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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한번볼래?]'이상한 나라의 며느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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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지적 며느리 시점'에서 관찰한 가족 문화

[조이뉴스24 이미영 기자] 폭언이나 협박을 일삼는 시부모나, 얼굴에 물컵을 들이붓는 시누이는 없다. 명절엔 시댁의 눈치를 보고, 만삭의 몸에도 전을 부쳐야 하는 며느리는 있다. 자연분만이냐, 제왕절개냐 하는 문제로 시아버지와 언쟁을 벌이는 며느리도 있다. 드라마에서 흔히 보아오던 '막장 시월드'는 아니건만, 현실과 똑닮아 더 답답한 '이상한 나라'가 있다.

MBC 교양 파일럿 프로그램 '이상한 나라의 며느리'는 이 시대의 며느리 이야기를 담아낸 리얼 관찰 프로그램이다. 대한민국의 가족 문화를 '전지적 며느리 시점'에서 관찰, 자연스럽게 대물림 되고 있는 불공평한 강요와 억압이 우리네 가정에서 벌어지고 있음을 도발적으로 문제 제기하고 있다. 그 어느 관찰 예능보다 더 공감되는 혹은 격하게 화가 나는(?) 문제적 프로그램이 탄생했다.

'이상한 나라의 며느리'는 '새댁' 배우 민지영, 결혼 6년차이자 둘째를 임신 중인 개그맨 김재욱의 아내 박세미, 두 딸을 키우고 있는 워킹맘 김단빈의 시댁 일상을 카메라로 쫓는다. 직업도, 살아온 환경도 다르지만 이들에겐 대한민국 '며느리'라는 공통점이 있다.

'사랑과 전쟁'에 출연해 시청자들에게 얼굴이 익숙한 민지영은 이제 결혼 3개월 차의 새댁이다. 결혼 후 처음으로 시댁에 가는 길, 머리부터 옷까지 신경 쓰며 긴장한 모습이 역력했다. 친정 어머니가 바리바리 싸준 이바지 음식을 보며 마음이 불편했고, 친정 어머니는 딸을 마중하며 복잡한 마음에 눈물을 보였다. 첫 방문에 한껏 차려입은 며느리의 옷은, 부엌에서 앞치마 두르고 있는 시어머니와 대비되며 이질적인 풍경을 만들어냈다. 아직 시댁이 불편한 민지영은 눈치껏 부엌으로 달려가 일을 도왔다. 시어머니와 며느리가 음식을 준비하는 동안, 시아버지와 남편, 그리고 시댁 어른들은 술상을 받으며 화기애애 담소를 즐겼다.

"시어머니 사랑은 아들"이라는 멘트로 패널들을 경악케 했던 시어머니는, '시댁'에 얽매여있는 반평생 며느리이기도 했다. 식사 시간에도 시어머니는 부엌에 가까운 곳으로 앉고, 밥도 빨리 먹었다. 시댁 친척들 챙겨줄 음식까지 하나하나 챙겼다. 하루의 끝자락에서 친정 엄마를 떠올린 민지영은 "나는 오늘 하루지만 우리 엄마는 40년을 이렇게 살았을 걸 생각하니 마음이 아프다"며 결국 눈물을 왈칵 쏟았다. 세대가 바뀌어도 며느리의 삶은 대물림 되고 있었다.

결혼 4년 차, 워킹맘 김단빈의 며느리 일상도 녹록치 않았다. 육아와 가사, 인터넷 사업에, 낮에는 시어머니가 일하는 식당에서 일을 돕는다. 그야말로 '슈퍼워킹맘'이다. 김단빈은 다친 손으로 쉴 새 없이 서빙을 하고, 시어머니는 며느리를 걱정 하면서도 식당 일이 우선이다. 병원에 가야 한다는 며느리에게 "저녁에 야간 진료한다" "조금 후에 가라. 손님 올 시간이다"고 타박했다. 두 사람의 언쟁에 남편은 모른 척 등을 돌렸다. 육아에 있어서도 시어머니와 며느리는 대립했다. 시어머니는 "며느리와 취향이 안 맞다"며 손녀의 옷을 사오고, 교육 문제까지 일일이 참견했다. "짜증나"라는 말이 절로 나온 며느리는 혼자 옥상에 올라가 눈물을 쏟았다.

