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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보영 "'마더', 내게 완벽한 작품이었다"(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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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더', 엄마 이보영으로서의 고백

[조이뉴스24 유지희 기자] 배우 이보영이 또 하나의 인생작을 탄생시켰다. tvN 수목드라마 '마더'에서 수진 역을 맡아 새로운 모성애를 섬세한 연기로 표현해냈다. 매회 시청자의 가슴을 울리며 '믿고 보는 배우'임을 다시 한번 증명한 것. 시청자에게 이보영은 완벽했고 '마더'는 이보영에게도 완벽한 작품이었다.

지난 15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의 한 카페에서 '마더'(극본 정서경, 연출 김철규, 제작 스튜디오드래곤) 종영을 앞두고 있는 이보영의 라운드 인터뷰가 진행됐다. 하루 전인 14일 모든 촬영이 끝났다고 밝힌 이보영은 "종영이 실감나지 않는다"고 말문을 열며 인터뷰 내내 '마더'에 무한 애정을 드러냈다.

먼저 '마더'를 사랑한 시청자에게 감사인사를 전했다.

"어제 촬영을 모두 마치고 윤복(혜나, 허율 분)이와 함께 엄청 울었어요. '마더'의 열렬한 팬들이 많은 것 같아요. 느린 템포로 진행되는 드라마라서 그런 호흡을 같이 느껴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시청자들이 응답해준 것 같아 좋아요. 그래서 촬영하는 내내 진짜 많이 힘이 났죠. 함께 호흡해주고 '마더'가 전하고 싶은 메시지를 알아주셔서 감사해요."

이보영은 배우 지성과 결혼, 지난 2015년 딸을 출산하며 엄마가 됐다. 실제 엄마가 된 경험이 '마더'를 선택한 큰 계기였다.

"'마더'가 제작된다는 걸 알고 왠지 이건 해야 할 것 같아, 하고 싶다고 말했어요. 당시, 되게 기분이 이상할 때였어요. 아기를 낳고 난 후 신문이나 방송을 보면 아동학대 기사들이 크게 눈에 띄고 계속 생각이 나더라고요."

'마더'는 일본 인기 드라마가 원작이다. 원작이 많은 사랑을 받을수록 그 기대감에 리메이크작은 긍정적 평가를 받기 쉽지 않다. 하지만 리메이크된 한국판 '마더'는 원작의 뼈대는 가져오되 극의 속도감을 높이고 캐릭터의 성격 등을 변화시켜 비슷하지만 다른 작품을 만들어냈고 많은 호평을 받았다.

한국판 '마더'가 제작되기 전, 원작을 봤던 이보영은 막상 드라마 방영 날짜가 다가오자 무서웠다고 고백했다. "원작이 너무 좋아서 잘해도 본전일 텐데 '내가 왜 이걸 한다고 했을까' 하는 마음이었다(웃음)"며 "나도 모르게 머릿속에서 원작의 장면들과 비교하고 있었다. 연기 초반엔 여기에 묶였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보영의 우려와 달리 그는 한국판 '마더'에서 자신만의 캐릭터를 완성해냈다. 어떻게 수진을 연기했을까.

"대본을 볼 때 '연기를 이렇게 해야지'라고 생각하는 배우는 아니에요. 촬영 현장 분위기와 공간에 따라 상황이 변하기도 해서 대사도 대충 외워가는 편이죠. 하지만 촬영 전 상대배우가 어떻게 연기할지는 예상하고 가는데 허율과 이혜영(차영신 역) 선배님은 모두 제 예상과 다르게 연기했어요. 계산했던 게 다 엎어지더라고요. 저는 그게 너무 좋았어요. 상대배우가 어떻게 연기하느냐에 따라 제 연기도 많이 달라졌죠. 또 '이걸 어떻게 표현하지'라고 걱정해도 상대배우와 연기하다보면 자연스럽게 잘 나온 장면들이 있었고요."

'마더'는 영화 '친절한 금자씨' '아가씨' 등 박찬욱 감독 대표작들의 각본을 공동 작업한 정서경 작가의 드라마 데뷔작이다. 영화와 드라마의 대사는 분명 다르고 정서경 작가 특유의 대사체도 있었을 터. 이보영은 "문학체였고 도치법도 많아 생각을 많이 해야 했다. 대사를 자연스럽게 하려고 감독님과 현장에서 많이 이야기 나눴다"며 "한 권의 좋은 책을 읽는 기분이었다"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이보영은 극 중 딸이 되는 배우 허율과 가장 많은 호흡을 맞추며 모녀케미를 발산했다. 허율은 '마더'에서 혜나(가명 윤복) 역으로 아동학대를 당한 뒤 수진과 함께 도망친다. 서로에게 각자 엄마와 딸이 되어가는 이들의 절절하고 애틋한 연기는 시청자에게 감동을 안겼다.

