2014 브라질월드컵 취재 당시에도 대표팀 전세기는 정말 놀라움의 대상이었습니다. 첫 경기 도시였던 쿠이아바를 가기 위해 새벽 3시부터 일어나서 이과수 공항에서 대기하고 상파울루를 거치니 총 8시간이 소요됐습니다. 대표팀은 오전 9시에 이과수에서 출발해 11시가 조금 지나 도착했으니 대단한 거죠.

어떻게 보면 이동 역시 훈련의 연장 선상입니다. 집중력 유지의 척도이자 선수단 관리의 노하우를 보는 겁니다. 인천부터 상트페테르부르크까지 이동 거리를 따로 계산하지 않아도 선수들이 피곤하겠다는 것은 누구나 알 겁니다.

만약 조별예선을 통과하면 토너먼트 역시 대진에 따라 이동이 계속 이어집니다. 피곤해도 극복해야 하는 거죠. 신태용호가 이동의 피로를 잘 견디고 '통쾌한 반란'을 일으켜 땅에 떨어진 관심을 회복할 수 있을까요.

조이뉴스24 상트페테르부르크(러시아)=이성필기자 elephant1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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