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뉴스24 이성필 기자] "3패 하고 올 건데 뭐하러 러시아에 가나.", "농어촌 전형으로 월드컵 갔다."
신태용(48)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은 2018 러시아월드컵 본선에 어렵게 진출했다. 이란과 우즈베키스탄에 각각 홈과 원정에서 0-0으로 비기면서 겨우 본선에 올랐다.
이란, 우즈벡전은 신 감독이 7월 초 부임한 뒤 한 달여를 꾸준히 선수들의 경기를 살펴보고 열흘 남짓 단련해 얻은 결과다. 삐끗해도 탈락하는 위기에서 어쨌든 본선 진출을 끌어냈다.
물론 이후 평가전을 치르는 과정이 순탄치 않았다. 결과에 따라 신 감독 또는 선수단을 비판하는 여론이 요동쳤다. 경기를 잘 치르면 "상대가 장거리 원정을 와서 피곤했기 때문이다"는 비판도 나왔다. 또는 기승전 신 감독 비판이었다. 언제까지 실험하느냐는 지적도 쏟아졌다.
선수들도 경기 내용에 따라 찬사와 비판 대상이었다. 지난해 11월 콜롬비아와 평가전에서 현란한 개인기로 골을 넣었던 손흥민(토트넘 홋스퍼)은 지난 1일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전에서 공격 기회에서 황희찬(잘츠부르크)에게 패스하지 않고 슈팅 욕심을 부려 '탐욕 흥민'으로 불렸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가 발달하고 인터넷 포털사이트에 올라오는 기사 댓글까지 감독과 선수들이 접하고 느끼면서 감당해야 할 통로는 정말 많다. 마음을 제대로 잡기가 쉽지 않다. 신 감독의 훈련 프로그램에 대해 제대로 하고 있는게 맞냐는 일부 팬들의 의심도 끊이지 않았다.
대표팀 관계자는 "선수 개개인의 스타일이 있지만, 전체적으로 분위기를 모르지 않는다. 그래서 선수들에게 말 건네는 것도 조심스럽다. 작은 행동이 큰 오해를 불러올 우려도 있어서 조심한다"고 전했다.
오스트리아 레오강까지 넘어온 뒤에도 볼리비아전 0-0 무승부, 세네갈전 0-2 패배가 이어지면서 대표팀에 대한 여론은 역시 무관심 또는 비난 일색이다. 지지받지 못하는 대표팀이 월드컵에서 좋은 활약을 하기에는 어려운 측면이 있다.
심리적인 무장을 제대로 하는 것이 중요하다. 일단 대표팀 내 심리 전문가는 없다. 대신 신 감독 중심으로 월드컵 출전 경험이 풍부한 김남일, 차두리 두 코치가 선수들의 심리 상담사 역할을 하고 있다.
김 코치는 과묵하지만, 선수들의 의중을 잘 읽는다. 차 코치는 장난을 쳐가며 다독인다. 볼리비아전이 끝난 뒤 느닷없이 논란이 됐던 손흥민, 정우영(빗셀 고베)의 분열설을 두고 8일 훈련에서 말 한마디로 정리했다.
두 명 사이에 껴서 어색한 표정과 동작을 취했던 김영권(광저우 에버그란데)에게 "영권아 너도 껴야지"라고 말했다. 순식간에 분위기가 녹아내렸고 웃음도 터졌다.
신 감독도 소위 '형님 리더십'으로 재미를 봤던 인물이다. 선수들과 격의없이 지내는 편이다. 그는 "스웨덴전을 이기기 위해 몸부림치고 있다. 이기고 싶고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여주겠다"며 그저 경기력으로 보여주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신태용호는 언더독이다. 스웨덴, 멕시코, 독일 중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도 가장 낮다. 신 감독은 "(선수들의) 핸드폰을 뺏을 수도 없고 고민이다"라면서도 "의연하게 잘 대처하겠다. 스웨덴전을 결과에 상관없이 잘 치르고 나면 적지 않은 (비판을) 해소하리라 본다"며 시간과 상황에 맡겼다. 이어 "저 역시 마음의 안정을 찾겠다. 여유로운 모습을 보여주며 선수단에 자신감을 심어주겠다"고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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