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뉴스24 이성필 기자] '무서운 고교생' 황대헌(19, 부흥고)은 2018 평창 동계올림픽을 앞둔 올 시즌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월드컵 시리즈에서 기세가 좋았다. 1500m 시즌 랭킹 1위, 1000m 랭킹 2위, 500m 랭킹 4위로 상위권에 자리 잡았다.
임효준(한국체대), 서이라(화성시청)와 비교해 황대헌의 랭킹이 훨씬 높다. 당연히 평창에서의 기대감은 상당했다. 다섯 살 때 스케이트를 신으며 쇼트트랙과 인연을 맺었고 동계유스올림픽, 주니어선수권 등을 휩쓸었다.
2016~2017 시즌에서야 태극마크를 달았지만 어디까지나 당시 에이스 역할을 하던 박세영과 서이라의 보조 선수에 지나지 않았다. 그러나 박세영과 서이라가 부상을 당하면서 월드컵 경험을 하는 기회를 얻었다.
황대헌은 미국 솔트레이크시티에서 열린 2차 월드컵 1000m에서 1분20초875로 결승선을 통과하며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당시 세운 기록은 세계신기록으로 공인받았다. 벨라루스 민스크에서 열린 6차 대회에서는 1000m 금메달을 수확했다.
기세를 몰아 지난해 4월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2위를 차지하며 스스로 평창행 티켓을 수확했다. 누군가의 후보가 아닌 확실한 국가대표라는 것을 자리 잡았다. 올 시즌 월드컵에 네 번 출전해 세 번 금메달을 획득했다.
그런데 운명의 장난처럼 황대헌은 지난 10일 1500m 결선에서 넘어지며 메달을 따지 못했다. 1000m 준준결선에서는 또 넘어졌다. 임효준과 충돌했고 페널티 판정을 받았다. 하필 같은 조에 임효준, 서이라와 겨뤘고 그야말로 비운의 연속이었다.
황대헌의 속은 까맣게 타들어 갔다. 임효준은 금메달, 서이라는 동메달을 한 개씩 수확했는데 황대헌은 아무것도 얻은 것이 없다. 제대로 레이스를 해보지도 못하고 물러나야 한다는 것 자체가 큰 고통이었다.
하지만, 황대헌은 대범했다. 그는 "그저 (어제와) 같은 날일 뿐이다. 아 경기들이 좋지 않았지만 흘러갔다. 새로 시작하는 날이다. 과거에 연연하지 않고 닥친 이만 생각하겠다"며 스스로 중심을 잡았다.
임효준도 "황대헌은 스스로 일어서서 올라오는 것이 가능한 선수다. 함께 메달을 따기를 기대한다"며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황대헌의 장점은 폭발적인 스피드다. 후미에서 한 번에 치고 올라오는 실력이 일품이다. 22일 강원도 강릉 아이스아레나에서 열린 평창 올림픽 쇼트트랙 남자 500m 준준결선에서 3위로 밀려 있다가 마지막 코너에서 한 번에 치고 올라와 로버츠 즈베니엑(라트비아)를 0.043초 차이로 제치며 준결선에 진출했다. 그야말로 극적인 승부였다. 준결선도 마찬가지, 임효준과 같은 조라는 운명을 극복했다. 먼저 들어오며 막판 힘을 보여줬다.
마지막 마무리도 황대헌의 몫이었다. 500m 랭킹 1위 우다징(중국)이 버티고 있어 쉽지 않은 승부였다. 자신만의 레이스에 집중하는 대신 임효준과 싸우지 않고 정정 당당하게 앞으로 치고 올라갔다. 우다징을 따라 잡기 위해 맹렬하게 따라붙었고 39초854로 마침내 은빛 영광을 봤다. 지독했던 불운을 날린 황대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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