이보영은 이날 인터뷰에서도 허율을 극 중 수진이 지어준 이름, '윤복'이라고 칭하며 애정을 드러냈다. 허율에 대해 "한번도 힘들게 한 적이 없다. 정말 의연하고 대견했고, 너무 고마웠다"며 "윤복이의 첫 파트너 배우가 돼 영광이었다"고 했다. 그리고는 허율에 대한 생각에 감정이 북받치는지 한동안 눈물을 흘렸다.

"드라마 초반, 학대당하는 연기를 하는 윤복이를 많이 걱정했어요. 스태프에게 듣기로는 윤복이가 드라마를 찍으면서 아동심리 상담을 받았는데 실제 행복감이 최상치라고 하더라고요. 그래도 드라마가 끝난 후 윤복이의 감정이 걱정돼요. 윤복이는 연기하는 걸 너무 행복해 했고 놀러오는 것처럼 촬영장에 왔어요. 그래서 초반에 '너는 주인공이야, 집중해야 해'라면서 가르치기도 했죠. 하지만 9화부터는 정말 윤복이가 돼있었고 이 아이에게 뭔가를 가르쳐줄 게 없었어요. 어떤 장면을 찍고 나선 '왜 이렇게 가슴이 아프지'라면서 울더라고요."

'마더'는 우리나라 드라마 최초로 제1회 칸국제시리즈페스티벌 공식 경쟁부문에 진출하는 쾌거를 달성, 작품성을 인정 받았다. 이에 대해 이보영은 "되게 좋았다"며 "'마더'를 하면서 작품을 찍는 건 정말 공동작업이라는 생각을 자주했다. 스태프 모두가 '마더'를 사랑하면서 찍었고 그 과정이 너무 좋았다"고 거듭 말했다.

'마더'는 평균 4%대(닐슨코리아, 전국기준) 시청률을 기록했다. 다소 높지 않은 시청률에 아쉬움은 없을까. 이보영은 "시청률을 기대했다면 이 작품을 안 했을 것"이라고 강단 있게 밝혔다. 그는 "시청률이 잘 나오지만 작업하는 게 행복하지 않은 드라마도 있다. '왜 나는 연기를 이렇게 못하고 있지'라면서 답답한데 시청률이 높으면 많은 사람들이 보는 거라서 더 속상하기도 하다"며 "물론 높은 시청률이 일주일을 버티게 하는 힘은 되지만 무엇보다 내가 촬영현장에 가는 것이 행복하고 즐거운 게 좋다"고 했다.

이어 "좋아했던 여러 작품이 있지만, '마더'는 내게 완벽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배우로서 중요한 현장 분위기를 언급했다. "감독님을 비롯해 모든 스태프들이 현장에서 최고의 판을 깔아줬다. 캐릭터에 대한 생각도 충분히 할 수 있었다. 또 연기할 때 감정을 한번 쏟아내면 다시 정화되는 느낌을 받았다"고 전했다.

'마더'는 이보영이 실제 엄마로서 겪은 감정을 고백한 작품이기도 했다.

"아이를 낳고 나서 솔직히 100일까지 예쁘지 않았어요. 그런 상황에서 '엄마는 어떻게 해야 한다'라는 말을 많이 들었죠. '왜 엄마는 이래야 된다는 거지' '정말 낳기만 하면 모두 엄마인가'라는 의아함이 있었어요. 아이를 낳았다는 것도 잠시 잊고 있었을 땐 '내가 나쁜 엄마인가'라는 자책감이 들기도 했고요. 소위 멘붕이었죠. 그런데 갈수록, 아이를 기르면서 너무 예쁘더라고요. 이렇게 제가 생각하고 고민한 것들을 드라마로 말하고 싶었고 '마더'는 충분히 그 메시지를 전했다고 생각해요. 극 중 영신 엄마처럼, 아이를 기르는 정이 크다고 생각하죠."

이보영은 배우 이혜영이 연기한 영신을 엄마로서 롤모델이라고 밝히며 "그렇게 한없이 사랑하고 믿어주고, 내 편이 되는 엄마가 되고 싶다"고 했다. 이어 "아이가 지금은 뭘 해도 예쁜 나이라서 아직까지는 좋은 엄마인 것 같지만 사춘기가 오거나 더 크면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아직 잘 모르겠다"며 초보 엄마로서의 고민을 살짝 털어놓기도 했다.

한편 '마더'는 엄마가 되기엔 차가운 선생님 수진과 엄마에게 버림 받은 8살 여자아이 혜나(윤복)의 진짜 모녀가 되기 위한 가짜 모녀의 가슴 시린 모녀 로맨스. 지난 15일 16부작을 끝으로 종영했다. [사진제공=다니엘에스떼]

조이뉴스24 유지희기자 hee0011@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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