시청자들에게 화두를 던진 또 하나의 시댁이 있다. 개그맨 김재욱의 아내 박세미와 시댁의 풍경이다.

박세미는 명절에 스케줄 때문에 자리를 비우게 된 남편으로 인해 홀로 시댁에 가게 됐다. 임신 8개월 만삭의 몸에도 불구하고 혼자서 20개월 아들 지우의 수많은 짐을 챙겨 시댁으로 향했다. 어렵게 시댁에 도착했건만, 시아버지는 손자 손만 붙잡고 집안으로 들어갔다. 쉴 틈도 없이 바로 전을 부치기 시작했고, 제대로 쉬지도 못한 그는 발이 퉁퉁 부었다. 차례를 모시고 난 후 친정 갈 타이밍을 둘러싸고 시댁, 그리고 남편 김재욱과 묘한 기류가 흐르기도 했다. 박세미의 눈물에 시청자들은 안타까워했고 또 분노했다.

육아 방식에 있어서도 시어른들과 대립했다. 출산이 얼마 남지 않아 산부인과 검진을 받으러 가는 박세미는 시부모님께 지우의 육아를 부탁했다. 아들과 며느리가 산부인과 간 사이, 며느리의 신신당부에도 시어머니는 손자에게 밥 대신 빵과 아이스크림을 먹였다. 강세미는 "두 돌도 안 됐는데 아이스크림을 먹이면 어떡하냐"고 속상해했다. 둘째 출산 방식을 놓고는 시아버지와 의견 충돌을 보였다. 병원에서는 난산 끝에 제왕절개로 첫째를 낳은 세미에게 둘째도 제왕절개를 권했지만, 시아버지는 "자연분만이 여러가지 면에서 좋다"고 설득했다. 강세미는 시아버지에게 "결국 손주만 생각하는 거냐. 저에게 안 좋다고 해서 병원에서 수술을 권한 건데 손주 아이큐가 낮을까봐 걱정이냐"고 눈물을 쏟았다.

방영 후 이를 둘러싸고 시청자들의 논쟁이 불었다. 아들과 며느리의 삶에 간섭하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부모와 결혼 후에도 독립적인 주체로 살아가지 못하는 지금 이 시대 부부들에게 많은 이야기거리를 던진 것. '이상한 나라의 며느리'는 명절 문화를 둘러싼 부부 간의 갈등부터 육아 방식을 둘러싼 시댁과의 충돌 등을 '리얼하게' 담아냈고, 여성에게 보다 많은 책임과 희생을 요구하는 이 사회의 불합리한 관행을 과감하게 꼬집어냈다. 여전히 바뀌지 않는 며느리의 역할론에 이 시대의 많은 며느리들이 공감했고 목소리를 냈다. 무의식적으로 '우리 집은 안 그렇다'고 생각했던 남편들도 자신의 행동을 돌이켜보게 됐다고 고백도 했다.

지금까지 고부 갈등을 다룬 프로그램은 많았다. 불편한 장면은 있지만, 그렇다고 보기 힘들 만큼 자극적인 장면은 없다. 강도의 차이가 다를 뿐, 대한민국을 살아가고 있는 여느 며느리의 삶이 이와 크게 다르지 않을 터.

며느리들의 일상을 관찰하게 된 시청자들은 자신들의 이야기를 꺼내놓으며 공감하고 의문을 가졌다. 단순히 며느리와 시댁의 갈등에서 더 나아가, 위계 문제, 가족주의, 여성차별 등 사회적 구조와 의식에 대해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이상한 나라의 며느리'는 며느리들을 공략한 프로그램이 아닌, 대한민국에 살고 있는 남편들, 그리고 시댁이 함께 보길 권장하는 프로그램이다. 텔레비전 안에서 일어나는 일에 분개하는 것이 끝이 아닌, 우리 가정의 작은 변화를 이야기 할 수 있는 매개체가 됐으면 하는 프로그램이다. '이상한 나라'에 살고 있는 며느리들을 응원하며.

조이뉴스24 이미영기자 mycuzmy@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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